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회복탄력성의 힘

오르락내리락하는 삶을 받아들이며

by 자모카봉봉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무너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겉으로 보기에 아무렇지 않아 보여도 이유 없이 가라앉는 날이 있고, 평소처럼 살아가는데도 갑자기 마음의 균형이 흐트러지는 순간이 있다. 예전의 나는 그런 날이 찾아오면 스스로를 탓하곤 했다. ‘왜 나는 이렇게 흔들릴까’, ‘왜 이렇게 약할까.’ 하지만 돌이켜보면 흔들림은 약함의 증거가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통과해야 하는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나는 오래전부터 ‘회복탄력성’이라는 개념을 좋아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힘, 좌절을 마주해도 결국 다시 걷게 만드는 마음의 근력. 어쩌면 살아가는 동안 가장 필요하고, 가장 오래 가는 능력은 이 힘일지도 모른다. 힘든 순간마다 어떻게든 다시 일어나려 했던 나의 모습도 결국 이 회복탄력성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떤 회복력은 이론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진짜 무너져 본 사람만이 알게 되는 감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나에게는 그런 경험이 분명히 있었다. 일을 막 시작했을 때, 어렵게 잡힌 강의가 있었다. 익숙한 분야가 아니라 새로운 주제였기에 부담도 컸지만 그만큼 열심히 준비하고 싶었다. 그런데 준비 기간 내내 첫째 아이가 아파서 결국 입원까지 하게 되었다. 강의 날짜는 이미 잡혀 있고, 취소도 어려운 강의였다.

“강의가 있는 날은 내가 병원에 있을게.”

남편이 그렇게 말해주었고, 나는 아이 병실에서 강의 자료를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안 되는 일인지 곧 깨달았다. 아이가 뒤척이면 노트북을 덮어야 했고, 집중하려 하면 간호사가 들어왔다. 조금만 울어도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결국 애매한 준비 상태로 강의장에 서게 되었고, 결과는 스스로 만족할 수 없었다. 돌아오는 길, 나는 세상이 무너진 것 같았다. ‘나는 일을 할 자격이 없나? 시작도 못하면서 무슨 강의를 한다고…’ 자존감은 바닥까지 내려앉았고, 오랫동안 마음 깊숙이 가라앉아 있었던 날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다양한 인생 그래프를 보고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알게 되었다. 나는 강의 중에 ‘인생그래프’를 그려보는 활동을 종종 하는데, 인생그래프를 그려보면 누구의 삶도 평탄한 직선이 아니다. 산에도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바다에도 밀물이 있으면 썰물이 있듯 사람의 삶에도 높낮이가 존재한다. 그래프를 따라가다 보면 내려가는 순간들이 오히려 그 사람을 깊고 단단하게 만든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 역시 힘든 시간을 통과한 뒤에야 행복을 더 크게 느끼게 되었다. 무너져본 사람만이 다시 일어섰을 때의 따뜻함을 안다. 그 시간이 있었기에 평범한 하루의 고마움을 더 크게 느끼게 되고, 작은 기쁨에서도 마음이 움직인다. 그래서 이제는 내리막이 왔다고 해서 나를 비난하지 않기로 했다. 삶은 원래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고, 그 흐름 속에서 우리는 계속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개념이 중요한 이유는 나 자신 때문만이 아니다. 아이들을 키우며 회복탄력성이 얼마나 삶에서 큰 역할을 하는지 더 깊게 느끼게 된다. 아이들도 저마다 열심히 살아가지만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험과 좌절을 만나겠는가. 지금의 받아쓰기 시험, 태권도 심사, 부회장 선거, 작은 자격증 시험들은 어쩌면 성인이 된 후 마주할 더 큰 시련을 작은 단위로 연습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나는 아이들이 잘되기를 바라지만, 그렇다고 모든 실패를 막아줄 수는 없다. 조금은 실수하게 하고, 조금은 넘어지게 하고, 그 안에서 다시 일어나는 법을 배우게 하고 싶다. 단단한 회복탄력성은 넘어지지 않는 힘이 아니라, 넘어져도 오래 머물지 않고 다시 일어나는 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나는 나 자신도, 아이들도 ‘회복의 기술’을 배우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글쓰기가 그런 기술이었다. 쓰다 보면 마음속에 엉켜 있는 게 조금씩 풀렸고, 온전한 내 속도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도서관에 가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일도 도움이 되었다. 아무에게도 설명하지 않아도, 말하지 않아도 되는 그 고요한 공간에서 나는 다시 중심을 되찾았다. 산책 역시 회복의 루틴이었다. 자연의 속도에 내 마음을 맞추다 보면 삶의 리듬도 다시 부드럽게 이어졌다.


이 작은 루틴들은 내가 다시 중심에 설 수 있도록 만든 ‘나만의 회복 연습’이었다. 그리고 나는 아이들에게도 이런 회복의 힘이 자연스럽게 스며들기를 바란다. 어떤 순간에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마음, 자기 삶의 리듬을 믿는 마음, 흔들려도 괜찮다는 확신. 그런 힘을 가진 아이들로 자라기를, 그리고 그런 힘을 가진 어른으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리고 동시에, 나는 스스로에게도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나는 많이 흔들렸고, 많이 넘어졌지만, 그때마다 결국 다시 일어났다. 그런데 그게 지금의 나를 만든 힘이고, 그 힘은 앞으로의 나도 지켜줄 힘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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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작은멈춤>

1. 내 인생의 오르막과 내리막 중, 지금 떠오르는 한 장면은 무엇인가요?

2. 그 순간에서 내가 배운 것은 무엇이었나?

3. 앞으로의 삶에서 더 단단해지기 위해 필요한 마음은 무엇일까요?


"삶은 흔들릴 수밖에 없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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