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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진엄마재송 Apr 15. 2023

회복탄력성, 없었는데 있습니다.




 회복탄력성은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아니 윌라 오디오북으로 듣고 있는 책 이름이다. 연세대의 김주환 교수님이 쓴 이 책은 참 좋은 책이다. 회복탄력성은 'resilience'의 번역어로 원래 제자리로 돌아오는 힘을 일컫는 말이다. 심리학에서는 주로 시련이나 고난을 이겨내는 긍정적인 힘을 의미하는 말로, 크고 작은 다양한 역경과 시련과 실패에 대한 인식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더 높이 뛰어오르는 마음의 근력을 의미한다. 물체마다 탄성이 다르듯 사람에 따라 탄성은 다르다. 역경으로 인해 밑바닥까지 떨어졌다가도 강한 회복탄력성으로 되튀어 오르는 사람들은 대부분의 경우 원래 있었던 위치보다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다.



Photo by Samuel-Elias Nadler on Unsplash


 나는 예전에는 회복탄력성이 없었다. 상처를 받으면 튀어오는 고무공이 아니라 상처를 받으면 받는 대로 깨지는 유리공이었다. 나약하고 연약했다. 상처를 받지 않겠다고 유리병 겉을 이런저런 것으로 코팅을 해보기도 했다. 겉은 안 깨져도 속은 깨지더라. 그리고 깨지고 곪아서 썩어버리더라. 자책과 자기 비난을 하며 상처받을 상황을 최대한 피하고 숨어 지냈다. 


 그런데 지금 좀 이상하다. 회복탄력성이 조금 생긴 기분이다. 최근에 몇 번의 실패를 경험했다. 별건 아니지만 나에게는 엄청 큰 실패다. 모니모라고 삼성카드에서 만든 앱이 있다. 앱테크로 유명한 이 앱은 동기부여까지 해준다. 매달 챌린지를 통해 기상 습관, 걷기 습관, 투자 공부하는 습관까지 만들어준다. 매일 인증을 하면 젤리 하나를 준다. 10일 동안 연속으로 성공하면 추가로 젤리를 한 개 더 준다. 게다가 30일 동안 개근하면 스페셜 젤리를 준다. 젤리 하나당 10~90원을 받을 수 있고, 평균 20~30원 정도를 받는다. 하지만 스페셜 젤리는 1000원부터 시작한다. 최고 많이 받은 스페셜 젤리는 1700원 정도였다. 그래서 나는 이 스페셜 젤리들을 다 받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총 5개의 챌린지 중 2월에는 2개의 스페셜 젤리만 받았다. 절치부심해서 열심히 노력해서 3월에는 기상 미션 하루만 실패해서 4개의 스페셜 젤리를 받았다. 그리고 4월 3일 두 개의 챌린지를 벌써 놓쳤다. 2월에 3개의 챌린지를 놓쳤을 때 너무 우울하고 힘들어서 하루를 다 날려 보냈다. 이미 놓친 거고 달라질 것이 없는데도 그 일에 얽매여서 생활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 악착같이 집착적으로 3월에 열심히 했는데 미션 마지막날을 얼마 남기지 않은 3월 28일 기상미션을 놓치고 말았다. 


 나는 평소 4시에 일어난다. 알람을 맞추지 않고 그냥 눈이 떠지는 거라 일어나는 시간은 제 각각이지만 적어도 6시에는 무조건 일어난다. 모니모 기상미션 챌린지는 다른 챌린지에 비해 많이 어렵다. 인증 시간이 6시부터 7시까지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찍 일어나도 기상미션을 참가할 수 없다. 인증할 수 있는 시간에 앱에 들어가서 눌러야 하니까 극강의 난이도다. 평소 같으면 너무 우울하고 힘들고, 당장 눈앞에서 스페셜 젤리와 10일 달성 추가 젤리를 놓친 것이 내 잘못인 것 같아 생활을 못했을 텐데, 이 날은 달랐다. 


 속상하긴 했지만 그냥 '뭐 그럴 수도 있지'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왜 이렇게 된 거지?'하고 원인을 분석했다. 새로 루틴을 만드는 앱을 사용하며 평소에 오던 모니모 앱의 알림이 폰으로 가면서 시간을 놓치게 된 것이 원인이었다. '다시 이 챌린지를 놓치지 않으려면 나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폰이 켜져 있든 아니든 간에 무조건 애플워치와 폰으로 알람이 울리도록 6시 58분에 모니모 기상 미션 알람을 설정했다. 그뿐이었다. 그러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리고 알람은 정해진 시각에 계속 왔고, 이날 이후 기상 미션에 실패하는 날은 없었다. 


 그런데 또 실패를 경험했다. 4월이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2일에 챌린지를 두 개나 놓쳤다. 이번에는 걷기 챌린지와 투자공부왕 챌린지다. 두 개를 한 번에 날려버렸다. 이번에는 별 이유는 없었다. 당연히 했는 줄 알고 그냥 넘긴 것이었다. 속상하긴 했지만 그래도 한 편으로는 마음이 편했다. 3월에 실패했던 기상미션챌린지는 28일쯤에 실패해서 아쉬운 마음이 강했지만, 지금은 월초에 실패해서 남은 달 동안 악착같이 할 필요는 없겠다는 안도의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것도 이상하다. 평소에는 실패에 집중해서 하루 종일 아니 한 주간을 아니 한 달을 슬퍼하며 보낼 일들인데, 당일에 오히려 안도감이 든다니 말이다. 이거 뭔가 이상해도 많이 이상하다. 그리고 역시 어떻게 하면 챌린지를 실패하지 않고 다 할 수 있을까 궁리를 했다. 매일 적는 바인더에 앱테크 체크를 하고, 자기 전에 다 했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렇게 다시 매일 인증을 하고 있다. 

Photo by Brett Jordan on Unsplash

 나의 마음이 많이 편해졌나 보다. 작은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다시 실패하지 않을까 도전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내가 너무 대견하다. 그동안 이미 지나가버린 일을 생각하며 하루를 날려 보내기 일쑤였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데 머릿속으로 그때 상황을 다시 무한 재생하면서 과거에 있었다. 근데 그냥 이미 벌어진 일은 벌어진 일일뿐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다짐하니 더 이상 과거가 아닌 현재와 미래 그 중간 어디쯤에 있다. 나를 책망하고 미워하는 일도 없어졌다. 내가 잘못한 것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 상황 때문인데 내 잘못이라고 할 필요도 없고, 혹여 내 잘못이라고 해도 자책한다고 사실이 달라지는 게 아니니 잘못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이 벌어진 상황을 어떻게 수습할지 판단하고 해야 할 일을 실행하는 게 더 중요하니까. 


 그동안 없었던 회복탄력성, 점점 생기고 있다. 회복탄력성이 생기니 더 행복해진다. 그럴 수도 있다. 뭐든 일어날 수 있다. 툭툭 털고 앞으로 나아가는 게 현재의 내가 할 일이다. 그리고 다가올 5월에는 모니모 챌린지 모두 성공하는 것을 또 목표로 세워본다. 혹여 실패하면 다시는 실패하지 않도록 또 방법을 궁리하고 계속 성공을 목표로 할 것이다. 그리고 성공했다고 목표가 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고 연속 도전이라던지 더 큰 목표를 세우고 계속 도전할 것이다. 나는 회복탄력성이 있는 사람이니까. 나는 시련을 받으면 더 튀어올라 더 큰 성취를 이루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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