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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쉐퍼드 Feb 18. 2018

미국 유학서 맛 본 도서관의 기쁨

-도서관 자원봉사자에서 귀국 후 관장이 되기까지.

감사하게 떠난 40 나이의 유학길이었지만,
간단히 정리되기엔 정말 인생 최대의 버라이어티였던

힘들었던 2년간 생활에서 가장 많은 위로와 배움을 준 공간은

바로 도서관이었습니다.
미국 도서관의 소문은 익히 들었기에 기를 쓰고 가보자 하고
미국에 도착한 지 며칠 안되었을 때,
차로 10분 거리인 동네 도서관에 가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무척 힘든 나날들이었는데,
저 책들과 도서관을 보면서

사르르 마음이 녹았던 그 일들이 다시 떠오릅니다.
온 가족이 도서관 카드를 만들었고,

집에 돌아오는 날까지 온갖 책들을 맘껏 빌려보았지요.
지금은 여러 지자체에서 실행하고 있겠지만,

이 도서관에서 빌려서 저 도서관에서 반납하고

원하는 책을 우리 집 가까운 곳으로 배달시킬 수도 있는

상호대차 프로그램을 저는 처음 접해본 터라 무척 감동이었습니다.

집 근처에 차로 15-20분 거리로 갈 수 있는 도서관만

세 곳이 있었는데 골라 먹는 아이스크림처럼 기분따라 상황따라

골라 다니며 책과 충분히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시간들이었습니다.

( 미국 오클라호마주 Northwest Library)

또 다른 도서관의 신문물 체험은 이제부터 시작이었습니다.
바로 아이들이 다니게 된 초등학교에서였습니다.
땅덩이 넓은 미국은 초등학교 건물이 보통 단층이지요.
사각형으로 이뤄진 건물에는 쭉 둘러서 학년별 반이 있고,
설명이 좀 어렵네요.

마치 네모난 도넛처럼 바깥으로 쭉 교실이 있고,

그 안에 구멍처럼 정 한가운데 바로 도.서.관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교실을 이동할 때나 점심을 먹으러 갈 때

아주 자연스럽게 도서관을 가로질러갑니다.

바로 이곳이지요.

* 미국 오클라호마주 Angie Debo Media Center

학교 도서관은 아이들이 읽기 딱 좋은 책들이

다양하게 비치됨은 물론이고,

아이들의 부모도 10권까지 책을 빌려볼 수 있어서

아이들을 픽업하러 갈 때 언제든 들려 책을 대출할 수 있었습니다.
책상과 의자가 있는 이유는

사서 선생님이 Literacy 교육을 전교생에게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나중에 이곳에서 교생실습을 했습니다.

또 자원봉사자로 일하며 조금이라도 시간을 보내고자 애썼습니다.
저기 작은 수집 장안에 보이는 것은
아이패드 30대를 동시에 충전하고 있는 것으로,
저 카트를 들고 사서 선생님이 나오시는 날에는

책이 아닌 아이패드로 도서관을 탐색하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가장 열광하는 시간 중 하나였지요.

Angie Debo Media Center를 지키는 두 선생님.
제가 겪은 바로는 미국의 도서관의 힘은 많은 장비나 시설 책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그것을 지키는 그 안의 사람들이었습니다.
사진 속의 왼편의 사서교사 선생님은 전교생에게 리터러시 교육을 담당하고

또 저렇게 자신이 읽은 책을 붙여 놓는 등 독서에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방법들을 많이 연구했습니다.

또 오른쪽의 미술교사 출신 사서보조 선생님은 전공을 잘 살려 늘 도서관의 환경을 멋지게 꾸미는데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였습니다. 

직접 북마크를 만들어 책을 빌려가는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제가 한국에 돌아가면 도서관에서 일하고 싶다고 하자 모두 복사해주며 잘 사용하길 바란다고 격려해주었지요.

선생님이 책을 읽고 있다는 것은 학생의 독서에도 큰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이기에 일반화하는 것이 위험하지만 제가 다녔던 도서관들의 종사자들은 정말 한결같이 친절했고, 도서관에서 일하는 자신에 대해 만족도도 높았습니다. 

빌 게이츠가 이야기한 '나를 키운 것은 마을의 한 작은 도서관이었다'를 직접 체험한 결과 

그 작은 도서관에서 일어날 수 있는 긍정적인 일은 실로 무궁무진하고 그 기적을 만드는 것은 결국 시스템도 돈도 권력도 아닌 그 안에서 희생적으로 헌신하며 일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돌아와 저는 정말 운명적이라고 할 수 밖에는 없는 기회로 서울의 한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의 관장으로 올해 초까지 일을 했는데요. 역시 한국의 도서관에도 그런 분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결국은 어떤 공간이 의미 있어지려면 몸으로 현장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 거니까요.  


영어책이 얼마나 재밌는지 알려드리고픈 저의 글들도 많이 지켜봐 주세요 감사합니다 ^^


https://brunch.co.kr/@niceunice/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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