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끝 감기몸살

보통날

by 모소

어제부터 목이 따끔거리고 불편하다. 몸살까지는 아니지만, 그냥 감기몸살에 걸렸다고 하고 싶은 심정이다. 왠지 더 아픈 척하고 싶은 그런 마음.


벌써 십 년째 명절이 끝나고 나면 몸이 쑤시고 피로가 몰려온다. 이런 걸 보고 명절 증후군이라고 하는가 보다. 수년간 반복되고 있는 이런 증상이 명절 증후군인지 이제야 알았다. 그런 건 다른 사람들 얘긴 줄 알았는데...


사실 이번 추석 끝이 더 힘든 이유는 2주 후에 제사상 차리기를 똑.같.이. 또 해야 하기 때문이다. 2주 후 시할머님 제사가 기다리고 있다. 결혼하고 처음에는 명절에 시댁을 꼭 먼저 가야 하는 것, 다른 성씨를 가진 내가 그 집 차례상을 차려야 한다는 것, 남자들이 주방에 들어오지 않는 것, 아니 남자 여자를 불문하고 그 집 성씨를 가진 사람은 주방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 정말, 정말 도무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남편도 나도 파이터가 아니기에, 부모님과 얼굴 붉히기는 싫었기에 아무런 발버둥 없이 그냥저냥 십 년이 흘렀다. 시간이 지나서 그런가, 명절의 모순에 어느 정도는 무뎌진 듯하다. (그 사이 남편이 주방에 들어와 돕기 시작했다. 남편이 들어오니까 시누도 들어오더라...)


그런데 아무리 무뎌져도 2주 만에 똑같은 상을 차리는 건 정말 심한 것 같다. 며칠 후에 제사면, 추석엔 그냥 같이 식사나 하고 보내면 안 되는 걸까? 그러면 하늘에 계신 조상님이 노하셔서 날벼락을 내리시나? 그래, 제사상과 차례상엔 뭔가 차이가 있겠지만, 내가 보기엔 거기서 거기다. 추석에 차례 안 지내니까 시댁에 안 가겠다는 것도 아니고, 친정을 먼저 가겠다는 것도 아닌데 대체 뭐 때문에 이렇게 힘들게 며느리 노릇을 해야 하는 걸까? 이번 추석엔 어머님도 많이 힘들어하셨다. 한 해 한 해가 다르게 힘에 부치시는 거다. 작은 어머님도 마찬가지고. 이렇게 힘든 거, 꼭 해야겠으면 다 같이 좀 하자. 어머님도, 작은 어머님도, 나도 평소에 일하는 사람이란 말이다. 그거 싫으면 차례상 제사상 다 챙기려고 하지 말던가, 것도 싫으면 그 집 사람들끼리 하던가.


아무리 좋은 게 좋은 거라지만, 2주.만.에. 또 하는 건, 가서 또 시중 들라는 건 욕심이다.

차라리 아팠으면 좋겠다. 아픈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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