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니였기에.
우린,
사실 우리가 아니었다.
그대와 나는 '그대'와 '나'였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이 되어버린 그 단어 속엔, 너무 많은 나의 애정이
'우리'라는 틀 안에 가둘 수도 없이 미어터지듯 자리한다.
그대가 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앞으로도 난 어떤 존재일지.
어렴풋이 느껴지는 그대의 애정 없는 표정조차 내겐 더 없는 의미가 되고,
귓 속 가득 퍼지는 그대의 부드러운 음성에 넋을 잃고, 방향을 잊어
미묘한 이끌림을 거부하지 못한 채 간절히 그대를 원했던,
어딜 가든 그대만 찾는 내 눈꺼풀 속 그대의 자리는
끝 내 공허함만이 가득했다.
그대에게 차마 내어주지 못 할 비밀 속 애정들은 사랑이란 형상을 띄지 못해
'우리'라는 틀 속에 담을 수도 없는 그대가 너무 미운 내가,
언제부터 그대의 이름을 되뇌이고 있었는지. 온몸 가득 품고 있었는지.
그렇게 오늘 밤은 공허함, 그 속에서 그대를 떠내려 보냈다
더 이상 그대와 내가 아닌, 우리 그 자체로 남고 싶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