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것은 없다.
편의점 점장이 해야 할 일은 뭘까? 일본 편의점은 뭐가 다른가?
4개월 만에 아무것도 모른 채 점장이 된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왜냐면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점장 업무는 고사하고 아르바이트생들이 하는 일도 다 파악이 안 된 상태였다.
즉, 편의점을 운영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모르는 두려움에 떠는 어린 양이였다.
가게 사람들은 모두들 “점장님~ 점장님~“ 하고 부르기 시작했고, 난 속으로 ‘저한테 묻지 마세요. 저도 몰라요. 엉엉’ 내적 울음을 터트렸다. 점포 사원 시절의(점장이 아닌 점포 발령 사원, 주로 신입사원이다.) 나의 점장님은 4개월 만에 점장으로 발령이 난 나에게 신신당부했다.
“아르바이트생들한테 얕잡아 보이면 안 된다”
이게 제일 중요한 점장의 업무라고 했다.
모르는 것도 겉으로는 아는 척 한 다음 뒤에 가서 공부하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로 모르는 것을 들키면 안 된다고 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기댈 수 있는 모두의 리더가 점장이라는 가르침을 받았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몰라도 아는 척을 하는 것이 점장의 제1 덕목이라니.
아마 외국인에다가 점포 경력이 짧은 내가 걱정이어서 저런 소리를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외국인 사원을 싫어하는 보수적인 아르바이트생도 있고, 손님 중엔 클레임 대응을 외국인 사원이 나와서 하려고 하면 일본인 아르바이트라도 데리고 나오라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나의 점장의 가르침을 완벽하게 어겼다.
첫 출근 날, 아침 타임의 아주머니들과 아저씨에게
“저는 오늘부터 이 가게의 점장이지만 사실 점포 경력은 4개월이고 뭐가 뭔지 잘 모르는 상태입니다. 여러분들한테 배울 것이 아주 많이 있을 거예요. 빠른 시일 내에 제대로 된 점장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할 테니 여러분들도 저를 도와주세요. 그리고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고 한건 진짜입니다.”
아무것도 모릅니다 선언을 해버렸다.
나의 이 배은망덕한 선언을 당시 아주머님들과 아저씨는 어떻게 생각했을까.
거짓말도 숨기는 것도 잘 못 한다. 어차피 들킬 거 처음부터 숨기지 말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주머님, 아저씨들은 일 년 동안 정말 많은 것을 도와주셨다.
점장 업무를 나에게 가르쳐 줄 수는 없었지만 곤란해하는 나에게 말을 걸어 주고, 진심으로 가게 일을 나보다 더 걱정해 주고, 그런 모두의 마음이 고마우면서도 무거웠다. 하루빨리 미숙한 점장에서 탈출하는 것이 점장이 되고 나서 첫 번째 미션이자 마지막까지의 목표였던 것 같다.
그리고 아직도 정확히는 잘 모른다. 점장의 업무는 무엇인가?
아무도 그 정의를 내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선배도 상사도 아르바이트생들도.
좋은 가게를 만드는 것이 업무인가? 좋은 가게는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는 것일까?
비단, 이문제는 단순히 정해진 점장의 업무로 해결되는 일이 아닌 것 같기도 했다.
당시의 나는 일을 배워가며 ‘좋은 점장’ 이 되기 위해, 점차 내 나름대로의 철학을 만들어 갔다.
점장의 일은 다른 게 아니다.
가게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주고, 그 사람들의 마음을 받을 수 있도록 편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발주를 하고 청소를 하고 진열을 하고 카운터를 보는 것은 점장을 포함한 모두의 일이다. 점장은 이 모든 것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정비하고 말을 듣고 개선하는 것이 업무이다.
그러니까 점장만이 하는 일은 없다.
단지 모두가 일하기 좋은 가게인가 아닌가 그 평가만이 점장이 일을 잘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척도이지 않을까?
점장은 아무 생각 없이 카운터에서 포스기로 손님 상대하고 아르바이트생들이 활기 넘치게 가게 이곳저곳을 활보하며 일하는 가게가 유능한 점장이 있는 가게이다.
라고 지금의 나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물론 출근 1일 차의 초보 점장이었던 난 이런 낭만적인 점장 개념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모두의 처음이 그렇듯 나의 편의점 점장의 처음도 열정을 가진 얼탱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