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핼러윈이래

보통날

by 모소

한 달 전 무렵부터 어딜 가나 핼러윈 용품과 광고가 눈에 띄더니 드디어 오늘이 핼러윈이란다. 어린 시절 영어학원 다닐 때 처음 접한 핼러윈 데이. 그 당시 우리 엄마의 넘치는 교육열에 이끌려 친구들보다 일찍 영어학원을 다니는 바람에 친구들은 잘 몰랐던 핼러윈 데이를 알게 되었고, 핼러윈 데이는 이상한 마녀모자 쓰고 사탕 받는 날이구나, 라는 것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사실 별로 관심도 없었다.


그렇게 핼러윈 파티는 이태원에 있는, 외국인들이 많이 모이는 클럽에서나 하는 줄 알았는데 웬걸 오늘 내가 핼러윈 파티라는 걸 했다. 그것도 직접.

어렸을 적 영어학원에서 처음 접했던 낯설기만 했던 핼러윈 데이가 어느덧 우리 삶에 꽤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벌써 몇 년째 우리 애들도 이맘때만 되면 핼러윈 어쩌고 하는 걸 보니 말이다. 오늘 느닷없이 동생이 핼러윈 파티를 열자고 했다. 애들을 위해서. 처음엔 뭔 소리여?, 했다. 우리 명절 챙기기도 바빠 죽겠구먼. 그때부터 동생의 설득이 시작됐다.

"언니, 애들이 얼마나 좋아하겠어?"

"지들이 뭘 알기나 해? 됐어."

"그래도 애들한테 추억이 될 텐데? 그런 것도 어릴 때나 하는 거야. 해주자. 응?"

"그런가? 해줄까?"

나는 금세 넘어갔다. 장식품 사러 여기저기 다니는데 이미 괜찮은 장식품은 다 팔리고 없었다. 말할 거면 빨리 좀 말하지. 흠... 그래도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싶어서 우린 낮 동안 내내 발품을 팔았다. 그리고 나름 빵빵하게 준비했다.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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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재밌었다.

무엇보다 애들이 너무 즐거워했다. 가면 쓰고 마녀모자 쓰고 도끼까지 들고 있던 동생의 모습을 무서워하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즐거워 보였다.

지지고 볶는 우리 명절보다 아기자기하게 꾸미는 남의 명절이 더 나은 것 같다.

씁쓸하지만.

앞으로 매년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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