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매거진은 작가의 다이어리에 적혀 있는 짤막한 글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해나가는 여정을 담습니다.
"어제 제 생일이었어요."
"아, 늦었지만 축하해요."
용건이 있어서 오랜만에 연락한 전 직장 동료에게서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어색한 표정을 한 이모티콘과 함께 늦은 축하를 보냈다.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잘 넘어갔어요."
발랄한 이모티콘과 함께 날아온 답장이 씁쓸하다.
친구의 생일을 잊을 권리도 없는 요즘이다.
그런데도 자신의 생일이 잊혔다는 사실에 우울감이 찾아온 듯했다.
애초에 연락한 내 의도는 사라지고, 한동안 상대방의 하소연을 들어야 했다.
매일매일 우리가 사는 이 세계에 어떤 이가 새로 오고, 또 어떤 이가 떠나갑니다.
그렇기에 매일매일이 누군가의 생일이기도 합니다.
정신없이 바쁜 일상들 속에서 타인의 생일을 다 챙기긴 힘들죠.
저 역시 그렇습니다.
생일을 꼭 챙겨주고 싶던 친구의 생일마저 잊어버리고 지나가기도 합니다.
때론 잊지 않고 보낸 짧은 짧은 생일 축하 메시지 하나에 행복해하는 누군가를 만나기도 합니다.
'잘 지내지? 생일 축하해.'
짧은 안부를 전하는 것으로 '너는 나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라는 걸 어필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입니다. 손가락 몇 번 두드려 누군가에게 행복을 선물할 수 있다는 게 참 편리합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론 모른 채 지나고 싶던 누군가의 생일을 건너뛰기 쉽지 않아 불편하기도 합니다.
매일 같이 들락날락거리는 메시지 앱에서 떡하니 "오늘 생일인 친구"를 알려주는 세상이잖아요.
오늘도 누군가의 생일이네요.
누군가에게는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위로가 되어 줄 수도 있을 짧은 안부를 전할 기회가 왔습니다.
'잘 지내지?
너의 생일이라 오랜만에 연락해.
생일 축하해.
얼굴 한 번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