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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캬라멜 Aug 29. 2023

30%만 더 보태면 돼

숫자로 보는 스타일(style) 살리는 법 - E : expressive

얼마나 더 보태야 할까?


물잔에 물이 70%가 차 있으면 30%는 빈 것이고, 내가 시험에서 70점을 맞았으면 30점은 틀린 것이다. 하루의 18시간이 지났으면 6시간은 남은 것이고, 한 해에서 10개월이 흘렀으면 2개월은 아직 남은 것이다. 운동에서 스윙은 힘을 주는 것보다 빼는 것이 어렵고, 재테크에서는 사는 것보다 파는 것이 어렵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생각보다 많이 보태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있다. 메모해 두고 자주 참고하는 다양한 분야의 황금비율에 대해 정리해본다.


# 9대1 "내 생각을 10%만 보탤 수 있으면 성공이야"


주변에는 직장에 다니면서 틈틈이 공부도 하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다. 사실 직장 생활 시작과 동시에 공부는 끝났지만 직장 생활을 오래하다 보니 그 바닥과 밑천이 금새 드러났다. 직장인 공부의 특징은 뭘 가르쳐주는 선생님이 없다는 점이다. 대학원을 다니게 되더라도 교수가 뭘 가르쳐주지 않는다. 연구 문제도, 연구 수행도, 그 결과 해석도 교수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뿐 실질적으로 내 손으로 끝내야 한다. 그래서 제대로 졸업하려고 마음먹지 않는한 직장인 공부는 시작하기는 쉬워도 제대로 끝내기가 쉽지 않다. 학부 4년의 받아쓰기 공부만 해본 사람들은 애를 먹는다. 글로 접했던 연구를 몸으로 체험하는 순간이다.

 

연구란 무엇인가? 한 교수님이 그랬다. 연구는 내가 궁금한 것을 체계적인 방법으로 설득해나가는 것이. 이게 어렵다. 내가 아는 것이 없으니 궁금한게 뭔지 모르겠고 체계적인 방법은 배워본 적이 없고 결과적으로 타인을 설득해나가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 그렇게 헤매다가 딱 떨어지는 문장을 발견했다.

 

김익한 교수(<거인의 노트>, 2023)는 연구와 관련해 이런 얘기를 했다. 뭐든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주요 키워드에 자신의 생각 10% 정도를 더하면 완성된다. 대학원의 논문이 딱 그렇다. 처음 논문 쓰기가 어려운 것은 논문의 어떤 문장도 내 머릿 속에서 나온 것을 그대로 써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근거가 있어야 한다. 학문의 세계에서는 선행 연구라고도 한다. 믿을 만하고 검증된 타인의 연구를 제대로 인용해야 신빙성을 인정받는다. 그래서 연구를 할 때 90%는 선행 연구(reference)가 차지한다. 내가 더할 것은 거기에 딱 10%다. 연구를 처음하는 사람들이 a라는 이론을 보고 b나 c의 새로운 논문을 발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유는 두가지다. 첫째, 너무 어렵거나 둘째, 그 길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업 학생이 아닌 part-time 연구자로서 a에서 b를 발견하기 보다는 a에서 a’를, a’에서 a”를 발견하는 자세를 터득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90%는 빌려오고 10%의 자기화를 더하면 적어도 공격받지 않는 연구가 된다. 그 길은 일단 검증된 길이기 때문이다.

  

# 8대2의 경우 "대화의 80%를 차지하는 건 감정"


대화의 기술을 다룬 책은 무수히 많다. 상대방과 얘기를 잘 이끌어 나갈려면 대화의 내용이 중요할까, 분위기가 중요할까. 누군가와 싸우거나 얘기가 잘 되지 않았던 경험들을 돌이켜보니 내용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역시 김익한 교수는 "내용의 중요도가 20%라면 감정이 80%를 차지한다"고 말한다. 이때 감정은 내 감정과 상대방의 감정 모두를 포함한다. 대화를 주도하는건 뭘까? 내가 허를 찔린건 내용이 아니라 감정과 분위기라는 점이다. 내 감정이 상대를 받아들일 상태가 돼야 말이 귀에 들어온다. 동시에 상대가 내 말을 들을 감정이 유지되어야 대화가 이어진다. 메시지가 중요하지만 내용은 거들 뿐이다. 


# 또다른 8대2 "상위 20%가 전체 80%를 이끈다고?"


'파레토의 법칙'이 있었다. 19세기 말 이탈리아 경제학자 파레토가 발표한 상위 20%가 전체의 80%를 담당한다는 법칙은 여전히 유효하다. 기업이나 백화점, 물건 판매 분야에서는 잘 팔리는 20%의 물품이 전체 매출의 80%를 담당하기도 한다. 조직을 설명할 때 상위 20%의 직원이 전체 80%의 일을 담당한다는 주장도 있다. 동시에 요즘에는 많은 의문과 도전을 받는 이론이기도 하다. 하지만, 유튜브를 보면 조회수가 높은 영상 20%가 전체 조회수의 80%를 차지하는 것 같기도 하다. 분야에 따라 다르게 볼 일이다.


# 이제는 2:8 "여전히 중요한 나머지 80%"


'롱테일의 법칙'은 파레토의 법칙에 반기를 들었다. 파레토 법칙과 정반대의 내용으로 웹 2.0의 시대에 새롭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터넷 이후에는 인기가 없는(사소한, 눈에 띄지 않는 다수) 80%가 20%의 핵심보다 더 뛰어난 가치를 창출한다는 내용이다. 물건 판매에 적용하면 온라인 매장의 경우 오프라인에서는 구할 수 없는 80%의 틈새 상품에서 매출의 대부분이 나온다는 ‘긴 꼬리’의 법칙이다. 이 법칙은 오프라인 매장 리모델링의 마이더스의 손 유정수 대표의 6:4의 공식에도 적용해볼 수 있다.


# 6대4 "60%는 활용하고 40%는 남겨두라"


식음료 사업 분야에서 공간 리모델링과 활용에 탁월한 능력을 보이고 있는 유정수(글로우 서울) 대표는 최근 SBS의 방송에 출연해 이렇게 얘기했다. 매장은 6대 4의 법칙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60%는 영업 공간으로 활용하되 40%는 체험 공간으로 남겨두라는 말이다. 장사를 하는 주인의 입장에서는 40%의 공간을 공용으로 남겨두라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체험 공간은 오프라인 매장 생존의 필수적인 부분이다. 단순히 물건을 사기 위해서라면 굳이 발품을 들여 ‘그 곳’에 갈 이유가 없다. 온라인 검색을 통해 훨씬 싸고 다양한 물건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수동에 가보면 6대4의 법칙을 따르는 많은 매장들을 볼 수 있다. 온라인 쇼핑을 할 수 있지만 성수동의 매장들을 찾는 이유다.



# 7대3 "30%만 참신함을 보태면 된다"


글을 쓸 때는?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거나 아이디어를 낼 때 고민하게 된다.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는 특히 그렇다. 새로움이란 뭘까? 사람들이 가장 공감하는 황금비율은 항상 고민이다. "새로움은 70%의 보편적인 내용에 30%의 참신함을 가미하는 것"이라고 한다. 게임과 스토리텔링 분야에서 뛰어난 학식을 보여주고 있는 이화여대 한혜원 교수의 얘기이다. 한 교수는 게임과 같은 콘텐츠 분야에서 새로운 개발할 때도 이같은 법칙을 놓고 고민한다고 했다.


물론 시기와 맥락에 따라 이 간극이 벌어지기도 좁혀지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보편적인 것이 70%는 돼야 한다는 점이다. 맞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만들거나 고안할 때 전혀 다른 것을 생각하면서 시간을 낭비한다. 너무 새로운 것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 낯선 것일 뿐이다. 역사가 먹히는 이유는 누구나 결과를 알기 때문이고 고전이 먹히는 이유는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어 끈질기게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적당히 익숙한 스토리에서 공감은 나오고 30%의 새로움이 가미될 때 스토리는 신선해진다고 생각한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70%의 공감 가능성은 최소한의 안전핀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7대3의 법칙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자칭 '책만 읽는 바보'(看書癡: 간서치)라던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도 이 황금비율을 놓고 똑같은 고민을 했다. 역시 글쓰는 사람은 새롭고 참신한 글쓰기에 대한 공통된 고민이 있다. 이덕무는 이렇게 본다. 글을 잘 쓰려면 "옛 것과 새로운 것을 절묘하게 잘 버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의고와 창신'이다. 그 설명이 지금 읽어도 제대로 짚었다고 생각된다. 순수한 성품을 가진 개인들의 개성을 중시한 이덕무는 "사람들이 자신만의 문장 하나를 가슴 속에 담고 있다"고 본다. 사람마다 얼굴이 서로 닮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같은 이유로 "천하의 재주로 옛글을 모방하면 인위적인 것은 많고, 자연스러움이 없어져서 틀이 갇힌다"고 했다. 이덕무는 이를 속박이 된다는 의미의 '구(拘)'라고 말했다. 그게 다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개성만을 강조한 지나친 창신 역시 본연의 천성을 해치고 허망한 말에 치우칠 수 있어 역시 틀에 갇힌다"고 했다. 그 또한 '구(拘)'라고 했다.


이덕무보다 나이가 많지만 친구나 다름없었던 동네 절친이자 형님인 연암 박지원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법고창신(法古創新)'. 직역하면 옛 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해낸다는 의미다. 이를 말과 글에 적용해보면 역시 출발은 보편적인 것을 따라야 한다. 그 위에 참신함을 얹어야 한다. 볼 때마다 무릎을 치게 된다.


70%의 익숙함에 30%의 참신함을 버무려야 시청자나 독자가 떠나가지 않는 콘텐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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