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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프러스 Aug 09. 2022

마이셀프편: 내 안의 활화산 식히기

아이나 어른이나


아이가 잘 놀다 말고 갑자기 징징거리기 시작하더니 밑도 끝도 없는 떼를 쓰기 시작할 때가 많죠. 기분 변화에는 깊은 뜻이 있겠지만 이 시도 때도 없는 떼를 보살 같은 마음으로 다 헤아려 줄 수는 없습니다. 온화하고 인자한 엄마가 되고 싶지만 하루 종일 회사와 집안일에 치이다 보면 아이의 감정을 깊이 이해하고 어루만져 주기는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도 아이의 감정을 공감해주고 아이가 스스로 감정 조절을 하는 법을 배우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하니 아무리 화가 치밀어 올라도 아이에게 차분히 말해주려 하는데요. 심호흡을 해보자 하고, 감정조절도 해보자고 하고, 진정되기를 기다린다고도 해보고, 무엇이 불편한지 말해보자고도 하고 달래주기도 하고.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나는 화가 나거나 기분이 나쁠 때 어떻게 하지?


특히나 요즘같이 덥고 습한 날에는 작은 일에도 기분이 금방 상해버리는데요. 정말 이유 같지도 않은 이유로 화가 훅 올라오기도 하고, 누가 알면 부끄러울 정도의 이유로 짜증이 나버리기도 합니다. 요즘 같아서는 활화산 같은 제 마음이 밉기도 하고요.


아이가 화나 짜증을 낼 때 제일 먼저 심호흡을 해보자고 하는데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숨을 고르고, 기분을 정리할 시간을 갖는 이 행위.

하지만 저는 막상 심호흡을 하려다가도 불을 뿜어내고야 맙니다. 화가 나는 포인트가 계속해서 머리에 맴돌더라고요. 이렇게 화를 가라앉히고 감정조절을 하는 첫 관문인 '심호흡'마저 저는 늘 실패를 하고 마는데 이걸 그 조그만 아이에게 하라고 하니 참 웃기지도 않는 얘기였네요. 오히려 아이들은 기분의 변화가 빨라서인지, 금방 잊어서인지, 습득이 빨라서인지 저보다 심호흡도 조절도 잘하는 느낌입니다.


감정조절이 왜 필요할까


저는 감정조절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요. 사람들이 어우러져 사는 이 세상에서 나만 좋은 대로 수는 없기에 작은 트러블이나 의견의 불일치, 사소한 실수 이런 데서 오는 불쾌한 감정은 스스로 조절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어떤 형식으로든 지구라는 공간에서 '공존'하고 있으니까요.


정말 화를 내고 목소리를 크게 내야 할 때와 이해하고 넘어갈 줄 알아야 할 때를 잘 구별하는 것이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에 목소리를 크게 내고, 내 존재감을 내세우듯 말하고, 하고 싶은 말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면 그건 '나'만을 위한 거지 공존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는 배제되어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저는 '할 말 하는 사람'이 아니라 '꼭 필요한 말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제 감정을 잘 조절할 필요가 있는 거죠.


30분 뒤 나를 생각해보기


아이들이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처음 사회를 배우고 사람들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것처럼 저도 처음부터 다시 연습하려고 합니다. 사소한 일로 화가 날 때 심호흡을 하고, 심호흡을 하면서 왜 화가 났는지 어떻게 해야 할지도 생각해보는 거죠.


최근에는 '30분 뒤 생각하기'를 하고 있습니다. 금 당장은 폭발하기 직전까지 마그마가 끓어오르지만 이걸 터뜨리고 난 뒤 30분을 생각해보는 겁니다. 정말 터트려야 하는 건지 홧김에 터트리고 조금 있다 후회할지 재보는 거죠. 화내고 나서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 있었나' 후회한 적이 많기 때문에 이 방법이 제게는 효과적이었습니다.


들끓는 냄비도 가스불을 끄면 순간 끓는 것이 멈추죠. 그리고 차츰 식어갑니다.  

화를 참는 것이 아니라 식혀가는 걸 연습해가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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