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럴리스트가 될 것인가,
스페셜리스트가 될 것인가?

포트럭이 들려주는 회사생활 이야기 (6) : 직원과 관리자의 역할

by 포트럭

회사생활을 하다보면 '나는 어떤 직원이 되어야 할까' 고민을 하게 된다. 업무 능력을 기준으로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특별한 전문성은 없지만 어떤 일을 맡겨도 기본 이상은 해내는 제네럴리스트(Genaralist)와 특정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춰 그 분야에서는 탁월한 성과를 내는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로 나눠 볼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의 화두는 바로 이것이다. 과연 나는 제네럴리스트가 되어야 할까? 아니면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야 할까?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에 앞서, 오늘의 주제와 연관되는 이야기로 법륜스님의 말씀을 먼저 언급하고 싶다.


나는 법륜스님의 강연이나 글을 자주 보곤 한다. 사람들의 고민을 단순 명쾌하게 정리해 주시는데, 정말 식견도 넓으시고, 통찰력도 대단하셔서 감탄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한 번은 친한 직장동료와 함께 서초동에 있는 정토회 법당에 간 적이 있는데 그때 들었던 얘기를 잠깐 소개하고자 한다.

400px-Pomnyun_in_seoul_in_2014.jpg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은 꼭 한번 들어보시라. (출처 : 위키피디아)


법륜스님이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절에서 일꾼으로 청소 등 기타 잡일을 도맡아 하던 때였다고 한다. 어느 날 거지가 절에 구걸을 왔다. 그런데 나이도 젊고 사지도 멀쩡해 보여 스님은 먹고 재워 줄 테니 절에서 같이 일하자고 제안했다. 그날부터 거지는 절에서 법륜스님과 한 방에서 자고 먹으며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스님은 하루 종일 열심히 일을 하는데, 거지는 눈치나 보며 대충대충 일을 하더라는 거다. 화가 난 스님은 왜 일을 대충대충 하냐고 따져 물었다.


거지는 이렇게 답했다. "매일매일 하는 일이라는 게 열심히 해도 별로 티가 안 난다. 그런데 괜히 열심히 해서 병나면 꾀병 부리는 것처럼 보여 오히려 핀잔만 듣고, 몸은 몸대로 망가진다. 그러니 요령껏 적당히 하면서 누가 볼 때만 열심히 하는 척하면 일 열심히 한다고 칭찬받고 몸도 챙기고 하니, 일 시키는 사람이나 하는 사람 모두에게 좋은 거다."


스님은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다그치며 계속 열심히 일했다. 그러다가 정말 거지 말대로 너무 무리해서 그만 병이 나 드러누웠다는 것이다. 그랬더니 정말로 주지스님 눈치가 보이더라는 거다. 그리고 사람들 앞에서만 열심히 하는 척하던 거지가 오히려 주지스님의 칭찬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한 매장 관리자가 법륜스님에게 일부 종업원들이 일을 제대로 안 한다고,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불평스런 질문을 하자 해 주신 말씀이다. 스님은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인사관리와 성과측정의 어려움에 대해 설명해 주신 것이다.


이어지는 스님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직원들 서로를 상대평가하지 말라."

한 반의 30명 중 1~ 5등 하는 사람을 모아 놓으면 그중 꼴찌도 반에서는 상위권이다. 반대로 뒤에서 5명을 모아 놓으면 그중에 1등도 반에서는 하위권이다. 즉, 성과측정을 할 때는 그룹 내에서 상대 평가하지 말고, 직원별 업무량과 난이도 등을 객관화해서 그 기준을 가지고 절대평가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즉, 관리자는 직원들을 서로 비교하지 말고 직원별 업무범위를 정의해 성과측정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다음, 조직 전체의 업무 스케줄을 관리해서 특정 직원에 일이 몰리지 않게 하고, 기한 내 일이 끝날수 있도록 해야 한다.


회사의 하루 일과를 가만히 보면, 업무에 따라 또는 시간대에 따라 어떤 직원은 일이 몰리고, 어떤 직원은 일이 없어 손을 놓고 있는 때가 생긴다.


그래서 근무시간 중에는 놀다가 퇴근 무렵에 바빠져서 야근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만약 하루 8시간 업무 시간을 기준으로 팀 내에 일이 일정하게 배분되도록 하면 야근할 일은 안 생길 것이다.


조직이 항상 바쁘고 야근이 많다면 팀장이 업무 우선순위에 따른 배분이나 스케쥴링을 잘 못해서 라고 볼 수 있다. (만약 업무 배분을 잘 해도 근무시간 중에 일을 끝내지 못한다면, 그건 인력이 부족한 것이니 직원을 충원하는 게 맞다.)


그렇다면 이때, 직원들의 업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분할 것인지가 문제 된다. 여기서 일본의 리조트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호시노 리조트"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의 유명 럭셔리 체인이다. 1904년, 호시노 군지 라는 사람이 도쿄에서 90분 거리에 있는 가루이자와 지역에 료칸을 개업하면서 호시노 리조트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그 후 관광 트렌드의 변화와 많은 현대식 리조트의 등장에 대응하기 위해 호시노 리조트는 대 변혁의 시기를 거치게 되는데, 이를 한마디로 말하면 바로 "리조트 경영의 전문화"이다. 전통 료칸에 현대적 경영기법을 도입해 운영/관리의 효율성을 극대화한 것이다.


이것을 주도한 사람은 미국 코넬대에서 현대호텔의 경영기법을 배우고 돌아온 창업자의 아들이었다. (참고로 코넬대는 호텔업계의 리더들을 다수 배출한 명문으로, 코넬대 인맥이 전 세계 호텔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가루이자와 호시노 리조트는 2005년 료칸의 전통미와 현대적 운영기법이 결합된 모델로 재탄생하였다. 그리고, 호시노 리조트는 사업 확장을 위해 "호시노야", "카이", "리조나레"라는 세 가지 브랜드를 만들어 시설 콘셉트를 차별화하고 사업 확장을 위한 체인화를 진행 중이다.


hoshinoya-karuizawa-subph-01_mini.jpg 가루이자와 호시노야 (출처 : 호시노 리조트 홈페이지)




호시노 리조트가 경영을 현대화하며 도입한 것이 바로 멀티 태스킹(Multi Taskng) 기법이다. 쉽게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객실 청소하는 메이드는 체크아웃 시간인 11시부터 체크인 15시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하지만 그 외 시간은 바쁜 일이 없다. 레스토랑 직원은 아침, 점심, 저녁 식사시간에 바쁘지만 중간에 비는 시간에는 한가하다.


시간대별로 직원들의 일과를 취합해 표로 정리해 보면 어떤 시간에 일이 몰리고 어떤 시간에 일이 없는지를 한눈에 알 수가 있다.


그런 다음, 특정 직원이 바쁠 때 한가한 직원이 이를 돕도록 일정을 조정한다. 객실 담당이 한가한 시간대인 아침 식사시간에 레스토랑을 돕고, 레스토랑 직원이 점심시간 이후 객실을 돕는 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직원들의 스케줄을 최적화하면, 특정 직원에게 일이 몰리지 않게 되고 업무도 무리 없이 마치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하려면 직원들이 두 가지 이상의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본인이 "정"의 입장에서 전문적으로 하는 일과 "부"의 입장에서 보조하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이제 글의 서두에 제기했던 화두로 돌아가 보자.


"제네럴리스트가 될 것인가? 스페셜리스트가 될 것인가?"에 대한 나의 생각은 바로 제네럴리스트도, 스페셜리스트도 아닌 "멀티 스페셜리스트(Multi Specialist) 가 되자."이다. 대학으로 따지면 주전공 하나와 부전공 하나를 가지는 것이다.


실무자 시절에는 특별하게 강점을 보이는 업무 분야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회사에서 언제까지 한 가지 업무만 계속할 수는 없다. 부서이동이나 승진 등으로 업무가 바뀌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이 향후 맡고 싶은 업무를 부전공으로 두고 경험과 역량을 쌓아 놓으면 나중에 그 업무를 맡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렇듯 두 가지의 업무를 해낼 수 있다면 앞의 호시노 리조트 사례처럼 조직에서 시간별로 업무 배분을 해서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멀티 스페셜리스트가 될 수 있을까? 여기서 다시 강조하고 싶은 것이 바로 관리자의 역할이다.


앞서 살펴보았듯, 관리자의 역할은 첫째, 조직의 업무를 정의하고 성과측정 기준을 만드는 것이다. 둘째, 업무를 배분하고 스케쥴링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셋째가 바로 직원을 코칭하는 것이다. 팀장급 관리자는 본인이 맡은 조직의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전문성을 바탕으로 직원들을 트레이닝 시켜야 한다.


직원들이 멀티 스페셜리스트가 되려면, 직원 자신의 노력과 함께 관리자의 코칭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상으로 오늘의 이야기, 끝...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