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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트럭 Feb 04. 2017

모두 어디로 간 걸까?

포트럭의 소소한 이야기(5)  

대학시절, 앞으로 사회에 나가 무슨 일을 하며 살아야 할지 막연한 때였다. 내 적성이 무엇인지, 어떤 일을 잘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냥 주위에 고시 공부하는 친구들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도 그 길로 접어들었다. 


뚜렷한 목표의식이 없어서 였는지 절실함도 없었다. 그냥 도서관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으면 안도감이 들었다. 학생식당도 열지 않는 명절 연휴에 스터디 친구들과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우면서, 우리끼리는 자조 섞인 한숨을 내쉬었지만 한편으론 마음이 편안하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시험은 만만치 않았다. 1차 합격과 2차 탈락을 반복하며, 나의 선택에 대한 커지는 의문과 그에 반비례하여 줄어드는 자신감에 마음은 공허했다. 


그럴 때면 도서관 난간에 걸터앉아 계절이 변하는 모습을 보며 MP3 볼륨을 높였다. 

친구들은 조금씩 다 적응해 가고  분주함에 익숙한 듯 표정 없어 
숨소리를 죽이고 귀 기울여 봐도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어 
어디로 모두 떠나 가는지 쫓으려 해도 어느새 길 저편에
불안해 나만 혼자 남을까 뛰어가 봐도 소리쳐 봐도




급작스럽게 취직을 결심하고 객지에서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실험실에서 실험을 하다 보면 어느덧 밤이 깊었고, 그렇게 어두운 길을 걸어 터벅터벅 기숙사로 향했다. 적막한 방문을 열고 들어가 불도 켜지 않고 누웠다. 나의 선택이 옳았는지, 계속 이 길을 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며 하루하루가 지났다. 


혼자 눕기에 너무도 커다란 방이었기에, 쓸쓸함을 채우기 위해 음악을 틀었다. 


사람들 얘기처럼 세상 살다 보면 결국 남는 건 너 혼자 뿐이라고 
떠나가는 기차에 아무 생각 없이 지친 몸을 맡긴 채 난 잠이 드네 
떠나온 여기는 어디인 건지 알 수가 없어  

길 잃은 아이처럼 무서워  나만 멀리 왔을까 다들 저기서 내린 듯한데 





시간이 흘러 어느덧 40대가 되었다. 무작정 취직한 회사에서 12년째 근무하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다양한 삶의 모습을 봤다. 그 속에 옳고 그름은 없었다. 이렇게 살 수도 있구나.. 저렇게 살 수도 있구나... 


옳은 선택이, 선한 사람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었다. 학교 시험처럼 정답을 고르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그럼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언제부턴가 갈증이 느껴졌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과연 내가 원하던 일인지,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맞는지, 늦기 전에 더 가치 있는 일을 해야 하는 건 아닌지... 


다시 오랜만에 대학시절 듣던 그 노래를 꺼냈다. 


"말해줘 넌 잘하고 있다고 너 혼자만 외로운 건 아니라고
 잡아줘 흔들리지 않도록 내 목소리 공허한 울림이 아니길 바래" 

                                   - 토이, 모두 어디로 간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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