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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은 최고의 사랑이야

나의 나가 아닌 너의 나

by 느곰씨 오만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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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는 <최애의 아이>가 핫했던 모양이다. 눈동자에 은하수가 흐르는 만화는 캔디 이후로 만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극중 주인공 호시노 아이라는 캐릭터는 눈동자에 우주가 있을 정도다(으앜, 부담 x100). 그런데 아이들이 그렇게 좋아했던 거 같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많이들 봤다고 한다.


사실 애니메이션 그 자체에는 관심이 없었다. 요즘 업무에 독서에, 애니메이션을 볼 짬은 없기도 했다. 아이가 즐겨 듣는 <아이돌>이라는 노래로 이 애니메이션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딸아이와 계속 듣다 보니 가사가 귀에 조금씩 들리는데 예사롭지 않아서 찾아봤다. 애니메이션 가사인데 서사가 있다. 일본답다 랄까.


작곡가 아야세는 소설이나 만화를 읽고 감동을 받으면 그 내용으로 노래를 만든다고 한다는데, 이 노래 역시 <최애의 아이>라는 만화를 보고 노래를 만들고 있었는데 애니메이션 제작이 진행되면서 의뢰가 온 경우라고 했다. 그래서 의뢰를 받자마자 데모를 넘길 수 있었다고. 그래서 그런지 가사는 대사 차용이 많다(무슨 애니메이션인지 1부를 봤는데 반쯤 보고 닫았다).


そう嘘はとびきりの愛だ
그래, 거짓말은 최고의 사랑이야

이 문장 하나로 아이돌이라는 것을 정의해 버린다. 이것은 1화에 나오는 대사이기도 하다.


아이돌. 누군가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이상의 현현이기도 하다. 대중의 인기를 등에 업고 사는 아이돌은 나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대중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요구받는다. 무대 위의 모습이 정말 자신의 모습일까. 아니면 새로운 페르소나일까. 만들어진 나는 거짓일까. 한 문장으로 여러 생각을 만들어 낸다.


そんな私の嘘がいつか本当になること信じてる
그런 나의 거짓말이 언젠간 진짜가 될 거라고 믿고 있어

사실 이 문장은 중의적인 내용으로 해석될 수 있다. 만들어진 내가 나의 또 다른 페르소나로 인정할 수 있는 날이 생길 거라는 것과 거짓이 아닌 있는 그대로 즐기고 모두를 사랑하는 날이 올 거라는 것이다. 물론 극 중에 등장하는 두 아이에 대한 말이기도 하겠지만 여러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문장 자체로 잘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최애의 아이>라는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제대로 본 것이 아니라 작가나 작곡가의 의도를 정확하게 캐치한 건 아니겠지만 대중의 사랑을 받아야만 살아갈 수 있는 직업이라면(작가를 포함해서) 온전한 나를 내보이는 게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루키는 자신이 즐거운 글을 써야 한다고 하지만 그런 그 마저도 최소한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독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프로는 대중에게 선택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중이 원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것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나를 향한 거짓인지 팬을 향한 사랑인지 모호하다.


그리고 대중은 도덕적이어야 할 정치인보다 동경의 연예인에게 더 완벽함을 원한다. 대중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그들이 원하는 거짓된 자신의 모습이 맞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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