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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 맘 Feb 13. 2021

엄마도 커피 한잔 마실 여유는 있어야지.

재 충전

  


  커피 향이 그윽한 카페에 들어서니  유치원에 가기 싫다는 둘째 아들의 맴맴거렸던 울음소리가 잊히는 것 같다. 유치원 앞까지 기분 좋게 가서 문 앞에 서면 가기 싫다 엄마랑 같이 놀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 이런 일은 빈번하다. 엄마 입장에서는 속 터질 노릇이다. 잠시나마 유치원에 아이들이 있는 시간 동안 나만의 방식으로 충전을 하고 싶은데 둘째 아이가 그걸 방해하는 것이다. 문방구나 편의점에 들러 손에 뭔가를 쥐어주며 달래 보낸 적도 있고, 단호하게 말하며 등 돌리고 보낸 적도 있지만 아직까지도 해답을 찾지 못했다.


  올해 7세가 되었음에도 분리불안이 심하다. 엄마 껌딱지다. 엄마가 눈에 꼭 보여야 하고, 잘 때도 엄마 옆에 꼭 붙어서 자고, 길을 걸을 때는 엄마 손을 꼭 잡아야 한다.


  13개월 차이의 삼 남매 중 둘째. 첫째에 치이고 셋째에 치이다 보니 자기가 사랑받기 위한 본능인 것 같다. 마음도 여리고 비위도 약하고 남자아이임에도 굉장히 섬세하고 예민하다. 어쩌면 나를 가장 많이 닮았다. 무한 사랑을 주며 살살 달래는 수밖에 없지만 혼자서 세 아이를 양육하며 그렇게 한다는 것은  정쉽지 않은 일이다.


  나도 세 자매 중 맏이고 바로 밑에 동생이 지금 우리 둘째처럼 그랬다. 한 번 울면 한 시간도 족히 울었고 중간에 치어 늘 엄마사랑을 독차지하려 했고, 친정엄마를 가장 힘들게 한 동생이다.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그때 왜 그랬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동생의 답은 관심받고 사랑받기 위해서였단다. 리 둘째도 관심받고 사랑받기 위한 표출을 그렇게 하는 것일까?

 

  누구나 육아가 참 힘들다고 말하는데 그것 정답 없고 어떤 통계나 이론적인 대안이 있다 해도 자기 현실에 대입해서 행동하기란 쉽지마는 않기 때문인 것 같다. 13개월 차이의 삼 남매를 줄줄이 낳으며 나는 여자가 아닌 엄마로 불렸으며 그동안 쌓아왔던 커리어는 공중분해되었고  세상에 나 혼자만 갇혀 지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이를 딱히 좋아하지 않았던 내가 3년 연속 산고를 느끼며 아이들을 낳고 이렇게 기르 있다니 이건 기적 같은 일이다.

 

  가끔 힘들다고 친구들에게 말하면 그러게 누가 셋이나 연 연년생으로 낳으래?라고 말하곤 한다. 그렇지 어느 누가 시켜서 낳은 것이 아니라 내가 낳은 것이지. 낳고 나서 힘들다고 말하면 뭔가 모순된 말인 것 같지만 현실은 정말 힘들다. 


  가끔은 그 힘든 현실과 타협하기도 하고 감추려고도 하지만 그 사이사이에 내비치는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눈빛과 행동이 내 마음을 서서히 움직인다.



  탁자 위에 올려놓은 커피잔에서  향긋한 커피 향이 내 코끝을 자극하는 순간 나는 엄마이기보다는 여자가 된다. 날 불러주는 이 하나 없고 이해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도 잠시나마 커피 한잔의 여유로 나를 충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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