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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형목수 Sep 06. 2022

매미

맹렬한 생명의 외침


         매미


저 매미처럼 맹렬하게

울어 보아라


펄떡이는 고기비늘처럼

시퍼렇게

울어 보아라


서럽고 서러웠던 긴 세월

암흑의 흙 비린내를

피가 나도록

벗겨내며

목놓아

울어 보아라


무슨 사연으로 울든

위선의 가래로 막힌 울대를

맹렬하게 터트려

몸부림치며

울어 보아라


듣는 이

보는 이

있든 없든

나뭇잎 뒤척이는 순간마다

지치지 말고

땅을 치며

마음껏

울어 보아라



여름날, 매미가 운다. 7년이 넘는 땅속의 세월을 견뎌내고 나무에 올라 울어 제친다.


"메~엠, 맴"

"메~엠, 맴, 매 ~ 아르르르"


땅속의 암흑은 서러웠다.

암흑의 세월은 너무도 힘겨웠다.


그 세월에 비해 광명의 햇살은 너무도 짧다.

고작 1개월.

어찌 울지 않겠는가?


울해서도 울고

기뻐서도 울고

서러워서도 울고

사랑해서도 운다.


수컷은 울 수나 있지

암컷은 울지도 못하고 한을 속으로 삼킨다.


울 때는 귀를 막는다.

내 울음의  소리보다 더 큰 회한은 없다.

그래서 그 울음은 아무도 막을 수 없다.


하루하루 초조하게 짝을 찾아

분주하게 다음 세대를 잉태하고

그리고 죽음을 맞이한다.


그 짧은 기간을 위하여

긴 세월을 견뎌온 매미가

어찌 처절하게 울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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