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예술
지독한 육아 우울증으로 삶을 끝내고 싶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마음이 건강하고 행복하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상담, 독서, 명상, 운동, 글쓰기를 했기 때문이다. 지난번 상담과 독서와 명상과 운동에 이어 오늘은 글쓰기다.
글쓰기는 치유의 힘이 있다. 우울증을 극복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일로 맨 처음에 적었던 상담처럼 머릿속에만 있던 생각을 글로 씀으로써 밖으로 꺼내 정리할 수 있게 도와준다. 머릿속에 있는 막연한 생각들은 나를 괴롭히지만, 글이 되어 꺼내어지면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 그건 이제 머릿속이 아니라 머리 밖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만약 힘든 일이나 걱정을 적었다면 그 글을 적은 종이를 찢어버리면 힘든 일과 걱정은 완전히 사라진다.
글을 쓰면서 나를 알아가는 건 글쓰기의 또 다른 장점이다. 사람들은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글쓰기는 나와의 대화이기 때문에 쓰면 쓸수록 몰랐던 나를 알게 되고 나를 더 사랑하게 된다. 게다가 매일 글을 쓰면 문장력까지 좋아진다. 글을 잘 써서 글을 쓰는 경우도 있겠지만 보통 글을 쓰다 보니 글을 잘 쓰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게다가 우리는 도스토예프스키나 톨스토이처럼 대문호가 아니니까 그냥 쓰다 보면 잘 쓰게 된다는 걸 믿고 쓰는 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러니 그냥 쓰자. 나를 치유할 뿐만 아니라 글쓰기 실력도 좋아지니 안쓸 이유가 없다.
과학과 역사를 좋아하는 이과생이었다. 만화는 좋아해도 글은 정말 좋아하지 않았다. 글쓰기는 더더욱. 작문 수업이 제일 싫었다. 생각해 보면 글을 정말 좋아하지 않았던 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이겨내고자 일기를 썼다. 평생 사랑이라고 생각한 첫사랑과 이별했을 때도, 병원에서 신규 간호사로 일하며 온갖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도 일기를 썼다. 이런 깨달음을 얻었던 건 상담 덕이다. 스스로 스트레스 극복 방법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가 힘들 때마다 일기를 쓰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이다. 일기는 나에게 현재의 고통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되었다. 하지만 꾸준히 하지는 못했다.
꾸준한 글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카페의 프로젝트 때문이다. 당시 공부하고자 모인 엄마들의 카페가 있었다. 나는 평생 숙원인 영어공부를 하기 위해 카페에 갔다. 카페에는 매일 인증글을 올리게 되어있는데 어떤 엄마들은 매일 글을 써서 올렸다. 멋있어 보였다. 하지만 힘들 것 같아 도전하지 않다가 어느 순간 나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100일간 카페와 블로그에 매일 글쓰기를 했다. 짧은 글이라도 정말 매일 적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도전했지만 정말 많이 힘들었다. 매일 12시까지 글을 쓰기 위해 잠도 줄여가며 내가 무엇을 위해 쓰는 건지 이게 과연 잘하는 건지 고민은 기본이었다. 쓰다 보니 글쓰기 소재도 고갈되어 도대체 오늘은 뭘 써야 하나 걱정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다 쓰고 보니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그동안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이상 속에 있는 나 자신과 현실 속의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왜 그것밖에 안되는지 스스로 자책하고 채찍질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변하지 못하는 현실 속의 나만 끊임없이 원망했다. 그런데 매일 글쓰기 100일 도전을 성공하고 나니 '나도 할 줄 아는 사람이구나'라고 느꼈다. 스스로 무언가를 해냈다는 느낌, 그 성취감이 나를 더 열심히 살 수 있게 만들었다. 계획만 거창하게 세우고 포기하던 삶에서 당장 결실이 없더라도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으로 바뀌게 했다. 그렇게 글쓰기를 통해 나를 조금씩 사랑하게 되었다.
블로그에 글을 게시하는 일은 지금 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매일 글은 여전히 쓴다. 나는 매일 아침 줄리아 카메론의 <아티스트 웨이>에 나온 것처럼 모닝페이지를 작성한다. 모닝페이지는 일어나자마자 작성하는 것으로, 아직 무의식이 의식에 억압을 당하기 전에 쓴다.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의식의 흐름을 따라 손이 가는 대로 쓰고 싶은 것이 무엇이든 아무것이나 3쪽을 적으면 끝이다. 꼭 3쪽이다. 아주 간단한 모닝 페이지를 통해 글쓰기의 두려움을 없애고,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창의성을 깨울 수 있다. 그래서 책 제목도 '예술가의 길' <아티스트 웨이>이다. 그냥 일기와 다르게 내 생각을 그냥 두서없이 적기만 하는데도 엄청난 힘이 있다. 내가 아침마다 쓰는 모닝페이지는 나의 잠재의식과 대화하는 일이다. 그리고 잠재의식이 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주는 일이다.
내가 머릿속으로 가지고만 있었던 생각을 쓰는 일, 내 감정을 풀어내는 일, 타인에게 좋은 것을 알려주는 일, 고통을 치유하는 일, 고통을 극복하는 일, 우울감을 없애주는 일,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일, 행복해지게 만드는 일, 성장하게 하는 일,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삶을 간접으로 경험하게 하는 일, 아무것도 없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 등 글쓰기는 나에게 단순히 글을 쓰는 것 이상의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진다. 글쓰기는 그림을 그리는 일이나 음악을 만드는 일처럼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에 예술이다. 누구나 글을 쓰는 사람은 예술가다. 종이와 펜 아니면 그냥 컴퓨터나 노트북 아니 그냥 스마트폰만 있어도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 그래서 모든 글을 쓰는 사람은 예술가가 된다. 그래서 글을 쓰기만 하는 나도 예술가다.
육아 우울증을 극복하고 행복해지게 만드는 일 5가지 상담, 독서, 명상, 운동, 글쓰기를 적었다. 각각의 활동을 독립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모든 활동을 한꺼번에 했기에 어떤 활동이 가장 효과가 좋았는지를 묻는다면 그에 대한 대답은 '잘 모르겠다'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뭐든 하나만 해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우울증이 극심해 자살로 자신의 삶을 끝내는 사람들, 지옥 같은 인생을 죽지 못해 사는 사람들이 상담, 독서, 명상, 운동, 글쓰기 중 뭐라도 하나를 시작해서 지금 이 생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끼기 바란다. 변화는 갑자기 오고 서서히 진행되지만 어떤 변화를 하든 처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완전히 달라진다. 아주 작은 변화의 시작이 큰 결과를 가져온다. 마치 작은 불꽃이 온 산을 태워버리듯 말이다. 그러니 과연 이 행동만으로 내가 달라질까 하는 걱정은 붙들어 매시길. 내가 산 증인이다. 예전에 내가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던 내가 더 이상 생각나지 않는다. 그러니 JUST DO IT! 지금이 시작하기 가장 좋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