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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순웅 Sep 07. 2018

“윤석열, 죽은 중수부 부활시켜”

"특수부를 한 사람이 좌지우지하는 건 검찰 역사상 처음"

윤석열이 인사권을 독점하는 건 비정상이다. 그는 그렇게 중수부를 부활시켰다.

전현직 검사장 10여 명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하 직책 생략)의 특수부에 내린 공통된 평가다. 검찰의 권한은 막강하다.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보내도 기소, 즉 죄를 지었는지 안 지었는지 등에 대해 판단해 재판에 넘길지 여부는 검찰의 의지에 달렸다. 이른바 ‘기소 독점주의’다.


이런 검찰의 막강한 권한을 견제하기 위해 검찰 내부에서도 견제 장치가 있다. 법무부 장관이 인사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검찰총장의 추천과 지방검찰청의 경우 지검장의 추천으로, 한 세력 혹은 비슷한 성향의 검사들이 주요 부서를 장악하는 것을 막아왔다.


부장검사가 추진력 있는 검사면 부장검사를 지휘하는 차장 검사는 신중한 검사를 배치하고, 전 정권에 인사적 피해를 본 검사가 주요 자리에 간다면 객관적 판단을 할 수 있는 후배 검사를 배치하는 식이다. 여기에 출신 대학, 지역, 누구 라인인지 등도 변수로 작용한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2018년 1월 19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별관에서 열린 검찰동우회 2018년 신년인사회에서 행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권에서도 이런 시스템은 작동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강골인 반면 문무일 검찰총장은 신중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검찰 내 견제를 통해 무리한 수사나 인권 침해는 물론 박근혜 정부에서 문제가 된 우병우 라인의 검찰 독식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윤석열의 서울중앙지검은 예외다. 서울중앙지검의 부장검사 인사 결과를 놓고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보는 검사는 드물다. 물론 형식적으로 윤석열이 주도하고 박상기 법무부장관과 문무일 검찰총장이 용인한 것처럼 보이지만 적폐 청산이라는 국민적 요구와 정권의 지지를 얻어 윤석열은 인사에 대한 전권을 가진 모양새다.


박근혜 정권에서 검찰을 떠난 한 검사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지검장이 총괄한 것은 검찰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현재 100% 윤석열의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고 보는 게 맞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막강한 리더십이 작용하는 대검철창 중수부 같은 특수 조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중수부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대검 특별수사부에서 시작했다. 1982년 전두환 정권은 대검 특별수사부를 중앙수사부로 이름을 바꿨다. 중수부는 검찰총장 수사 지휘 아래 살아있는 정권을 향해 특수수사의 칼날을 겨눴다. 중수부는 전국 일선 검사들을 파견받아 노태우 전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 아들 김현철 구속 등 성과를 냈다. 권력을 잡은 쪽 입장에선 검찰이 위협이 됐다. 정권의 인사권은 중수부를 하명수사의 도구를 삼으려 했다.

2013년 3월 23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현판강하식’에서 박유수 대검찰청 관리과장이 중앙수사부 현판을 내려 보관소로 가져가고 있다. ⓒ연합뉴스

중수부는 항상 이슈의 중심에 있었다. 유무죄는 법원에서 최종 결론이 나지만 무죄 선고가 날 때쯤엔 이미 수사를 맡은 검사들은 승진한 뒤다. 2009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한나라당 이한성 의원에게 법무부가 제출한 자료를 보면, 중수부가 2004∼2008년 5년간 기소한 264명 가운데 28명이 1심에서 무죄를 받아 1심 무죄율이 10.6%에 이르렀다. 이는 검찰이 지난해 기소한 전체 형사사건 무죄율(0.31%)의 34배 수준이다.


2012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서영교 의원 등은 대검찰청이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최근 5년간 중수부 사건의 1심 무죄율을 공개했다. 일반 사건은 0.36%였지만 중수부 사건은 9.6%로 중수부 사건의 무죄율이 일반 사건보다 26.7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수부가 기소한 사건의 2심 무죄율은 16.5%, 대법원 무죄율은 24.1%였다. 5건 중 1건은 무죄가 확정된다는 것이다. 이런 통계는 중수부 기소가 무리한 수사와 기소라는 비난의 근거가 됐다.


검찰 인사 시스템에는 분명 무죄율이 반영돼 있는데 정권의 입맛에 맞는 수사를 한 특수통들은 무죄와는 상관없이 보은 인사를 받았다. 특수 수사가 다른 사건보다 재판받는 기간이 길기도 하지만 무죄가 나기 전 이미 사법연수원 동기들보다 한 발 앞서 좋은 자리에 가게 되면 인사에도 관성이 붙어 검사장이 먼저 되면 강등을 하지 않고서야 불이익을 줄 방법도 마땅치 않다. 승진에 목마른 검사들은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학습됐다. 알아서 권력의 간지러운 곳을 긁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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