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냈다는 마음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색다르게 리듬을 탈 때
흘려왔던 외로움의 눈물만큼
나 역시 또 자라고 자라
속도의 한계를 보여줄게
Motivation, 아웃사이더(래퍼)
남들보다 할 발 빠르게, 그건 도드라져 보이는 방법 중 하나다. 모두가 머리를 저을 때 '할 수 있어'라고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주목받는 것에 속도는 언제나 중요한 요소다. 남이 하지 않는 것을 한다는 것은 자신을 돋보이게 할 좋은 찬스다.
시작이 반이라면 나머지 반은 마침표에 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을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능력. 두드러져 보이지 않지만 사람들은 그 사람에게 안정감을 가지고 신뢰를 쌓아 준다. 어떤 일이든 시작이 빠른 자와 마무리가 탁월한 자가 함께 한다면 성공률은 높아진다.
나는 빠른 자에 가까웠다.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도 두려움도 없었다. 뭔가를 배운다는 그 자체가 즐거운 일이었다. '이거 알아?'라고 얘기하면 바로 찾아보는 성격이었다. 빠르게 배워 활용할 수 있다는 건 회사 생활에 꽤나 큰 도움이 되었다. 고객의 요구는 생각보다 즉흥적이었기 때문이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건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런 속도를 만들려면 핵심을 뽑아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매뉴얼 전체를 정독하지 않아서 나에게 필요한 것만 골라내는 능력. 속도는 나에게 자주 좋은 평가를 건네줬다.
그럼에도 문제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짜깁기 한 지식에는 언제나 구멍이 숭숭 나 있다. 어느 한 군데서 막히면 꽤나 고전을 한다. 그러면서 구멍을 메워가야 한다. 결국 순서만 바뀌었을 뿐이지 모든 것을 해야 하는 것은 똑같다. 덕분에 늘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심하는 버릇이 생겼다.
빠르게 치고 나가다 보면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경험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속도가 필요한 업무에 자주 투입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안정적인 마무리를 할 수 있는 사람에게 넘겨줬다. 하지만 이건 나에게 꽤나 큰 스트레스였다. 사람들은 능력 있다 해줬지만 정작 나는 아무것도 이뤄놓은 게 없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영광은 늘 마지막까지 자리에 엉덩이를 붙이고 마침표를 찍는 사람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입사하고 1년 만에 메인을 맡았다. 사수가 6개월 만에 퇴사를 했고 남들은 그 일에 대해 손사래를 쳤기 때문이다. 나는 아무 저항감 없이 그 일을 익혔고 새로운 것들도 그저 배워 나갔다. 새로운 업무는 신입이나 경력이나 별 차이 없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었고 그렇게 그 일에 익숙해졌다. 무엇보다 내 맘대로 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렇게 나는 남들보다 엄청 빠르게 주축이 되었다.
하지만 일이라는 게 혼자서만 하는 건 아니다. 여러 일을 혼자 하려는 생각은 오만한 생각이다. 프로젝트의 존폐가 자신의 책임이라고 느낀 적도 있지만 그거야 말로 바로 '오버'다. 내가 없는 사이에도 남은 이들은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해 줬다.
그런 나는 프로젝트를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경험을 차장이 되고서야 해 봤다. '수고하셨습니다. 철수하셔도 됩니다'라는 그 말이 얼마나 짜릿한 경험인지 처음으로 알았다. 이제는 그다지 어려운 업무도 아니었고 실력도 있었기에 문제 될 것도 없었다. 팀도 좋았고 고객도 나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 말은 십 수년 체증을 한 방에 내려 보내줬다.
문장이 끝나지 않아도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가 있다. 가깝게는 개인적인 목표일 수도 있고 회사에서는 퇴사 일 수도 있다. 어영부영하지 않게 되는 건 말아야 한다. 관둘 때에도 확실하게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그래야 또 제대로 시작할 수 있다.
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만하게 된 일이 많다. 그런 일들은 늘 아쉬움이 남아 있다. 그만둔 건지 하지 못하게 된 건지 알 수 없다. 그러다 보면 또 고민하게 되고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게 된다. 잠시 멈춘다면 그곳에 쉼표를 찍을 건지 마침표를 찍을 건지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다.
마침표를 찍는 것은 생각보다 큰 열심히 필요하지만 그만큼 큰 평안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