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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캬라멜 Sep 09. 2023

인터뷰 당해보고 알게된 것들

스타일(style) 살리는 법 - Y : you

몇달 전부터 예정되어 있던 심층 인터뷰를 했다. 정확히는 당했다.


이번에는 내가 묻는 것이 아니라 질문에 내가 답해야 했다. 해당 연구의 인터뷰 대상이 내가 된 것은 최근 몇년 동안 관련 일을 우리 회사에서 내가 제일 오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됐다. 인터뷰는 회사에서 진행됐고 질문자들은 그 분야에서 저명한 교수님들이라는걸 프로필을 보고 알았다. 전화 통화로 인사를 먼저 하게된 해당 교수들은 인터뷰가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고 얘기하면서도 '조용한 공간'을 요구했다. 녹음이 필요한거다.

 

일단 수락했으니 준비가 필요했다. 당장, 뭘 물을지가 궁금했다. 사전 질문지가 있었다면 나름대로 준비를 했을텐데 질문지를 부탁했지만 교수들은 보내지 않았고, 나도 놓쳤다. 전화 통화를 통해 내가 답할 수 있는 부분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한터라 대충 예상되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했다.

 

인터뷰 준비는 면접 준비와 비슷한 점이 있다. 대충 큰 틀의 주제가 있는 만큼 어떤 질문이 들어오더라도 반드시 이 내용만은 해야 되겠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준비하는 것이다. 메모도 해놓고 시뮬레이션도 해봐야 한다. 입사 시험에서도, 지금까지 수없이 많이 받아왔던 면접에서도 항상 똑같았다. 상대방은 허를 찌르는 질문을 하지만 당황하지 않고 내가 준비한 걸 맥락에 맞게 이어나가는게 도움이 될 때가 많았다. 물론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역시 대화는 내용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감정이라도 받쳐줘야 한다. 상대와의 교감은 언제나 중요했다.


인터뷰가 시작되다.

인터뷰 전문가들의 질문은 쉬운 것부터 시작됐다. 다만 답하기 쉬운 질문이라도 예상 가능한 답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입장을 바꿔서 내가 질문을 할 때도 그랬으니까.

인터뷰가 진행되니 본격적인 질문이 이어졌다. 뒤로 갈수록 예상했던 질문들에 난 앞서 답해왔던 내 논리가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개인적인 생각을 말할 수도 있었지만 내 생각이 조직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될 수 있는 만큼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사견임을 전제로 부연 설명을 해야 했다.


몇개의 질문은 받는 순간 내가 아는게 없거나 생각을 정리하기가 어려운 것들도 있었다. 예상 질문에는 전혀 없었던 내용이다. 솔직히 말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준비된 것이 없어(제가 아는게 없어) 길게 답변드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터뷰가 끝난 뒤

내 대답이 질문의 내용을 훨씬 넘어서 질문자가 앞으로 할 질문에 대한 대답까지 먼저 하는 것도 종종 있었다. 말하자면 김이 빠지게 하는 것이다. 이런 대화는 이후 질문에서 맥이 빠지게 했고 약간의 중언부언, 같은 내용 반복으로 이어졌다. 말하자면 아까운 시간을 조금 허비한 것이다.

인터뷰를 할 때 나도 마지막은 하고 싶은 말이나 부족했던 걸 얘기해달라고 할 때가 많지만 내가 인터뷰를 당할 때 막상 같은 질문을 받고 보니 인터뷰 중간 중간에 메모를 더 해놨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알게 된 것들

첫째, 질문의 요지를 정확히 파악하자. 질문을 받은 뒤 내가 바로 느낀 질문의 요지는 기존의 내 생각 회로에 저장된 논리대로 정리되기 쉬웠다. 하지만, 애매한 질문의 요지를 다시 물었을 때는 대부분 내가 생각한 내용의 질문이 아닐 경우가 많았다. 내 생각의 회로는 가장 쉬운 경로를 따르기 때문이다.

 

둘째, 결론을 먼저 얘기하고 뒤에 부연 설명을 해주자. 오해가 없어지고 훨씬 명료해진다. 말하자면 영어식 답변이라고 볼 수 있다. 주어와 서술어를 분명히 해주고 두괄식으로 결론을 말한 뒤 하나, 둘, 셋 이렇게 부연 설명을 해주니 듣는 교수들과도 오해가 없었다. 그들도 메모하기가 쉬웠던 것처럼 보였다.


셋째, 묻는 말에 대한 것만 정확하게 얘기해주자. 얘기를 하다보니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이 부연 설명되곤 했다. 그러면 종종 얘기는 옆길로 새기도 하고 결국 뒤에 나올 질문을 먼저 대답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그들의 인터뷰가 꼬이게 된다.


넷째, 강조하고 싶은 건 몇 번 반복해서 정확히 짚어주자.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다시 한번 말씀 드리겠지만, 여러번 반복하게 되는데, 결국 같은 이유로" 등으로 말머리를 시작한 뒤 거듭 반복해서 짚어준 것은 상대방도 비슷한 중요도로 인식하는 것으로 보였다.


다섯째, 답변 중간중간에 부족하거나 필요한걸 메모해뒀다 마지막 질문에서 기회를 주면 그때 말해주자. 이것 역시 중요한 것 같다. 중간에 키워드를 메모해두니 마지막에 잊지 않고 말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고 나중에 얘기해야지 넘어간 것은 결국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교수들이 예정했던 시간을 훌쩍 넘겨 2시간여 동안 인터뷰가 진행됐다. 프로젝트 연구 보고서를 쓰기 위한 심층 인터뷰인 만큼 예정된 시간보다 인터뷰가 길게 진행됐다는 건 일단 다행이라고 생각됐다. 상대방이 나에게 얻을 게 많았거나 적어도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뭔가가 있었다고 보면 시간을 허비하지 않은 셈이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 역할 놀이는 그래서 필요하다. 내가 상대의 입장이 되어보는 거다. 그러면 보인다. 내가 뭘 고쳐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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