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느 기업의 부동산 활용법

포트럭이 들려주는 부동산 이야기 : 마케팅편

by 포트럭

지난 시간의 CJ푸드월드에 이어 기업의 부동산 마케팅 두번째 이야기 입니다. 신사동 가로수길 자주 가시나요?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곳이 바로 가로수길에 있는 시몬느 핸드백 박물관 입니다. 기업이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부동산(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먼저 모르시는 분들이 있을테니, 시몬느라는 기업에 대해 설명을 좀 하겠습니다. 여자라면 시몬느라는 이름은 몰라도 그 제품은 최소 하나 이상은 가지고 계실 겁니다. 지방시, 겐조, 마이클 코어스, 마크제이콥스 등 유명 브랜드의 가방을 만드는 곳이 바로 시몬느 입니다. 쉽게 말해 명품가방 OEM(제조자 개발생산방식)업체 라고 할 수 있지요.


시몬느는 1987년 설립된 핸드백 제조회사입니다. 한 분야에서 오랜기간 역량과 노하우를 쌓은 기업이지요. 그 실력을 널리 인정받아 지방시, 셀린느, 로에베 등 세계 명품 핸드백 생산량의 9% 이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OEM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마이클코어스, DKNY, 마크 제이콥스의 핸드백 라인 론칭에도 직접 관여했으니, 정말 대단한 기업이지요.


매출액 6,000억원에 영업이익률도 제조업으로서는 상당히 높은 16%(2012년기준) 수준이니, 소위 말하는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 기업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남의 제품만 만들어 주다 보니, 회사의 대표인 박은관 회장님은 일종의 갈증과도 같은 아쉬움이 생겼다고 하네요. 제품을 만드는 기술력과 타 브랜드 론칭 참여를 통해 쌓은 경험이 있으니, 이제는 우리도 브랜드를 가져야 겠다는 생각을 하신 겁니다. 이렇게 해서 시몬느는 자체 브랜드 개발을 시도하게 되었고, 시작과도 같은 프로젝트가 바로 핸드백 박물관 입니다.


simone_bagstage_building.jpg


시몬느 핸드백 박물관의 외관 모습입니다. 옥상부에 핸드백 손잡이 형상이 보이시죠? 이렇게 건물 모양부터 핸드백 이미지를 구현했습니다. 건물 자체가 홍보물인 셈입니다. 해외에도 이런 건물들이 있지요. 대표적인 예가 미국 오하이오주에 있는 Longaberger 사옥입니다. Longaberger는 수공예 바구니 제조회사입니다. 건물 모양만 봐도 딱 알겠지요? 정말 최고의 광고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13649D3E5084992B21AF63



이야기가 잠깐 샜네요. 다시 핸드백 박물관으로 돌아갑니다. 이곳에는 핸드백 역사가 고스란히 전시되어 있습니다. 1500년대 이탈리아 지갑부터 최신 핸드백까지 다양하게 볼 수 있지요. (핸드백 박물관은 전세계 최초라네요.)

gallery.jpg 고급스럽고 클래시컬한 디스플레이가 눈에 띕니다.


핸드백 제작과정도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IMG_7591.jpg


IMG_7612.jpg 출처 : 시몬느 핸드백 박물관 홈페이지



그리고, 핸드백 전시/기획전도 수시로 열리는데요. 전시회 이름이 "BAGSTAGE 展" 입니다. 기발한 네이밍 이지요? 기업의 사회적 책임 관점에서 신진 디자이너 들을 위한 무료 전시회도 열고 있습니다.


시몬느는 드디어 "0914" 라는 브랜드를 론칭했는데요. 9월 14일은 시몬느 박은관회장님이 지금의 아내를 만나신 날이라고 하네요. 참 로맨틱 하십니다. "0914" 는 당연히 그 날짜에 맞춰 2015년 9월 14일 론칭쇼를 하게 됩니다. 물론 핸드백 박물관에서, "BAGSTAGE 展"을 통해서 였습니다.

그리고, 도산공원 근처에 0914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합니다.

0914 플래그십스토어2.jpg 0914 도산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 모습. 모던하고 세련된 분위기 지요?
0914 플래그십스토어.jpg 출처 : 0914 공식 페이스북





자, 이제 부동산 관점에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자체 브랜드 개발은 기업 입장에서 굉장히 중요하지만, 또한 어려운 시도입니다.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위해 상당히 많은 비용이 들지만, 비용 대비 효과성은 미지수인 경우가 많지요.


그래서, 시몬느는 핸드백 박물관이라는 공간을 활용한 것입니다. 위치도 요즘 가장 핫한 가로수길이지요. 시몬느라는 이름이 생소한 소비자에게 시몬느가 어떤 기업인지, 어떤 제품을 만들어 왔는지 알리고 핸드백 기업으로서의 위상과 프라이드를 한껏 고취시키는 아주 좋은 전략입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신규 브랜드 기획과 인큐베이팅이 이루어 집니다.


"이렇게 대단한 시몬느가 만든 브랜드가 바로 이것이다." 라고 알리는 것이지요.


그리고 가방 전시회와 신진 디자이너 지원을 통해 지속적으로 시몬느의 이미지를 고양시킵니다. 광고업계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Spray and pray(일단 뿌리고 기도한다)"

불특정 다수에게 일단 전단지를 뿌리고 찾아오기를 기대한다는 말인데요.


광고의 목적은 목표 타깃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많은 기업들이 spray and pray 와 같은 방식으로, 단발성 광고를 하고 있지요. 시몬느는 이를 탈피하고자, 핸드백 박물관이라는 유형적 공간을 통해 목표 타깃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다음에 가로수길에 가시면 꼭 한번 들러보시지요. 여자분이라면 더더욱 이요.


이상으로 오늘의 이야기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