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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파인 Dec 13. 2021

내가 뭐라고 이들에게 명령할까

수도에서 1시간쯤 떨어진 외곽 지역의 사업장을 갈 때마다, 외국인인 나를 신기한 듯 보며 "무중구!(외국인!)"라고 외치거나"Hi, Hello, Good morning" 등 쉴 새 없이 인사하는 아이들이 많다. 때론 옷깃을 잡기도 하고, 이동하는 내내 말을 걸기도 한다.


얼마 전 직원과 얘기를 하다가 들은 내용은, 일본인 봉사단원 중 한 명은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 마을에서 지역주민들과 함께 살며 일을 하니, 그 지역의 아이들은 그 일본인을 외국인이 아닌 한 가족처럼 대한다고 한다. 휘파람을 불거나, 옷깃을 잡거나, 관심을 받기 위해 소리를 치는 게 아니라, 손을 잡고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며 친밀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었다.


종종 또는 한 주에 한 번씩 사업장을 가면서, 그들을 관리 감독하며 내가 도움을 주는 수혜자라는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게 된다. 이방인으로 온 내가 마치 뭐라도 된마냥 떠들고 난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참 복잡한 심경이다.


아프리카인들이라고 싸잡아 얘기할 수는 없지만, 이들의 특징 중 하나는 굉장히 느긋하고 시간에 대한 약속이 명확하지 않으며 핑계가 많고 책임을 지는 것을 매우 부담스러워한다. 그래서 때로는 이들의 이러한 낙천적이고 느긋한 성격으로 인해 사건, 사고에 대한 안일한 대처가 일을 그르칠 때가 있고 그럴 때마 정말 억장이 무너지고 화가 날 때도 있다. 물론 어떤 이들은 최선을 다하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금 이 시기에, 내가 이곳 르완다에 내가 온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걸 찾기까지 시간이 조금은 걸릴 수도 있겠고 못 찾을 수도 있겠지 싶다. 뭐 해보면 후회도 덜 하겠지.


이곳에 와서, 내가 바라는 것을 명확히 요청하는 것 그리고 요청된 것이 응답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 이런 것을 배우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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