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새겼던
겨우 불을 끈 새벽, 아직은 환한 어둠 속
불의 잔상에 아른히 일렁이는 하얀 빛,
그 빛이 아득히 방을 감싸 안고
부풀어 오른 공기가 푸욱. 내려앉은 듯 처져
허우룩한 마음만 둥둥 떠다닌다.
이불을 덮어도 좀 처럼 접어들지 않는 마음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심장의 소리만 사근사근히
녹아드는 혼자의 익숙한 어둠,
그 어둠조차 잠자리를 들기엔 너무 늦어버린 밤
아무리 다가가도 좁혀지지 않는 그대와 나,
그 거리의 한 가운데에서
겨우내 그대를 생각했다.
겨울이 깊어 갈 수록, 짙어만 가는 마음과
모두의 하루가 끝난 밤이 되서도 여전히
그대를 생각하며, 그렇게 그대를 새겼던 밤.
아린 겨울이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