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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작가 Apr 21. 2022

좀비케이크

죽지 않는 음식을 먹이시겠습니까?

지난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 위해 유치원에서 받아왔던 좀비케이크

  "이것 봐!"

나는 다급히 아내를 불렀다. 아내는 나의 급작스러운 목소리를 듣고 한달음에 달려왔다.


  "정말, 신기하지 않아?"

  "어떻게 이런 걸 아이들한테 줄 수 있지?"

나는 지난 크리스마스를 기념하여 받은 케이크를 박스의 안을 들여다 보여주며 말했다.


아내는 5개월째 상온에 방치된 케이크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나는 순간 예전에 화제가 되었던 '상온에 오래 놔둔 맥도널드 햄버거가 썩지 않는 영상'을 떠올렸다. 나는 이 케이크를 유치원에서 받아온 딸아이에게도 보여줬다. 아이는 "케이크가 아직도 있어?" 하며 반가워하는 눈치였지만, 걱정스러운 내 표정을 보고는 이내 분위기를 알아차렸고 내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이래서 엄마 아빠가 가공식품은 주지 않는 거야."

  "어떻게 음식이 썩지 않을 수 있어? 도대체 뭐가 들어있길래."

  "식품첨가물은 극소량만 쓰여도 아주 큰 효과를 내는 게 분명해."


나와 아내는 황당한 얼굴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눈 앞에 썩지 않는 케이크가 있지만 서로 믿지 못했다.

어쩌다 못 먹어서 그냥 옆에 박스채로 놔두었던 딸기에는 이미 검게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그렇지만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당시 받아왔던 그대로였다. 벌써 작년 크리스마스 이후로 4개월이 지난 때였다.


이런 믿지 못할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게 된 원인은 '첨가물' 때문이다. 첨가물의 힘은 사람의 상식을 뛰어넘는 듯 보였다. 가공식품 안에 들어가는 보존제 같은 첨가물이 인체에 영향이 미치지 않을 정도로 들어간다고는 하지만 아주 극소량만으로도 이러한 효과를 낼 수 있다면 60조 개보다 더 많은 수의 세포에게 미칠 영향은 어떨지 감히 상상도 못 할 정도다. 다만, 우리 신체는 끊임없이 재생하고 우회하면서 몸의 시스템을 유지하기 때문에 몸안에 어떤 일이 일어나도 우리 스스로가 잘 알지 못할 뿐이다.


또한, 한 가지 집고 넘어가야 할 점이 하나 더 있는데, 식품첨가물은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지 않는다. 보통 실험용 쥐를 이용해서 시험을 진행하는데, 여기에서 얻은 자료를 가지고 인체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여 식품첨가물 사용량을 정한다. 즉,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시험하지 못한다는 것은 '인체에 첨가물이 좋지 않다'는 것을 잠재적으로 알 수 있게 한다.   


딸은 남은 케이크를 먹을 수 없다는 이야기에 아쉬워하기만 했다. 그렇지만 나와 아내가 평소에 첨가물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해줬기 때문에 일단은 그 케이크를 달라고 조르거나 떼쓰지는 않았으며 그런 음식은 먹으면 안 된다는 것 정도는 머리로 이해하는 듯 보였다. 달콤한 케이크를 먹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 한채 돌아선 딸아이의 뒷모습에서 케이크를 먹지 못하게 하는 부모의 태도에 대한 약간의 원망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딸의 태도를 개의치 않았다. 다만, 안타까웠다. 아이들이 이런 음식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우리 몸에 들어온 첨가물은 독소로 인식되어 우리 몸에 쌓인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몸에 쌓인 첨가물로 인해 각종 병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대표적인 것이 비만, 당뇨 등으로 알려진 생활습관병 즉, 성인병이다. 당장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밟게 되는 수순이다. 그런데 이런 수순이 더 빠르게 진행되어 요즘에는 소아 당뇨와 같은 질환으로 나타나고 있다. 초등학교 1-2학년이 밥을 먹고 혈당을 체크한 뒤 인슐린 주사를 혼자서 스스로 자기에게 놓는 일이 내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다. 아이 엄마는 아이가 먹고 싶은 것을 먹도록 놔두지만 그로 인해 겪는 고통과 불편함은 온전히 아이의 몫이라는 것을 왜 모르는지 나는 안타깝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을 지키는 유일한 보호막은 부모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라와 정부가 나서지 않는다면 별다른 도리가 없다. 부모가 최후의 보루이자 마지막 아이들을 지킬 수단이 될 수밖에. 부모가 모르면 아이들도 모른다. 부모들이 이전 과거보다는 먹거리에 관심이 많아져서 다행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공식품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편하게 생각한다. 길거리를 다녀보면 여전히 많이 부모들이 알록달록한 색깔의 사탕을 거리낌 없이 아이들의 입에 물려준다. 아이들이 맛보고 있는 것은 '진짜 맛'과 '진짜 영양'일까.    


음식의 종류는 다양해지고 많아졌지만 음식과 영양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정보는 여전히 부족하다. 부모가 나서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준 음식을 먹고 아플 것이다. 유치원이 진정한 교육기관이라면 아이들의 기분을 위해 아무 음식을 주는 것보다 아이들에게 올바른 음식에 대한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이 훨씬 더 교육적인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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