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작가 Feb 25. 2022

이렇게 다양한 채식

채식은 건강식이라는 편견을 가진 당신에게 

세상에 먹을 음식은 많다!

먹는 것으로 시작된 '몸의 변화'와 '입맛의 변화'는 '음식의 변화'로도 이어졌다. 본래 호기심이 많아서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는 것을 좋아했었는데, 때 마침 '채식요리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했다. (이 호기심은 곧 자연식물식 식단에서 비건 식단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자연식물식 식단의 맛과 먹는 즐거움에 나와 아내는 꽤 만족을 하고 있었고 '건강을 위한 최고의 선택을 했다.'는 나름의 자부심도 있었다. 그렇지만 물로 볶는 요리만으로는 다양한 요리를 추구하고 싶은 나의 욕망을 다스릴 수 없었다. 평생을 자연식물식만 하고 살기에는 집에서 만들어 즐길 수 있는 음식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래서 시작된 채식요리 여정의 첫걸음은 베이커리였다. 자연식물식의 효과를 익히 몸으로 체험해본 나는 정제된 음식 (흰 밀가루, 백설탕 등)에 대한 거부감과 불편함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유나 버터 없이 빵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은 채식 베이킹에 대한 나의 무한한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혹시나 해서 찾아본 '채식 베이커리' 책은 내게 파라다이스를 보여줬다. 그렇지만 불편한 점이 또 있었다. 바로 '오일'이다. 채식 베이킹은 기본적으로 오일을 많이 사용한다. 만드는 빵의 종류에 따라 사용되는 오일의 양이 다르기는 하지만 오일은 빵을 부드럽게 만드는 우유, 생크림, 버터 등과 비슷한 역할로서 반드시 들어가야 할 식재료다.


자연식물식을 하면서 오일을 멀리해왔고 그런 상황에 익숙해져 있었지만 비건 베이킹에 대한 호기심과 음식을 더욱더 다양하게 즐기고자 하는 나의 욕망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나는 자연식물식 식단은 식단대로 유지하면서 베이킹도 하기로 했다. 그 시작은 통밀 식빵이었다. 그렇지만 성경에도 나와있듯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라고 하지 않았던가! 식빵을 시작으로 나는 다양한 빵을 만들어 즐겼다.


좌: 통밀 팬케이크, 우: 글루텐프리 와플
좌: 시나몬롤, 우: 당근포타주와 통밀식빵
좌: 통밀식빵과 커피, 우: 통밀마들렌

채식요리의 시작, 마크로비오틱

아마 이때부터 오일에 대한 거부감이 다시 가라앉고 '자연식물식'을 넘어서 '비건 음식'이라는 좀 더 넓은 영역으로 시선을 넓혀갔던 것 같다. 그리고 베이킹뿐만 아니라 비건 요리와 관련한 강좌를 2-3번 정도 체험식으로 들었다. 그중에는 비건 베이커리 수업도 있었고 마크로비오틱 수업도 있었다. 마크로비오틱은 엄밀히 말해서 비건 식단은 아니다. 그렇지만 주로 채식 위주의 식단이 중심이었기 때문에 마크로비오틱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었다. 또한, 채소만으로 기존에 논비건음식을 구현해볼 수 있다는 호기심도 마크로비오틱에 관심을 가지게 한 이유이기도 했다. 그래서 시중에 있는 다양한 마크로비오틱 서적도 꽤 많이 구입해서 읽고 참고하여 요리도 해봤다. 실제로 마크로비오틱 책에서는 '계란 없이 만드는 오믈렛' 등과 같은 흥미로운 음식을 소개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비건 음식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크로비오틱이 기존의 동물성 음식을 채식으로 구현하는 창의성은 놀라웠지만, 실제로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현실에서 똑같이 구현해보는 일에는 어려운 점이 있었다. 또한 주로 쓰는 식재료 종류의 차이와 마크로비오틱이 추구하는 맛의 차이 등은 나와는 조금 안 맞는 부분도 있었다. 어떤 측면에서는 기존의 한국음식과 큰 차이가 없는 음식들도 있었는데, 아마도 마크로비오틱이 생긴 이후로 여러 나라 사람들의 입맛과 취향에 따라 음식 형태와 맛에도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참고: 마크로 비오틱 VS 자연식물식

마크로비오틱의 핵심은 요리 자체가 아니다. 우리의 몸과 환경은 결국 하나라는 노자의 자연사사상과 음양 원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래서 제철에난 음식을 먹고 모든 음식을 뿌리까지 통째로 다 먹는다. 마크로비오틱운동은 1927년 이후로 전 세계로 확대되어 국제적 음식문화운동이 되었다고 한다. 어쨌든 맥두걸 박사가 추구하는 통곡물과 정제하지 않는 녹말 음식은 마크로비오틱과 자연식물식의 공통점이다. 또한 이를 통해 암, 당뇨, 고혈압, 비만 등의 현대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도 같다.
(두산백과 참고)


채식, 무조건 편해야 한다.

여러 종류의 채식음식을 경험하면서 느낀 점은 '채식도 식생활'이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일상에서 누구라도 편하게 만들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음식에 쓰이는 식재료도 익숙해야 하고 조리법도 어렵지 않아야 채식을 편하게 즐길 수 있다. 그래서 굳이 멀리서 '채식의 형태'를 찾을 필요가 없었다. 원래 우리의 음식, 한식이 채식, 그 자체였기 때문이었다. 또한, 한식 안에서도 (꼭 한정적으로 어떤 음식을 한식이다 아니다로 구분 짓는 것이 꼭 필요할까 하는 생각도 있지만)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도 있다. 어쩌면 한식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더욱더 다양한 음식을 추구하는 것이 편리하다. 왜냐면, 이미 여러 가지 식재료에 대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만들어 보기 전에 미리 대충이라도 머릿속에서 다양한 맛을 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익숙한 식문화에서 얻을 수 있는 식생활의 장점을 채식에서 활용할 수 있다면 그거야 말고 최고의 채식 생활이 되지 않을까. 나는 그 가능성을 한식에서 엿보았다.


좌: 피넛버터된장 누들, 가운데: 버섯두루치기, 우: 팔라펠과 비건사워크림
좌: 간장소스를 곁들인 두부구이, 우: 무채무침과 구운두부로 김장철 보쌈을 재현했다.


좌: 구운 감자, 가운데: 깐풍두부, 우: 채식감자탕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채식 빼곤. 

이 세상에 '새로운 것'이라는 것은 어쩌면 없을지도 모른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역사 속에서 다양한 시도를 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채식은 다르다. 채식은 늘 새롭다. 동물성 식재료를 쓰지 않고 요리하는 역사는 지금껏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떡볶이를 만들 때 반드시 '멸치를 우린 육수'를 써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적절한 비율로 섞인 양념 만으로도 충분히 '포장마차 저리 가라' 하는 맛있는 떡볶이를 만들 수 있다. 또한, 고기로 육수를 쓰지 않고 다시마만으로도 국물을 우려내어 국이나 찌개를 끓일 수도 있다. 결국 '시도해보느냐' '시도해보지 않느냐'의 차이다.


멸치육수 없이 양념장만으로 만드는 포장마차 떡볶이 / 맛도 강렬하고 깔끔하다.

멸치육수 없이 만드는 떡볶이

준비

양념: 고추장 3큰술, 설탕 3큰술, 조청 1큰술(없으면 안 넣어도 됨), 간장 1큰술

양념 외 재료: 양배추 조금(밥그릇 반 그릇), 통통 썰은 파 3-4큰술, 물 2/3컵, 데친 떡


만들기 

1. 양념을 잘 섞어서 물과 함께 달군 프라이팬에 넣어서 끓인다. (중불)

2. 양념이 부글부글 끓으면 채소를 넣는다. (중 약불)

3. 채소가 어느 정도 익으면 데친 떡을 보기 좋게 깔고 국물을 끼얹으면서 양념이 떡에 잘 배어들게 만든다.

4. 수분이 날아가고 어느 정도 국물이 졸아들어 색이 짙어지면 불을 끄고 고명을 올린다.


One Point Lesson

떡볶이의 핵심은 진하면서도 매콤 달콤한 양념이다. 미리 양념장을 만들어 매운 정도와 달달한 정도를 입맛에 맞추고 물은 '적게' 부어서 양념이 너무 희석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물을 부어서 졸이기 때문에 양념의 양이 부족하면 완성된 떡볶이의 색깔이 진하지도 않고 맛도 강렬하지 않다.



미역 떡국과 들깨가루


멸치육수 없이 만드는 미역 떡국

멸치 육수가 없어도 충분히 맛있는 미역국을 끓일 수 있다.

떡을 넣는다면 미역 떡국으로 별미를 즐길 수 있다.


준비

자른 미역 4큰술, 표고버섯 2개, 떡국떡 200g 정도, 다시마 5x5cm 5장 들기름 & 포도씨유, 굵은소금 1작은술


만들기

1. 미역을 불린다.

2. '포도씨유 1작은술 + 들기름 2작은술'을 섞고 너무 뜨겁지 않게 달군 냄비에 붓는다.

3. 불린 미역의 물기를 짜내고 기름을 부은 냄비에 옮겨 담는다.

4. 미역에 소금을 뿌리고 소금이 완전히 녹고 들기름의 향이 미역에 고루 배어들 수 있도록 중 약불에서 볶는다.(1분 정도)

5. 물을 약 1리터 정도 붓고 다시마와 표고를 채 썰어 넣은 뒤 물이 끓어오르면 뚜껑을 닫는다.

6. 뚜껑을 닫고 약 20분 정도 끓인 뒤, 다시마는 꺼낸다.

7. 미리 데쳐놓은 말랑 말랑한 떡을 넣고 약 3-5분 정도 끓인다.  

8. 취향에 따라 조금 더 감칠맛 나는 진한 맛을 원한다면 국간장을 1/2큰술 정도 넣어도 된다.

다만, 맛을 본 뒤에 판단한다. 필요하면 소금을 조금 더 넣어도 된다.


One Point Lesson

미역을 볶을 때 '소금'을 넣고 볶으면 미역에 간도 배고, 미역의 맛이 잘 우러난다.   모든 국은 반드시 냄비의 뚜껑을 덮어서 끓인다. 미역국도 마찬가지다. 그래야 내부의 압력으로 더 잘 끓고 내용물의 맛도 더 잘 우러난다.

 

흔한 채식

채식요리라고 특별한 것은 없다. 사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동물성 식재료를 쓰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특별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멀리서 '채식'요리를 따로 찾을 필요는 없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 중에 하나가 바로 '흔한 채식'이다. 채식은 늘 우리 곁에 있었다. 자연식물식처럼 상추에 쌈장만 곁들여 먹어도 그 자체로 '채식'아닌가. 채식이라고 음식을 특정하게 규정짓기 시작하면서 채식음식의 몸값이 올랐다. 이런 프리미엄이 채식음식은 쉽게 접하기 어려운 음식으로 인식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채식을 특별한 것으로 취급하는 순간 채식은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내 경우에는 집에서 요리하는 것을 즐기지만, 대부분의 밥상에는 특별한 음식을 찾아볼 수 없다. 두부조림, 감자조림, 콩나물 찜, 잡채 등을 즐겨먹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로 먹는 한식에는 굳이 동물성 식재료를 넣지 않고도 맛있게 만들 수 있는 요리가 많다. 원래부터 '그 자체가 채식인 요리'도 있다. 묵무침, 나물 무침, 김무침, 오이 무침, 무생채, 무조림 등등 가짓수가 너무 많아서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늘 이야기 하지만, 한식은 기본이 채소이고 우리 곁에 늘 있었다. 다만 서양식 식문화에 휩쓸려 잠시 우리의 기억에서 잊혔을 뿐이다. 채식요리가 궁금하다면, 당장 엄마에게 물어보라. 엄마는 '살아있는 요리백과사전'다.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목소리로 맛있는 한식의 노하우를 전수해주실 것이다.  


'채식' is 'New Normal' 

나도 한 때는 다양한 레시피 책을 많이 구매해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지금도 역시 레시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오히려 나는 '마크로비오틱' 혹은 '채식' 관련 레시피 도서보다는 '냉장고 털이' 음식에 더 큰 관심이 있다. 냉장고에 오랫동안 잠들어있는 식재료들은 대부분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진 채소들인데, 이런 채소들을 활용한 간단한 레시피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새롭지만 새롭지 않은 음식이 바로 채식 음식이다.


과학기술은 점점 더 앞으로 전진하지만 음식은 오히려 더 나아질 것도 새로울 것도 없을 것 같다. 오히려 과거에 우리가 먹었던 음식들이 새롭게 재조명을 받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과거의 음식은 우리의 건강을 지켜줬고 자연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지구를 지켜내는 방식 중의 하나로 채식이 떠오르는 것은 우리의 전통음식을 떠올리면 금세 그 이유를 떠올릴 수 있다. 자연을 정복과 활용의 대상이 아닌 한없이 내어주는 '어머니'로 생각했다는 것. 이제 음식에서도 우리는 뉴 노멀(New Normal)을 떠올릴 때가 됐다.


우리 곁에 늘 존재했던
그 흔한(normal) 음식 새로운(New) 식생활의 기준이 된다는 것을.  








작가의 이전글 자연식물식: 물로 볶아봤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