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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곰씨 오만가치 Jul 15. 2024

성장과 멈춤의 커리어 관리

죽을 때까지 성장해야 한다.

 "사람들이 책임님 프로그램 젤 잘하신다고 그러던데요?"

 "농담이라도 그런 말 하지마라. 내가 젤 잘하는 거면 우리 회사 망해"


  그저 해달라는 거 빨리빨리 해주고 남들보다 더 매달려서 몇 가지 해결해 준 적있지만 스스로도 잘한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다. 조금만 세상을 바라보면 능력자들이 수두룩 했다. 그리고 나는 프로그래머가 아니라 엔지니어였다. 나 정도 실력은 IT로 가면 널려 있다.


  조금이라도 더 잘하고 싶어서 여러 책을 보고 할 수 있겠다 싶은 건 적용해 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변하는 세상을 따라가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고 우리는 하루 종일 코딩만 하는 직업도 아니었다. 사실 소프트웨어보다 하드웨어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하는 위치이기도 하다. 신입 사원에게도 늘 프로그래머가 아니라 엔지니어라고 얘기해 줬다.


  그런 면에서 오히려 나쁘지 않다. 프로그램도 해야 하지만 장비도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장에서 살다시피 해야 하기도 하다. 그래서 진입 장벽이 높고 하려고 하는 사람도 많이 없다. 경험만으로도 밥벌이를 거뜬하게 해내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도 많다. 스스로 성장하는 기회를 놓아 버리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 능력을 평가할 때 이런 공식을 들이댄다.


 '누군가 회사에 들어와 나만큼의 할 수 있을 만큼 되기 위한 시간'


  여기에는 중요한 함정이 있다. 왜냐면 새롭게 입사하는 사람은 내가 가르칠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시행착오를 업앤 시간을 그들에게 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짧아진다. 그래서 나는 늘 긴장하며 살아야 한다. 가르치는만큼 배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태된다. 


  하지만 더 심각한 함정은 그렇게 맹렬하게 쫓아올 사람이 없다는 현실이다. 새로운 것을 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고 제일 먼저 해내는 것은 짜릿한 일이었다. 누구보다 먼저 하겠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했던 건 아니다. 모든 것이 처음하는 일이었고 그것 전부는 재밌는 일이었고 늘 희열을 느끼게 해줬다. 궁금한 게 많았고 또 즐겁게 누구보다 빠르게 배울 수 있었다. 빨리 배우니 또 새로운 일이 맡겨졌다. 매번 새로운 것을 할 수 있었고 잘한다는 소리르 듣게 되었고 즐거웠다.


 "네가 에이스야"라는 말에 "네, 애는 있지요"라는 썰렁한 농담으로 맞섰다. 잘한다는 얘기가 싫었던 게 아니라 잘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세상에 널린 지식은 또 얼마나 많을까 나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를 생각하면 그런 말이 부끄러웠다. 내 수준이 회사 수준이 되는 건 더더욱 싫었다(왜 이렇게 까지 생각했지).


  신입 사원에게는 내가 긴장할 만큼 빠르게 성장해 주길 부탁했다(안타깝게도 바람을 이뤄준 아이는 없었다). 배울 의지가 없는 사람을 가르치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런 태도를 가진 이들은 안타까웠다. 그리고 몇 번의 경험을 통해 내 욕심을 투영하는 일은 그만두기로 했다.


 '그저 행복하게 지내자. 내 속도로 성장하면 돼. 자극이 필요한 건 아니잖아'


  여전히 할 일은 많고 가장의 무게도 가볍지는 않다. 시대에 뒤쳐지고 싶지도 않았다. 익히는 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지만 멈추고 싶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늘 내 커리어가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지 불안하기도 했다.


  죽을 때까지 성장해야 한다는 김성근 감독의 말이 새삼 아픈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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