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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캬라멜 Dec 11. 2021

좋은 것 찾기보다 나쁜 것 피하기

만남을 보는 3가지 시선

우연이 아닌 '만남'

만남은 우연이 아니라는 유행가 가사를 아무 생각 없이 따라 불렀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많은 의미를 담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인연을 강조하다 보면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따라오고, 모든 것은 예정에 따라 움직인다는 운명 결정론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만남은 우연이나 필연이기보다는 내 의지에 따라 만날 확률을 높일 수도 피할 수도 있다. 여기 서로 다른 3가지 만남에 대한 얘기가 있다. 그 만남의 대상은 음식일 수도, 행동일 수도, 생활습관일 수도 있다.


프로듀서 박진영의 '만남'

프로듀서 박진영 씨는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는 철저한 자기 관리와 건강 유지의 비결로 “좋은 것을 먹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나쁜 것을 안 먹는 것이 건강을 위해 중요하다”라고 얘기했다. 흔히 우리는 뭐가 건강에 좋다고 하면 그걸 찾아서 먹느라 바쁘고 누가 뭘 좋다고 하면 인터넷에서도 구하기 힘든 품귀 현상이 나기도 한다. 

그런데 좋은 음식 10번 먹는 것보다 안 좋은 음식, 안 좋은 습관 하나 안 하는 것이 건강을 위해서는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담배 피우는 사람이 폐에 좋은 음식 아무리 먹어봐야 그 효과를 얻을 수 없다. 칼로리가 높은 지방이 많은 튀김 음식을 먹고, 고지혈증이나 피가 맑아지는 약을 먹은들 그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흔히 한약이나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을 때 피해야 하는 음식이나 습관을 한의사나 의사가 얘기할 때가 많다. 이 말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굳이 그 보약을 먹지 않아도, 약을 먹는 동안 먹지 말아야 할 음식 안 먹는 것을 충실하게 지키며 건강이 좋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만남으로 다시 얘기해보면 결국 내 건강은 좋은 음식과의 만남만큼이나 안 좋은 음식과의 만남을 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박진영 씨의 얘기에 한 표를 던진다.


명리 전문가의 '만남'

<운의 그릇>을 쓴 김원 작가는 이런 취지의 얘기를 그의 책에서 했다. “한 번 운이 좋기를 바란다면 운이 좋은 행동을 하면 되지만, 평생 운이 좋기를 바란다면 운이 나쁜 것은 우선 피해야 한다”라고 했다. 명리학적인 의미의 이 말이 처음에는 잘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박진영 씨의 건강 유지 비결에 대한 얘기를 듣고 나기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좋은 일을 한번 하는 것이 쌓이다 보면 분명히 나에게 득이 될 것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은 좋은 성적으로 돌아오고, 직장에서 열심히 한 일은 나에게 대한 평가와 보상으로 돌아온다. 사람에게 공을 들이면 상대방도 나에게 보답을 할 가능성이 높고, 가정에 공을 들이면 가족 구성원들의 행복으로 이어진다.

평생의 운의 의미는 다르다. 아무리 좋은 일을 많이 하더라도 한 번의 실수나 잘못된 행동이 직장에서나 가정에서, 내 인생에서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과거의 실패를 복기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김 원 작가는 얘기한다. 만남으로 다시 풀어본다. 나의 운은 좋은 행동과 좋은 일들과의 만남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좋지 않은 일, 나쁜 일, 나쁜 행동들과의 만남을 최대한 피하는 것에 달려있다는 의미에 역시 한 표를 던진다. 


주역에서의 '만남'... 천풍구

주역에서 만남을 의미하는 괘가 있다. 44번째 괘인 ‘천풍구’는 하늘 아래 바람이 불고 있는 모양이다. 바람은 이곳에서 저곳으로 부는 일종의 메신저다. ‘천풍구’는 또한 어떤 일이 일어날 징조, 조짐을 의미하기도 한다. 만남의 의미와 닮아 있다. 만남은 어떤 징조를 통해 나타난다. 하지만, 주역의 ‘천풍구’가 강조하는 것은 만남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남의 대상인 상대를 잘 파악해야 한다. 만남은 어떤 사람이 아닌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천풍구’는 모든 만남이 좋은 것은 아니라고 주역에서는 말한다. 힘든 상대와의 만남은 피하는 것이 좋다. 좀 어렵지만 천풍구를 괘로 풀이해보면 보면 제일 밑의 음효(☴)를 제외하면 나머지 5개는 모두 양효(☰)이다. 어떤 책에서는 이를 다섯 명의 남자(양효)가 한 명의 여자(음효)를 만나게 되는 상황이라면 피해야 하는 만남이라고 풀이하기도 한다.


에필로그.

모든 만남이 좋은 것은 아니라는 주역의 의미까지 얻고 나니 항상 문제는 많은 인간관계와 만남에서 비롯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많은 인연은 나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그중에는 나쁜 만남이나 나에게 이롭지 않은 관계가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다. 내 전화번호에 저장되어 있는 모든 사람에게 다 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SNS 이용과 피로도의 상관관계를 다룬 논문들이 제법 있다. SNS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날 때, 너무 많은 사람과 맺어져 있을 때 관리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피로로 이어지고 결국 SNS를 떠나게 된다는 것이다. 몸에 나쁜 것은 먹지 않고, 나쁜 운과 마주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항상 되돌아보는 사람들의 생활 습관은 항상 새로운 것과의 만남에서는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는 주역의 지혜와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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