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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부터 프라하까지
By 심희정 . Apr 20. 2017

독립된 공간에서 자립의 시간을
얻는다는 것

내 첫 독립을 이룬 곳, 프라하의 집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창문부터 열곤 한다. 뒤돌아 부엌 코너로 가서 커피 한 잔을 준비한다. 다시 열어둔 창문으로 와서 하늘을 본다. ‘오늘은 날씨가 어떨까’. 잠시 후 모카포트가 끓으면 몇 걸음을 옮겨 가스불을 끄고 향이 진한 커피를 컵에 붓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또 하루가 시작됐구나, 조용히 생각한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창문 너머를 보는 일, 그리고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일. 평범한 풍경일 것이다. 하지만 나에겐 특별하다. 아침을 맞는 나만의 습관이 만들어진 곳, 그러니까 내 첫 독립을 이룬 곳, 바로 프라하의 집이다. 


#프라하 어느 동네의 생애 첫 번째 집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돌연 프라하로 가서 살겠다는 딸을 부모님, 특히 엄마는 크게 걱정했었다. 한 번도 혼자 살아본 적 없다는 사실이 그 걱정을 더 키웠을 것이다. 새로운 일을 하는 것도 좋았지만 독립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에 프라하에서 혼자 살겠다는 결정을 흔쾌히 내릴 수 있었다. 걱정하는 부모님을 뒤로하고 나는 정말 홀가분한 마음으로 프라하를 향해 떠났다.


 처음 이 집에 들어서던 날을 기억한다. 한국과는 달랐던 건물 구조는 낯설었던 만큼 정말 다른 나라에 와서 살게 되었다는 것이 실감났다. 내 집은 3층 가운데 집이었다. 부엌 겸 거실용 방이 하나, 침실 방 하나, 공간이 두 개가 있었고 욕실과 화장실은 분리되어 있는 구식 건물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높은 천장 밑으로 따뜻한 햇살이 마루 바닥을 비추고 있었다. 



 공간을 어떻게 꾸밀까를 생각하니 두근거렸다. 최소한의 물건만 들여야 하기에 그동안 생각해왔던 것들 중에서 우선순위를 정했다. 방을 차지할 큰 테이블은 꼭 갖고 싶었다. 여행 올 친구들을 위해 여분의 침구들도 준비했다. 옷장은 종이 박스로 대신했다. 따뜻한 분위기로 만들어줄 조명은 꼭 필요한 것이었다. 의자, 커튼, 작은 가구 등은 가장 저렴한 것 중 취향을 고려해서 하나하나 골랐다. 



 가구들을 배치한 후 여백을 채웠다. 사진들과 영화 리플릿은 한국에서부터 챙겨간 것들이다. 보통의 액자에 하나하나 넣는 방법도 있겠지만 손수 꾸몄다. 이케아 박스들로 특별한 액자를 만들었다. 처음 친구와 프라하로 여행한 후 간직하고 있었던 영수증과 입장권, 교통티켓도 사진과 함께 붙여나갔다. 한 박스에는 아예 엄마랑 프라하를 여행하던 기록들로만 채웠다. 비슷한 톤을 가진 영화 리플릿들을 모아 붙이기도 했다. 판넬처럼 보일법한 상자 박스가 있으면 모두 액자로 만들었다. 그 액자들을 침실과 거실에 각각 나눠 배치했다. 한국을 떠나왔지만 소중한 사람들의 얼굴과 추억이 담긴 나만의 액자가 있으니 안정감이 들었다. 언제나 보고 싶을 때면 그 액자 곁으로 가 얼굴 하나하나를 보곤 했다. 그 친구들 중 몇몇은 프라하의 내 집에 왔을 때 이 액자들을 보고 반가워했음은 물론이다.



#나다움의 기준


 프라하의 집은 편하게 머무는 곳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가족들과 함께 지내던 한국에서의 집과는 달랐다. 물건들을 집으로 들일 때 ‘혼자 살게 된 첫번 째 집’이라는 점은 훌륭한 기준이 되어주었다. 그 기준대로 정말 원하고 필요한 것들을 가려낼 수 있었다. 자그마한 화분들과 꽃을 들여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화분들과 계절을 두번 보냈다. 어느날은 창문 너머로 눈이 왔다가 곧 이거 푸른 새싹이 돋아났다. 창가에 붉은 카네이션이 놓였다가 이름모를 보라색 꽃이 있기도 했다. 



 혼자 살게 되면서 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어떤 집에서 어떻게 살기로 결정했는지 스스로를 지켜보면서 양보할 수 없는 나만의 취향을 발견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집이라는 공간은 시간을 마련해주기도 했다. 집에 있는 동안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어떻게 살았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했다. 이제 어디로 가서 살든지 나답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독립된 공간으로 자립의 시간을 얻은 것이다. 





[내 첫 독립을 이룬 곳, 프라하의 집]

 1. 독립된 공간에서 자립의 시간을 얻는다는 것

 2. 소소한 발견, 소중한 발전이 있는 곳

 3. 밖의 풍경까지 내 집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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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나로부터 프라하까지
그곳이 꿈처럼 느껴질 때마다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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