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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호정 Aug 17. 2016

'말할 수 없는 비밀'과
'사랑'이라는 열쇠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 찾은 '사랑'

비밀


세상에서 가장 알 수 없는 단어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면, '비밀'이란 단어가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단어 자체로 많은 것을 숨기고 있으며, 그것을 쥐고 있는 사람은 그 '비밀'에 대한 고유한 권력을 갖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비밀'들이 어떤 사람들의 특권은 결코 아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밀을 가질 수 있고, 그것에 의문을 갖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그 '비밀'이란 것이 모두 다 같은 모습은 아닐 것이다. 누군가에겐 절대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할 '비밀'일 수도 있고, 어쩌면 밝혀지더라도 스쳐 지나가는 이야깃거리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비밀'에 붙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수식어는 '말할 수 없는'이 될 것이다. 어쩌면 당연하게 들릴 수 있는 이 수식어는 한 남녀의 '사랑'을 담아 애틋함을 드러냈다. 이것은 바로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이야기이다. 영화에서는 한 소년과 소녀의 만남으로 '음악'이란 소재와 함께, 풋풋함을 한껏 담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영화가 '비밀'이란 단어에 어떤 의미를 담아냈을지 살펴보자.


샤오위 : 그건 '비밀'이야.
상륜 : 별게 다 비밀이네.


'예상륜(주걸륜 분)'과 '샤오위(계륜미 분)'의 만남은 '음악'이 만든 우연이었다. 그가 노랫소리에 이끌려 간 곳에 그녀가 있었다. '첫눈에 반했다'라는 말이 그의 마음에 닿았다. 그리고 그는 그녀에게 전에 연주한 노래의 제목을 물었지만, 그녀의 대답은 '비밀'이라고 말해 줄 뿐이었다. 그것에 상륜의 반응은 '어이없다'라는 식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비밀'을 한두 개씩 만들어갔다. 하지만 비밀에 둘러싸이는 그들의 관계는 전혀 불안하지 않고, 그 비밀 뒤에 쌓이는 서로에 대한 '믿음'이 보이는 듯했다.


우리도 누구나 마음속에 '비밀'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이것의 모양은 크기를 막론하고 '비밀'이란 단어 자체로 숨겨지는 것이 타당한 이유를 갖게 된다. 때문에 이러한 비밀은 타인의 것과 비교 불가한 성질을 갖고, 어쩌면 '큰 비밀'이나 '작은 비밀'과 같은 단어는 애초에 틀린 말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타인의 비밀에 대해 존중하는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 자신의 판단하에 '밝혀도 된다'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비밀인 채 유지될 수 있는 것은, 그 비밀의 소유자에게 달려있다. 그래서 비밀이 밝혀지지 않는다 하여, 쉽게 타인을 좋지 않게 판단해 버려서는 안 된다. 물론, 상대방에 대한 '애정'이 존재할 때, 서로에 대해 더욱 알고 싶은 것은 당연하고 영화에서 상륜 또한 그러했다. 하지만 그는 결코 억지로 밝혀지도록 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비밀'을 존중해주었고, 캐묻기보다는 애정 어린 투정으로 답할 뿐이다.


그들은 이러한 비밀 가득한 순간을 '사랑'으로 가득 채웠다. 언젠가 밝혀질 수 있는 '비밀'들을 뒤로 한채 그들이 택한 건 '지금'이었다.


그냥,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간직하자.


그녀에 대해 궁금해하는 상륜에게 그녀는 비밀들이 밝혀질 훗날을 기약함과 동시에,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간직하자'라고 말한다. 그들은 '먼 미래'가 아닌 '지금'을 살아가기를 원했다. 서로 의문을 품고 깊은 고민을 하는 것은 그들 사이에 놓인 '사랑'에 어떠한 걸림돌도 되지 않았다. 그들의 세상이 아름다워지기엔 단지 '지금'이란 순간에 놓인 '사랑'뿐이라면 충분했다. 영화에 나온 '쇼팽의 사랑 이야기'가 이와 의미를 동일시한다. 상륜은 그들이 결국 헤어졌다며 깊은 뜻을 담아내지 않았지만, 샤오위는 그들의 '10년 동안의 사랑'자체를 대단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어쩌면 '결과'란 것만이 매 순간의 판단 기준이 될 수도 있다. '헤어진 연인'에 대해 큰 의미를 담지 않은 상륜의 모습에서도 볼 수 있듯이, 마음이 오가는 순간 또한 '이별'이란 단어 앞에 무색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과거의 감정들을 현재에 와서 재구성한다는 것은 충분히 무리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이란 순간이 어떻게 끝날지 모르는 '결과'로 향하는 '과정'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샤오위가 '쇼팽의 사랑 이야기'에서 주목한 것은 '헤어짐'이 아니라, 바로 그 과정들에 놓여있던 '지금'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쇼팽의 사랑은 비극적이기보단, 어쩌면 이루지 못해 더욱 애틋하게 보일 수 있다. 또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이라는 순간 또한 가볍게 넘길만한 것이 아니다. 때문에 우리는 그녀가 말한 것처럼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간직할 필요가 있다. 먼 미래를 생각하며 걱정하고 고민만을 하는 것은, 어쩌면 '사랑'이란 단어를 우리들 스스로가 무력하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그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품고 있던 '비밀'은 밝혀지게 된다.


너도 날 사랑하니? 


그녀의 '말할 수 없는 비밀'은 말 그대로 '말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녀가 선생님에게 밝힌 마법과도 같은 일들은 그녀를 '미쳐버린 여자'로 만들어버렸고, 이는 그녀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때문에 '상륜'에게 조차 그녀는 말하지 못했다. 그녀가 말하지 못한 것은 '상륜'에 대한 믿음의 문제가 아니라, 사랑으로 가득 찬 행복한 '지금'이란 순간에 괜한 장애물을 더하고 싶지 않았음이 더 컸다. 즉, '비밀'은 그와 그녀의 관계를 유지시켜줌과 동시에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고, 끊임없이 소유자인 샤오위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밝혀지기는 너무나 큰 위험부담이 있었다.


세상엔 밝혀지지 않아야 더욱 아름다운 비밀이 존재한다. 그것들에 대해 침묵하는 것이 깨끗한 세상에 흠집을 남기지 않는 것이 될 수 있고, 이것이 그대로 비밀이란 이름을 지킬 때 동시에 '소중한 것'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샤오위가 갖고 있던 비밀이 그러했다. 그와의 사랑은 영원할 뻔했지만, 곧 위험이 닥쳐왔다. 마법의 매개물인 '피아노'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아픈 마음을 뒤로 한채 그에게 '사랑'에 대한 질문을 한다. 그 마음은 곧 상륜에게 전해져 그 또한 잘 나오지 않는 화이트 펜을 내리치며, 자신의 마음을 가득 담은 하트로 대답하지만 그녀에게 닿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결국 '비밀'은 그 뜻을 저버렸다. 그녀의 마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상륜은 전혀 겁먹거나 두려워하거나 그녀를 이상한 여자로 여기지 않았다. 그에게는 그 비밀을 들은 다른 사람에게 없던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사랑'이었다. 그녀에 대한 '사랑'이 그를 그 어떤 두려움이라도 이겨낼 수 있게 만들었고, 그녀를 향한 마음은 허물어져가는 건물 사이에서도 빛날 수 있도록 그를 이끌었다. 무너지는 세상 속 그의 모습은 '미치광이'가 아닌 '사랑을 향한 순수한 소년'이었고, 그의 마지막 순간임을 알리는 듯한 '피 한 방울'이 마지막을 부정하며 그녀로 이끌었다.




결국 답은 '사랑'에 있었다. 그녀의 '비밀'이 '진실'이 될 수 있었던 데에는 '사랑'이란 열쇠가 존재했다. 흙먼지를 뒤집어쓴 상륜의 모습은 그 어느 순간보다도 멋있게 느껴졌다. 그가 사랑한 '지금'이란 시간은 그 어떤 타인의 손이 아닌 그의 손으로 이루어졌으며, 그녀와의 졸업사진에서는 한없이 행복한 모습으로 서있었다.


우리에게도 수많은 비밀이 있다. 크던 작던 그것들은 '마음의 짐'이 되어 샤오위를 괴롭혔듯, 우리 스스로에게 족쇄처럼 작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을 덜어내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하고, 덕분에 밝히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세상 속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많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고, 단지 우리는 바쁜 현실에 치여 '지금'이란 순간을 가벼이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을 소중히 하고 그 가운데 '사랑'이 놓여있다면, 우리를 가둬놓은 '말할 수 없는 비밀'은 그 가림막을 벗어던지고 '진실'이 되어 우리들의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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