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형목수 Sep 05. 2022

강남역

사람 구경


     강남역



아이고야!    

저기 사람들 좀 보소

물결 넘실거리듯      

파도 쏟아지듯

거푸 밀려     

쏟아져 내려와

신호등에 철썩이네

            

구경 났

구경 났어!

밀려오고 밀려가는

옷자락 나부끼는

청춘 남녀노소

덩실덩실

춤추는 오색

전율이 출렁거리네


이곳으로

저곳으로

방향 없

흩어졌다가 모이는

파도의 포말로 쏟아져

어디론가 흩어져

사라지는 영혼들이여




세상에 재미난 구경거리는 불구경, 물구경, 사람 구경이다. 사람들로 꽉 찬 강남 사거리에 사람 구경이 신난다. 몸과 몸이 부딪히며 몰려다녀 본 기억이 언제인가?


79억 6천만 명의 세계 사람들 중에서, 5천2백만 명의 한국 사람들 중에서, 9백5십만 서울 사람들 중에서 나는 점처럼 혼자 강남역에 서 있다. 몰려오고 몰려가는 사람들이 활기차고 생동한다.


고기는 물을 떠날 수 없듯이 사람들은 사람들 속에서 숨을 쉰다. 한 사람의 나약한 존재로 별것 없는 인류는 무리를 이루어 지구의 행성을 지배하고 있다. 가족에서 씨족을 거쳐 부족으로 커져갔고 결국 국가를 이루었다.


집단에서 배척되는 것은 죽음뿐, 생존을 위해 무리 속에서 기대고 뭉치고 생명의 동아줄을 이어놓고 있었다. 미움과 배신, 질투와 모함이 난무하더라도 우리는 무리를 떠날 수 없다. 사랑과 헌신과 인내의 가면을 쓰고.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현재 0. 81명, 2명의 부부가 결혼하여 0.81명, 이마저도 결혼을 안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으니 인구 절벽이 눈앞에 있다. 과연 22세기에 한국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매거진의 이전글 로드 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