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무릎 위 고양이

보통날

by 모소

약 두 달 반 전,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 동물, 특히 강아지나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아니, 무서워했던 내가.


사실, 키우기 시작했다기보다는 강제로 선택된 거나 마찬가지다. 눈에 농이 잔뜩 껴서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던, 어미에게 버림받아 우리 차 보닛 안에서 목 놓아 울고 있던 아기 고양이에게 선택당한 것이다.

나는 아기 고양이가 똥을 싸도 엉덩이를 닦아주지 못했고, 코를 박고 이유식을 먹어도 입 주변을 깨끗하게 해주지 못했다. 그저 무서워서. 손바닥 만한 게 무섭다고. 허허.


그래도 아기 고양이에게 '야롱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이유식을 마무리할 때까지 정성스레 돌봤다. 하지만 집에서 야롱이를 키울 수 없는 상황이라 (우리 아들 알레르기 때문에...) 무거운 마음을 움켜쥐며 시골집으로 보냈다. 그런데! 그런데! 야롱이가 눈에 밟혀서 도저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때마침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이 방송에서 흘러나왔다. 야롱이를 시골집에 보낸 지 딱 1주일이 흐른 그때.


노랫말 중에

....

물끄러미 선 채 해가 저물고

웅크리고 앉아 밤이 깊어도

결국 너는 나타나지 않잖아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그대만을 하염없이 기다렸는데

찬바람에 길은 얼어붙고

나도 새하얗게 얼어붙었네.

.....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야롱이의 속마음인 것 같았다. 곧장 야롱이를 시골집에서 데리고 왔다. 대신 우리 집 말고 윗집 사는 엄마 집으로. 그놈의 알레르기 때문에...

어쨌거나 속이 후련했다. 마음속의 큰 덩어리가 쑥 내려간 것 같았다.

요즘 난 엄마 집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며 밥도 챙겨주고 사냥놀이도 해주며 지낸다. 늘 시간이 빠듯하지만 하루에 15분씩 3번 놀아준다. 그 시간이 참 좋다.

물론, 아직도 난 야롱이를 물고 빨고 하진 못한다. 그러나 장족의 발전을 거듭하여 야롱이가 내 무릎 위에 올라오면 도망가지 않고 가만히 있을 수는 있다. 정말 대단한 발전이다. 갸르릉 거리며 내 무릎에 올라와 있는 야롱이를 쓰다듬을 때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나도 다른 집사들처럼 야롱이랑 한 몸이 된 듯 부둥켜안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폴리스 - 요 네스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