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은 유난히 운치 있다.
흐르는 양 옆의 빛들은
단지 밝은 노란색 이라기보단 깊고 진한 색을 띠고,
어둡다-보단 '은은함'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한 단어로 설명하지 못하는 빛은
사랑처럼 오묘하다.
그래서 그런지 터널을 바라 보고 있을 땐,
어지럽도록 수 놓은 도시의 화려함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와 터널 빛들만이 존재하고
나도 저들과 함께인 것 같은 분위기에 사로잡힌다.
나만 있는 듯한 침묵 속엔
BGM처럼 잔잔하게 노래하는 차들의 소리들이 아픔 깊은 곳 까지 어우러진다.
언제나 그랬듯이 자리를 지키는 조명들을
하나 둘 지나치다 보면 하릴없이 지나간 날들이
아쉬워 나도 모르게 눈가가 시큰해진다.
그렇게 생각에 빛들이 세어지지도 않을 만큼 담긴다. 아스라이
단 몇 초, 우린 그냥 스쳐 지나간 것뿐인데도
내 눈 속에 잠겨진 많은 빛들이 살랑여
공연히 서글픈 밤의 나를 비추는 듯하여
내 눈은 반짝거리지만, 슬피 빠져든다.
그렇게 순간의 환상 속에서 쉽사리
헤어나기는 어려운 일이다
처음 그대에게 반했던 그 몇 초와 같아-라고
괜스레 핑계를 대며 그대 생각을 한다.
아등바등거리었던 오늘 하루의 세계에서도
스쳐 지나가는 터널의 품과 빛들에 감싸져 포근함에 모든 걸 맡길 수 있는.
잠시라도 걱정 지었던 모든 걸 잊게 해 주는,
그대에게 나도 그런 따뜻한 터널 같은 존재가 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