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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맛집은 어떻게 도심 빌딩속으로 들어왔을까?

포트럭이 들려주는 부동산 이야기(8) : 상업시설 제7편

by 포트럭

오랜만에 돌아온 부동산 이야기입니다. 상업시설 7번째 편이네요. 오늘은 F&B 분야의 최신 트렌드인 셀렉티드 샵(Selected Shop)에 대해 살펴볼 텐데요. 대표적인 셀렉티드 샵에 대한 소개와 부동산 디벨로퍼의 관점에서 그 개발배경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요즘 상업시설의 가장 Hot 한 분야는 바로 F&B(Food&Beverage, 식음료) 지요. 인터넷 쇼핑, TV홈쇼핑 등 온라인의 발달로 오프라인 쇼핑 시장이 점점 위축되다 보니 쇼핑몰도 판매시설의 매출 감소폭을 만회하기 위해 F&B(식음료)의 비중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백화점도 이런 트렌드에 충실합니다. 지난 편에 소개한 현대백화점의 Eataly, 갤러리아의 고메이 494 등의 예를 보면 잘 알 수 있지요. 백화점뿐이 아닙니다. 많은 쇼핑몰(Mall)들이 앞다퉈 F&B를 특화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주목할 만한 것이 바로 셀렉티드 샵(Selected Shop)입니다. 셀렉티드 샵은 쉽게 얘기하면 편집매장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신발 중에는 ABC마트가 있지요. 한 가지 브랜드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브랜드를 판매하는 곳이지요. F&B에서 말하는 셀렉티드 샵은 소위 말하는 맛집을 모아놓은 곳인데요.


요즘은 여행도 맛집을 찾아다니는 식도락 여행이 유행합니다. 어디에 뭐가 맛있다고 하면 멀리 있더라도 찾아갑니다. 그리고 그 자체가 여행이 되지요. 횡성 한우를 먹기 위해 강원도 여행을 떠나고, 이성당 빵을 먹어보기 위해 군산에 갑니다. 그만큼 미식이 우리 삶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쇼핑몰도 이런 트렌드에 맞춰 전국 맛집을 모은 콘셉트를 전개하고 있지요. 지금부터 소개할 광화문 디 타워의 파워플랜트 종로 그랑서울의 식객촌이 대표적입니다.





1. 먼저 파워플랜트(디 타워, 광화문)입니다.


파워플랜트는 광화문 디 타워 3층에 자리한 셀렉티드 매장입니다.

이태원, 가로수길 등 가장 트렌디한 지역에서도 손꼽히는 맛집들을 셀렉트 해 놓았습니다. 랍스터 쉑(Labster Shack, 가로수길), 길버트 버거 앤 프라이(Gilbert's Burger & Fries, 가로수길/이태원/코엑스), 코레아노스(Coreanos, 압구정 로데오), 부자피자(Pizzaria D'Buzza, 이태원), 매니멀 스모크하우스(Manimal Smoke House, 이태원)가 바로 그 맛집들이지요.

파워플랜트 메뉴모음.bmp 이렇게 유명 맛집들이 모여 있습니다. (출처 : 파워플랜트 공식 홈피)



맛집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자료입니다.

파워플랜트메뉴.jpg 5가지 맛집을 한 곳에서 만날수 있지요. (출처 : 파워플랜트 페이스북)



푸드코트 형식으로 되어 있고요. 셀프로 주문할 수도 있고, 주문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는데 이때는 10%의 수수료가 붙습니다.

파워플랜트메뉴모음.jpg 이렇게 다양한 음식을 한 테이블에 놓고 먹을수 있다는 거지요. (출처 : 파워플랜트 공식홈피)


젊은 층 타깃에 맞춰 인테리어도 상당히 감각적입니다.

파워플랜트.jpg 파워플랜트 모습. 디타워 3층에 있습니다. (출처 : 파워플랜트 페이스북)





< 디벨로퍼의 관점에서 본 파워플랜트 >


디 타워는 대림산업이 개발해서 소유하고 있는 오피스 빌딩입니다. 연면적 약 32,000평에 24층 빌딩으로, 빌딩 명의 디(D)는 대림의 이니셜을 딴 것이지요. 외관을 보시면 참 독특한데요. 네이버 디자인 총괄을 담당했던 조수용 씨가 프로젝트 매니저로 개발에 참여했었지요.

디타워전경.jpg 블록을 쌓아 올린 듯한 독특한 모습의 디타워 (출처 : 대림 홈페이지)


디 타워의 MD구성은 기존 오피스빌딩과 조금 다른데요. 일반적으로 오피스빌딩의 저층부는 지하 1층에 식당, 1층에 커피숍, 은행 등을 구성하는 게 대부분 이었습니다. 오피스의 부대시설 기능 정도였지요. 그런데 디 타워는 지상 1~5층까지 상업시설(주로 F&B)을 공격적으로 배치했습니다. 즉, 오피스 상주인구 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닌, 외부 수요까지 끌어들이는 전략이지요. 일본 동경의 오피스를 가보면 이러한 구성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원인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요. 1) F&B산업의 성장세2) 오피스 공실률의 증가 추세가 바로 그것입니다.


1) F&B산업의 성장세 : 수요의 꾸준한 증가로 상업시설 중 F&B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고, 이것이 오피스빌딩까지 영향을 주는 것입니다.

2) 오피스 공실률의 증가 추세 : 오피스, 특히 서울의 프라임급, A급 오피스는 전통적으로 가장 안정적이고 수요가 꾸준한 시장이었지요. 그런데 지속적인 오피스 공급 증가와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오피스 공실을 채우기가 점점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오피스 내 다른 용도의 비중을 점점 늘리고 있는데, F&B가 가장 대표적이지요. 또한, 오피스보다 F&B의 임대료가 높기 때문에 오피스빌딩 소유자 입장에서도 이득입니다.


다만, 상주인구(오피스 근무자)가 존재하는 평일 점심과 저녁은 F&B 운영이 유리하지만, 주말에는 외부 수요를 끌어들여야 하는 큰 숙제가 있지요. 그래서 F&B를 대형화, 차별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피스내 리테일의 변화.jpg



2. 다음으로, 식객촌 (그랑서울, 종로)입니다.


식객촌은 허영만 원작 만화 "식객"에 등장하는 팔도 맛집을 모아 놓은 곳입니다. 종로에 위치한 그랑서울(GS건설 개발)에 처음 입주한 이후 구로 G밸리, 일산 빅마켓, 인천공항에 줄이어 입점했지요.


식객촌.jpg 촐처 : 식객촌 홈페이지



식객촌에 입점한 주요 브랜드는 아래와 같습니다. 만화 식객에서 음식 칼럼이스트 진수와 대령숙수의 후손 성찬이가(합쳐서 진수성찬) 티격태격하며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찾아다닌 맛집들이지요. 식객은 워낙에 유명한 만화이고 영화, 드라마로도 나왔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보셨겠지만, 그래도 안 보신 분들을 위해 식객촌에 있는 브랜드의 에피소드 편을 소개해 드립니다. 가보시고 싶다면 먼저 예습하고 가시면 더 좋겠지요?



봉우리전면.png
봉우리_원전.jpg
무명식당전면.jpg
무명식당_원전.jpg
벽제갈비전면.jpg
벽제갈비_원전.jpg


수하동전면.jpg
수하동_원전.jpg
오향족발전면.jpg
오향족발_원전.jpg
전주밥차전면.jpg
전주밥차_원전.jpg

(식당 모습 : 그랑서울 홈페이지, 원작 : 식객촌 홈페이지)



< 디벨로퍼의 관점에서 본 식객촌 >


식객촌이 처음 입점한 그랑서울은 종로의 피맛골 재개발 사업에 의해 신축된 오피스빌딩입니다. 피맛골은 조선시대 높으신 양반들이 타고 다니던 "말을 피해 다니던 길"을 말합니다. 우리네 서민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지요. 그래서 서울 도심에서도 가장 오래되고 전통적인 길이었습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서민들의 고픈 배를 채워 주던 정겨운 곳입니다. 호주머니 가벼운 사람들이 부담 없이 들러 막걸리 한 사발에 푸짐한 안주를 즐길 수 있던, 그런 곳이었지요.

피맛골.gif
피맛길.jpg


하지만, 재개발의 거센 흐름에 피맛골도 결국 세월을 뒤로 하고 사라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들어선 신축건물 중 하나가 바로 그랑서울입니다.


그랑서울은 피맛골의 역사성을 스토리텔링으로 재해석하고자 했고, 그렇게 해서 탄생한 공간이 바로 청진상점가(그랑서울의 쇼핑몰, F&B위주로 구성)입니다. 피맛골에 모여 있던 그 많던 서민적인 음식점들이 신축건물 안으로 들어온 듯 합니다. 청진상점가라는 글자체부터 인테리어까지, 상당히 복고적인 분위기입니다.

청진상점가1.png
청진상점가.jpg


청진상점가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테넌트가 바로 식객촌입니다. 성찬이가 찾아다니던 그 맛집들이 바로 피맛골의 정서와 너무나 잘 맞지요.


부동산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콘셉트이라고 이전 편에 말씀드렸는데요. (쇼핑몰의 아이덴티티 편 참조) 바로 그 콘셉트를 이끌어 내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역사성과 스토리텔링입니다. 장소가 가진 역사성을 스토리로 풀면 가장 자연스럽게 흥미 유발과 인지도 상승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랜드마크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랑서울은 청진상점가와 식객촌을 통해 이를 구현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물론 그랑서울의 높은 임대료 때문에 청진상점가에 입점한 식당들의 가격이 비싼 것은 피맛골의 서민적인 정서와는 맞지가 않네요^^;;)




오늘은 상업시설의 최신 트렌드인 셀렉티드 샵에 대해 부동산 디벨로퍼의 관점에서 살펴보았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시간이 새벽 4시... 배고픈 시간에 맛집이라니... 글을 쓰면서 입맛만 다십니다.




PS) 피맛골 때문에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우리나라와 관광선진국인 유럽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전통적인 공간을 대하는 자세입니다. 오랜 세월의 역사성을 가진 곳이라도 우리는 개발의 논리로 없애 버리지만, 유럽은 철저하게 보존하면서 시대의 흐름에 맞춰 진화시키지요. 장기적으로 무엇이 더 이익일까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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