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을 제대로 하고 싶은 당신에게
원초적인 자연식물식
자연식물식 식단은 나에게 먹는 즐거움과 마음껏 먹는 자유로움을 느끼게 해 줬다. 음식 앞에서 나를 주저 없이 내려놓고, 식재료에서 느껴지는 맛과 풍미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다. 처음 느껴보는 식사의 즐거움이었다. 자연식물식 식단에 사용하는 양념은 주로 소금과 두장(된장, 고추장 그리고 간장)이 전부였다. 잎채소는 대부분 생으로 먹었고 나물 종류는 살짝 데친 뒤 소금 양념만 했다. 오일은 어떤 종류든 음식에서 제외했다. 한식의 화룡점정이라고 할 수 있는 들기름 또는 참기름을 단 한 방울도 음식에 넣지 않았다. 오직 소금으로만 간을 하고 무쳐 낸 데친 콩나물을 먹는 상상을 할 수 있을까. 안 먹어 봤다면 모르겠지만 고정관념을 내려놓고 참기름, 들기름 없이 소금으로만 맛을 낸 나물을 먹어보면 의외로 담백하고 괜찮다. 여태껏 참기름 같은 오일 향에 가려져 빛을 바랄 수 없었던 채소 고유의 풍미가 살아난다. 오일의 향에 무뎌진 감각기관의 민감함이 살아나는 순간이다.
물로 볶는다고?!
자연식물식을 통해 음식을 마음껏 즐기며 풍요로운 식생활을 즐기고 있었지만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당시 나는 요리를 매우 즐겨하는 편이었는데 ‘오일도 먹지 말라.’고 하는 맥두걸 박사의 제안은 계속해서 요리를 하고 싶은 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오일을 먹지 않아서 얻게 된 긍정적인 효과는 체중감량과 예민해진 입맛으로 매우 크게 작용했지만, 요리를 즐겨했던 내가 음식의 풍미를 담당하는 '오일을 먹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상 요리도 함께 포기하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채식을 하기 전에는 마요네즈도 무척 좋아했는데, 그것도 포기해야 한다니 아쉬움이 컸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식재료를 익히는 것만이 요리는 분명 아니다. 하지만 오일을 '쓸 수 있는데 쓰지 않는 것'과 애초부터 '아예 쓰지 못한다'는 것은 큰 차이다. 요리를 즐겨하는 사람에게 '오일 사용금지'는 정말 천청벽력(靑天霹靂) 같았다.
그러나 아내에게는 이런 고민에 대한 해결책이 있었다. 바로 '물'이었다. 물로 볶으면 된다고 했다. 속으로는 '너무 황당한 주장'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떻게든 요리를 하고자 하는 욕망에 휩싸여 달군 프라이팬에 물을 두르고 채소를 볶았다. 아내의 말대로 해보니 말이 '볶는다'지 사실은 거의 끓는 물에 데치는 수준이었다. 그렇지만 오일을 두르고 요리를 하는 시늉 정도는 할 수 있으니 아쉽기는 해도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모든 것은 익숙해지기 나름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인간은 '적응의 신'이라는 사실. 어느새 '물로 볶는 요리'가 익숙해진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물로 요리를 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열정이 어디서 생겼는지 궁금하지만.) 나의 최고의 메뉴는 '양파볶음'이었다. 양파를 볶으며 나는 달달한 향기를 좋아했다. 물로 음식을 볶는 상식 밖의 조리법은 자연스레 채소 속의 수분에 열을 가하는 것만으로도 채소를 익힐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했다. 이것을 깨달은 이후로는 새송이 버섯, 가지, 호박, 양파 등의 나름 딱딱한 채소들을 모두 프라이팬에 구워먹었다. 기름을 두르지 않아도 구운 채소의 맛과 향은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 여기에 간장과 식초를 1:1로 섞어서 만드는 '맛간장'을 곁들이면 맛은 배가 된다. 그 맛에 흠뻑 빠져서 한동안 다른 식사메뉴는 생각나지 않았다. (아래 자주 즐겨먹었던 자연식물식 레시피를 적어놓았다. 활용하시기를 바란다.)
자연식물식도 하나의 메뉴
자연식물식을 혹시 해보지 않은 분들이 있다면 장기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한 종류의 메뉴로서 한 번 실천해보기를 권한다. 버섯을 구워서 쌈장과 함께 쌈으로 싸 먹어도 꽤 맛있다. 버섯의 쫄깃함이 입맛을 돋운다. 나는 자연식물식 식단을 종종 실천한다. 주로 쌈채소와 쌈장, 채소 스틱 정도만을 반찬삼아 현미밥과 함께 먹는다. 먹고 나면 기분 좋은 포만감이 느껴지고, 소화를 시키는데 부담이 없어서 몸이 편하다. 또한 잠들어 있는 입맛을 깨울 때도 안성맞춤이다. 가끔 요리하기가 귀찮을 때는 자연식물식만큼 편안한 식사도 없다. 나는 자연식물식으로 채식을 시작했지만 이제 자연식물식은 내가 즐기는 채식 메뉴 중에 하나가 됐다.
바디 리셋(Body Rest): 자연식물식 활용법
자연식물식은 전날 먹은 음식으로 속이 더부룩할 때 몸을 다시 깨끗하게 정리하는 차원에서 실천하면 좋다. 속이 더부룩하면 안 먹는 게 능사다. 그래서 한 끼에서 두 끼 정도는 굶고 자연식물식으로 식사를 하면 쉽게 몸안을 정리할 수 있다. 또한 식사는 해야 되는데 기름진 것이나 소화에 부담이 음식을 먹기가 꺼려질 때 추천한다. 꼭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아닌 누구라도 할 수 있다. 식이섬유와 수분이 풍부한 채소를 충분히 먹으면 몸은 힘들이지 않고 음식물을 소화시키고 남는 에너지로 식이섬유의 도움을 받아 몸속을 깨끗하게 청소해줄 것이다. 나는 이런 식의 식단 조절을 '바디 리셋(Body Reset)'이라고 한다. 몸을 다시 원래 상태로 돌려놓는 것이다. 몸 안에 쌓여있는 독소를 제거하면 몸은 편안해지고 활기가 생긴다. 자동차 엔진의 실린더의 묵은 때를 벗겨내고 새 기름을 넣었을 때 효율이 좋아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연식물식을 딱 하루만 경험해도 이전과는 다른 몸의 상태를 느낄 수 있다. 어딘가 모르게 몸이 가볍고 부기가 빠지는 느낌이 든다. 이런 사소한 몸의 변화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채식에 대한 낯선 느낌이나 부담감을 조금은 지울 수 있다. 또한 가벼운 상차림이 주는 생활의 여유도 주목할만하다. 간단한 상차림이 남겨주는 넉넉한 시간의 행복을 느껴보면 생활에 여유가 생긴다.
채식은 파격 그 자체다. 새롭고 신선하다. 그리고 생각보다 쉽게 익숙해진다. 하면 할수록 채식의 필요성을 몸으로 느끼게 된다. 채식의 파격이 나의 삶에 즐거움을 던져줬다. 특히 요리를 할 때, 시도하지 않았던 것들을 시도할 수 있는 용기를 내도록 해줬고 맛의 실패보다는 맛보는 재미에 집중하게 했다. 이런 요리의 과정은 '결과보다는 과정'이라는 말이 '삶의 의미의 중요성'을 뜻하는 것임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고 그로 인해 나의 삶을 대하는 자세도 바뀌게 되었다. 자연식물식에서 느낀 신선함과 새로움 그리고 몸의 변화라는 충격은 자연식물식을 하는 데서만 그치지 않고 더 넓은 채식의 세상으로 나아가게 했다.
물 없이 채소 굽는 법
1. 채소를 동그랗게 또는 먹기 좋게 통통 썬다.
2. 프라이팬에 겹치지 않도록 잘 펼쳐서 놓는다.
3. 펼쳐놓은 채소위에 소금과 후추를 뿌린다.
4. 겉면이 약간 노릇해질 때까지 굽는다.
5. 다 구워지면 따뜻할 때 얼른 먹는다.
구운 채소 친구, '맛간장' 만드는 법
간장과 식초를 1:1로 종지에 넣고 잘 섞는다.
다루기 까다로운 버섯을 굽는 노하우
1. 버섯은 수분이 80%인데 팬과 닿는 버섯의 면적 때문에 다른 채소에 비해 익는 시간이 길다. 그래서 미리 버섯을 다듬어 놓은 뒤, 위에 소금을 미리 뿌려두면 수분이 나와서 굽기가 더 쉽다. 느타리나 미니 새송이는 볶듯이 긴 젓가락으로 잘 휘저으며 익히면 되고, 큰 새 송이나 표고는 프라이팬에 펼쳐서 천천히 가열하면 된다.
2. 버섯에 곁들일 양념장은 사실 따로 없다. 버섯을 익힐 때 뿌리는 소금이 전부다. 필요하다면 조금 더 소금을 곁들여 먹는다. (소금은 음식의 맛을 배가 시켜주고 몸에 필요한 요소다. 너무 과하게 먹지만 않는다면 문제없다.)
! 자연식물식 추천 메뉴!
고추냉이 간장을 곁들인 '양파볶음 덮밥' 만드는 법
1. 양파 1/2를 채 썬다.
2. 프라이팬이 달궈지면 채 썬 양파를 넣고 그 위에 소금을 살짝 뿌리고 후추도 뿌린다.
3. 중 약불에서 천천히 볶으면서 양파가 투명해지고 약간 갈색빛을 띨 때까지 볶는다.
(씹히는 맛이 좋다면 취향에 따라 살짝 양파를 덜 볶는다.)
4. 맛간장을 만들고 취향에 따라 고추냉이를 풀어 넣는다.
5. 밥 위에 볶은 양파를 올리고 만들어둔 맛간장을 곁들여 슥슥 숟가락으로 비벼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