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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흩다 Nov 23. 2015

낮에 뜨는 달과 해

변하지 않는 것들.



난 꽤 개인적인 사람이라서,

온갖 잡다한 신경들을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이 필요한 세상이 버겁다.

나에겐 다른 사람, 그들의 말들에서부터 시작되어 파동이 얽혀 이는 지금보다,

        내 안의 그 누구도 기억되지 않은 개인의 시간,                

나만 홀로 서 있는 시간의 기분을 좋아한다.


지나치게 사람들과 섞여 어지러웠던 날엔 잠깐 상상해 본 적이 있었다.

외딴 섬에서 '나 혼자가 되어보고 싶다'고, 어지럽고 메스꺼운 그 '세계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아마 그럴 수 있다면 내가 바라 하던 철저한 외로움에 갇혀있을 수 있겠지만

겁이 나 끝내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한다

겁쟁이처럼. 바보 같게도.


하지만 이 덕분에 알 것도 같다

벌써 몇 차례나 지나간 늦 사춘기의 이유를.

이런 개인적인 시간들을 좋아하게 된 모든 이유는 당연하듯이 '집단 속의 나'에서부터 기록되니까.

그래서 정작 나만의 시간이 왔을 때에도 그들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어쩌면,

익숙해져 버린 우리의 시간 때문이겠다.


사실 난 내 생각보다 외로움을 많이 타서,

누구나 그렇듯이 소외되는 그 기분을 끔찍이도 싫어한다.

나에겐 타의로든 자의로써든 혼자 남겨져 있어야만 하는 지금보다,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어울리는 우리의 시간, 모두와 함께 서 있는 시간의 기분을 좋아한다.


이렇게 난 갈팡질팡하게 뒤 섞인 마음으로 양면성의 끝에서 버둥이지만

그로써 조금은 술 대신 외로움을 취하고 싶던 새벽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위로할 수 있었다.

지는 달과 해를 셀 수 없이 마음 속에 필사했던,

한 없이 흩어지던 새벽에서 바라 본 나와 우리의 시간들은 낮에 뜨는 달과 해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나 혼자던, 누군가과 함께 있던  

내 온전한 세계의 그 시간과 느낌, 사상과 색깔은 변하지 않을 것들 임을 알기에.

마치 마음 속 깊숙히 자리한 사랑처럼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 아직 살아감의 가치는 충분하다

외로움을 피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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