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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 맘 Feb 16. 2021

제사, 차례 그게 뭣이 중헌디!

...

   


  연휴가 3일만 넘어가도 나의 인내심이 한계를 드러낸다. 이번 설 연휴는 4일이잖아? 거의 모든 며느리들이 그러하겠지만 나 또한 한 집안의 맏며느리이기에 명절이 좋지마는 않다. 우아하게 기도하며 가족들과 식사하고 담소를 나누던 집에서 자라며 탕국이 뭔지도 모르는 나에게 첫 차례는 우왕좌왕 그 자체였다.


  시어머니가 안 계신 집안에  나보다 14살이나 많은 시누이는 본인이 다 준비할 테니 나에게는 탕국만 끓이라고 말했다. 두 살짜리 아이를 데리고 뱃속에는 또 다른 생명을 품으며 난 탕국이 뭔지를 열심히 폭풍 검색했다. 제사나 차례 지내는 모습을 실제로 본 적이 없는 나로서 너무 어려운 과제처럼 느껴졌다. 재료 또한 각 잡아서 반듯하게 써는 나를 보며 이게 뭐라고 참 한심스럽기까지 했다. 지금이야 일 년에 2-3번 끓이다 보니 별것 아닌 게 되었지만 말이다.

  

  찾아오는 사람이라고는 시누이와 시동생뿐이었지만 내 안의 쓸데없는 승부욕이 음식을 이것저것 하게 만들었다. 둘째를 낳고 셋째를 임신했음에도 친정식구들까지 동원해 음식을 할 정도로 열의를 불태웠다. 나중에 5년쯤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전부 부질없음을. 산 사람이 중요하지 죽은 사람이 뭐가 중요하다고 애 셋을 줄줄이 달고 그 많은 제사 차례 음식들을 해냈을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며느리로서 시댁에 최선을 다했다고 남편에게 표시하기 위한 행동이었음을 깨달았다.


   힘든 육아로 자신조차 돌보기 힘들 때가 있는 나는 결국 남편에게 선언하고 말았다.  간소하게 하면 안 될까? 아예 없애자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 말은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고 그나마 조금 약소하게 하자고 제안했맙게도 남편은 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지금의 상차림은 그야말로 간단 그 자체다. 반찬가게에서 전과 나물을 사기도 하고 조금 양심에 찔리면 다 되어있는 냉동 전을 사서 계란물만 입혀 다시 굽기 한다. 탕국은 이제 그야말로 척하면 척이다.

 

                         [ 구입한 삼색나물과 냉동 전 ]


  

  100프로 부담감을 없앨 수는 없지만 이런 식으로 나마 제사, 차례의 간소화를 진행했다. 또한 제기도 없고 제대로 된 상도 꺼내지 않았다. 우리가 매일 식사하는 식탁에 음식을 차려놓고 이번 차례도 지냈다. 코로나 시국에 다른 가족들 없이 남편과 나 그리고 삼 남매와 차례를 지내는데 굳이 거창하게 할 필요도 없었다. 결국 보이기 위함이고 같이 어울려 먹으려고 하는 음식을 요란하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결국 저 음식들도 다 먹지 못하고 많이 남겨졌는데 말이다.


                                 [ 2021년 설 차례상 ]


 

  워낙에 양반이나 상류층 가문들이 단합이나 세를 보여주기 위해 제사나 차례를 지냈는데 이것이 서민층에게까지 전해지게 되면서 지금의 우리까지도 이 유교적인 풍습을 이어받게 된 것이라고 한다. 서민들이 양반들을 따라 하면서 제사나 차례에 가문의 남자들이 참여하여 가문의 수와 힘을 과시하고 상차림으로 그 재력을 증명하는 등 가문의 세를 과시했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상차림이 간소했으나 재력을 증명하기 위해 올릴 수 있는 음식은 죄다 상에 올려진 것이다.


   그렇다. 결국 딱히 정해진 틀도 방법도 없는 것이다. 집집마다 상차림도 제를 지내는 방법도 다 다르지 않는가. 이것 참 얼마나 낭비인 일인가! 돈이 많은 집안이나 돈이 적은 집안이나 상차림을 한 번씩 할 때마다 엄청난 돈과 시간이 들어가는 것이다. 명절이나 기일에 모여서 조상을 기리고 우애와 화목을 다지는 순 장점은 남긴 채 거한 상차림은 없애고 간소하게 하거나 다른 방법을 모색해 보는 것은 어떨까? 코로나 때문에 한 번 더 생각해 볼만한 문제인 듯하다.




* 커버 사진 출처 : 픽사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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