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길 잘했다
특별활동으로 클라리넷을 처음 시작할 때 정원 3명을 채우지 못했다. 플루트는 5명, 바이올린은 6명. 다른 악기 반들은 정원이 넘는 인원이 수강했지만 생소한 악기라 그런지 나를 제외하곤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클라리넷을 배운 적이 있다는 다른 학년 동생과 나, 거기에 교장 선생님까지 셋이 수업을 시작했다.
당시 클라리넷 선생님은 오보에 전공자였고 폴란드 국립 오케스트라에 있었다고 했나? 이집트에서는 한국 학생들 피아노 레슨 선생님으로 유명했다. 클라리넷은 잘 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서 3개월 동안 부는 연습만 했다. 3개월이 지난 후에야 악보를 볼 수 있었다.
새로운 악기를 배우는 재미가 쏠쏠했다. 클라리넷은 3옥타브까지 다양한 음을 낼 수 있고 무엇보다 소리가 좋았다. 삑사리가 나지 않는다면 무거운 저음부터 청량한 고음까지 깨끗한 소리가 저 멀리까지 난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난 재미있게 배우는데 친구들이 "엄마가 클라리넷을 하면 배가 나온대" 같은 이상한 소리를 했다. 배에 힘을 주고 부는 건데 무슨 배가 나온다는 걸까.
그 해 학예회에서 연주를 했다. 운동장에 학부모님들을 모시고 플루트, 바이올린, 클라리넷 공연을 했다. 학부모님들 반응이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엄마는 클라리넷 하길 잘했다고 좋아하셨다. 아마 다른 학부모님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신 걸까? 학예회가 끝나고 클라리넷 반은 4명이 추가되었다.
클라리넷끼리 화음을 넣을 수 있다. 소프라노와 알토로 나눠서 악보를 연습했다. 나는 고음보단 저음이 소리가 잘나서 거의 알토를 했다. 삑사리도 덜 나고 숨이 차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다. 클라리넷은 체력 싸움이었다. 배에 힘을 주고 숨을 불어넣어야 해서 한 곡이 끝나면 모두 숨이 차서 헉헉댔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레슨을 받은 적은 없고 혼자서 악보를 보고 불었다. 2~3개월에 한 번 아니면 6개월에 한 번. 부는 방법을 까먹지 않으려고 1년에 최소 2번은 불었다. 한국에 올 때도 가지고 왔고 서랍장 깊숙이 모셔놨다. 한국에서는 소음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서 잘 안 분다.
피아노 외에 다룰 수 있는 악기가 있다는 건 좋은 것 같다. 실력이 꽤 빠른 속도로 늘었는데 방법은 꾸준한 연습이었다. 집에서 매일 클라리넷 악보랑 피아노 악보를 1시간씩 불었으니, 늘었겠지. 그땐 연습한다고 생각 안 했다. 공부하기 싫어서 연습 핑계 대고 클라리넷을 불었다. 그 정도로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