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순 식도락

by 김보리

며느리랑 잘 맞는 음식

며느리는 솜씨는 없는 것 같다. 대신 입맛에 맞는 맛있는 걸 때맞춰 잘 사준다. 입맛도 비슷해서, 회나 굴 같은 해산물 먹을 일 없는 딸네보다는 먹는 걸로는 며느리네가 훨씬 즐겁다. 제일 잘 맞는 건 굴. 굴 한 접시를 둘이 뚝딱 해치운다. 밀가루 같은 거 먹으면 쉬이 탈이 나는데 굴은 아무리 먹어도 탈이 없다. 젊은 며느리도 많이 먹으면 속 안 좋다는데.

며늘네 와서 제일 좋은 건, 아구찜, 아구탕, 해물탕 등을 파는 해물 음식점에 자주 간다는 것. 자식들도 좋아한다. 회는 식당에 가서 먹기보다는 자주 포장해 온다. 딸네는 충청도라 횟집도 잘 없고, 사위가 회를 아예 안 먹는 대신 매일 고기가 빠지지 않는다. 며느리랑 손녀랑 생선구이 집도 몇 번을 갔는데 가도 가도 좋다. 입맛이 잘 맞으니 며늘네 다니러 오는 재미가 있다.


며느리랑 잘 안 맞는 음식

추어탕, 육회, 육전.

이 좋은 걸 며느리는 안 좋아하네. 그래도 추어탕은 때마다 잘 사주고, 손주들은 육전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녀만의 착각이다)


고구마묵

고구마 가루는 너무 소중하다. 묵이 되기 때문이다. 고구마묵이라는 것은 당최 시중에서 김보리도 송승윤도 본 적이 없다.

“아가, 이거 밖에서는 못 사 먹는 거야. 이걸 어서 먹어봐….”

김보리나 송승윤에겐 굳이 밖에서 안 사먹어도 될 맛이다. 굳이 집에서 쒀먹을 이유도 없다. 그러나 이을순이 쑨다면, 함께 쓸 수밖에. 가루 대 물은 1 대 7. 묵묵히 40분. 아들 손자는 안 부르고 싶은데 요 손녀 여시 방구가, 똑같이 10분 씩 쒀야 한다며 아빠랑 손자를 불러낸다. 이을순 혼자서도 끄떡 없이 잘 쒀 먹는데, 손녀는 또 여자만 하기는 억울한가 보다. 그러저러 여러 그릇 묵이 나왔다. 동그랗고 말간 것을 보니 김보리도 기분이 좋다. 맛은 그냥, 잘 모르겠다. 이렇게까지 고생해서 먹어야 할 맛이란 말인가. 이을순에겐 그 정도는 고생도 아니고, 목에 술술 잘 넘어가는 것이 보드랍고 고소해서 맛있기만 하다. 이제 한 사나흘은 끼니마다 고구마묵이다.


녹두전이 먹고 싶다 하니까 며느리가 수원 정자시장에 데려갔는데. 그 집서 두툼하니 아주 맛있게 부쳐줬어. 집에선 그렇게 못해. 설날에 전도 거기서 사자고 며느리가 선수 치네. 그러지 뭐. 만두 하느라고 고생도 했는데. 시장에 찌갯집도 아주 맛있어. 추어탕이랑 동태탕, 내장탕 다 싸고 맛있어. 어유 이젠 집에서 해먹을 필요 없어. 시장에서 사다 먹어. 편하게 살자, 편하게.


된장찌개

영감은 충북 옥천 생. 바다 음식 잘 없고 그렇다고 고기가 흔할 리도 없는 곳이니 이을순 시가는 김치 하나, 나물 두어 개에 된장찌개면 끼니로 그만이었다. 수원 생 이을순도 이제는 그에 길들어 한 이틀만 걸러도 된장찌개가 간절하다. 이것저것 넣을 필요도 없다. 된장만 맛있으면 김치 좀 넣고 무 넣고 우루루 끓이기만 하면 된다. ‘영감 제사상에 요거 하나만 올리면 되는데’ 말은 하면서도 또 그날이면 요모조모 챙기게 된다.

아가, 내 제사상에도 김치랑 된장찌개만 놔도 된다.


순대국

전 일생에 걸쳐 가장 사랑하는 음식. 요즘 말로 최애.

아들이 맛있는 집 찾으면 사다 준다 했는데 아직 한 번을 안 사오네. 며느리가 낫다, 나아.


김치

이거였네. 가장 사랑하는 음식은.

너 없인 못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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