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아프리카 르완다에 온 지 약 8개월 정도 흘렀다.
그동안 있었던 일을 간략히 정리하자면, 8월, 르완다에 오자마자 아이가 모기에 물려 얼굴 전체가 퉁퉁 붓고 가려워했다. 다행히 르완다 수도는 말라리아모기가 많이 없어 말라리아 증상은 없었지만, 조그마한 얼굴에 모기 물린 자국으로 생채기가 나있으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 그 상처는 없어졌다.
한 달쯤 지나, 9월에는 사무실에 도둑이 들었다. 총피해액은 현금과 현물을 포함해 약 450만 원 정도였다. 경찰에 신고를 하고 조사를 받고, 사무실과 건물 CCTV 조사까지 했으나, 결국 지금까지 잡지 못했다. (자세한 내용은 08화 아프리카 르완다 사무실에 도둑이 든 썰 푼다. (brunch.co.kr))
10월, 11월에는 르완다 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르완다 한인들과 교류도 많아졌다. 한인교회를 가면서 알게 된 사람들, 업무로 인해 만나는 사람들 등 타지 생활을 하며 비슷한 나이의 아이들을 키우는 사람들을 만나니 묘한 동지애를 느끼게 되었다. 그러면서 르완다 수도 내 다양한 음식점과 어디에 가면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현실적인 정보들도 알게 되었다.
12월에는 이사를 준비했다. 르완다 첫 집도 나름 괜찮았지만, 아이를 키우기에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자세한 내용은 10화 6개월 만에 이사 가기로 했다 (2부) (brunch.co.kr)) 아이가 만 3세가 되기 전에 먼저 유치원을 보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 이사는 필수였다. 그렇게 1달여 이사 갈 지역과 집주인들과의 협상을 진행하였고 약 10개 정도의 집을 본 후 1월 말에 비로소 이사를 가게 되었다.
1월, 2월에는 새로운 집에서의 적응기를 보냈다. 그리고 아이도 집 앞 유치원을 가게 되었다. 새로운 집은 그 전의 집보다 조용했고, 아이가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충분했다. 방이 하나 더 생겨서 아이방도 줄 수 있었다. 조금씩 르완다의 삶에 익숙해지고, 내 집, 내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이가 처음에는 유치원이 낯설어 첫 1~2주 정도는 가기 싫다 하고 울기도 했으나, 1달이 지난 지금은 친구들, 선생님과 잘 논다고 한다. 가끔 엄마가 보고 싶어 울었다고 하지만, 그렇게 말로 자기 생각을 표현할 줄 아니 한편으로는 다행이라 생각이 든다. 아이 반에는 총 10명 정도가 있는데, 외국인은 총 2명 그중 동양인은 내 아이 한 명이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이 머리나 얼굴을 만져보거나 안아본다고 한다. 낯선 환경에서 낯선 언어를 익혀가는 아이를 보며, 어릴 때 이러한 곳에 온 게 아이의 인생에 작은 경험이길 바란다.
이제 곧 생일을 맞이하는 아이, 항상 이맘쯤에 몸이 크는 건지 아프던 아이는, 지금 며칠째 코감기, 기침감기를 앓고 있다. 아프지 않고 크는 아이가 없지만, 너무 많이 아프지 않길 바란다. 한국에서 멀리 떠나 아프리카 작은 나라로 온 것이 아이의 선택은 아니지만, 이곳에서 아이가 행복하고 여기서 배우는 많은 것들이 추후에 아이에게 강점이 되길 바란다. 부모는 아이에게 아무리 잘해도 항상 부족하고 미안한 것 같다. 육아를 하는 것이 항상 기쁘고 행복하고 즐거운 일은 아니지만, 그 와중에 기쁘고, 행복하고, 즐거운 경험을 조금씩 쌓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