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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작가 Apr 22. 2022

조기교육 아니라 조기채식

채식은 스며드는 거야. 

"걱정이야, 걱정." 

나는 웃으며 아내에게 말했다. 아내는 이미 내가 하는 말의 뜻을 알고 있다. 


"그러니까 로아는 너무 먹어서 탈이야. 뭐든지 너무 맛있어하잖아." 

모든지 지나치면 걱정이 되는 법. 아내는 잘 먹는 둘째가 기특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염려스러워했다.


둘째(이하 로아)는 식탁에 올라가는 발군의 스킬까지 발휘하며 엄마, 아빠가 먹는 것까지 넘보고 있었다. 둘 째는 못 먹는 것이 없다. 어제는 봄철 맞이 엄마가 주신 데친 쪽파도 여러 줄기를 자기 손으로 무작위로 집어 먹었다. 처음엔 줄기가 조금 질겨서 잘 씹지 못할 까 봐 잘게 잘라줬는데 잘라주는 속도가 먹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그래서 그냥 놔뒀다. 처음에는 자기 자리에서 잘라준 것만 먹다가 성에 차지 않는지 아예 자리를 데친 파가 있는 앞쪽으로 옮겨와서 자신의 손으로 직접 집어 먹었다. 


이제 나이 고작 19개월. 그녀의 식성은 참으로 놀랍다. 거침없이 먹어 재끼는 매력이 철철 넘친다. 


둘 째는 이제 태어난 지 19개월 되었지만, 먹는 것에서 만큼은 유치원 졸업반인 7세(만 5세) 언니 못지않다. 똑같이 채식을 하고 있지만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바로 채식을 시작한 나이다. 말하자면, 첫 째는 채식 1.5세 둘 째는 채식 2세대다. 이렇게 채식을 시작한 시간을 기준으로 세대를 나눈다는 게 우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 차이는 사실 많이 크다. 채소를 대하는 태도와 인식이 그것이다.


영유아는 음식을 차별하지 않는다. 

로아에게는 모든 채소가 대부분 새롭다. 익숙하지 않은 낯선 것 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금세 그 맛에 익숙해진다. 입으로 가져가는 몇 번만으로도 금세 익숙해진다. 이런 일들은 일상생활에서 왕왕 자주 일어난다. 

둘째가 덥석 말린 가지무침을 손으로 집어 들었다. 우리 가족이 온다고 손수 무쳐주신 맛깔난 가지 무침에 심취해서 아내와 나는 젓가락을 쉴 새 없이 놀렸는데 평소에 엄마 아빠가 먹는 음식에 늘 관심을 가지고 있는 로아 눈에 말린 가지무침이 들어왔다. 그리고는 잠시를 틈타 손을 뻗어 가지를 덥석 집어 입에 넣었다. 아직 젖니가 다 나지 않아서 가지를 제대로 씹을 수 없었는지 입에서 오물거리다가 손으로 잡아 빼곤 입으로 쪽쪽 빨아먹기 시작했다. 이제 숟가락질을 시작한 유아가 어른들에게도 호불호가 있는 음식에 적극성을 보이는 것을 보고는 함께 식사를 하는 식구들조차 놀랐다. 물론 나와 아내도 마찬가지. 


우리는 가끔 아이들에게 어떤 음식을 줄 때 '이 음식을 먹을 수 있을지 없을지'를 고민하지만 사실 그럴 필요가 없다. 나도 여러 번 그런 고민을 해봤지만 모두 예상을 빚나 갔다. 파프리카도 도토리묵도 당근도 모두 아이의 먹을거리였다. 어리면 어릴수록 음식에 대한 호불호는 없는 것 같다. 우리는 영유아들과 함께 모든 음식을 즐길 수 있다. (너무 자극적인 음식을 제외하고) 그래서 채식을 시키거나 채소에 익숙해지도록 하고 싶으면 아주 어릴 때부터 아이와 함께 다양한 채소의 맛을 즐기면 좋다. 생각보다 쉽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채소습관

식습관에 있어서 영유아의 시기를 강조하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음식에 대한 판단이 자리 잡히기 때문이다. 음식에 대한 어떤 판단이나 생각이 자리 잡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해온 경험 때문이다. 그래서 아주 이른 시기 (어린이집을 가기 전까지) 채소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는 것이 좋다. 어릴 때의 경험은 생각보다 그 영향이 크다. 그 경험이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상관없다. 똑같이 아이의 식습관에 영향을 준다. 첫 째 딸아이(이하 서하)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채식 1.5세다. 우리는 서하가 어린이 집에서 다양한 음식(가공식품과 육류 등)을 경험한 뒤에 채식을 시켰다. 물론 그때도 채식을 시키기에 빠르다면 빠른 나이였겠지만 다양한 채소의 맛보다 육가공식품 또는 육류와 일반 가공식품이 서하의 입맛에 더 인상적이었음에 틀림없다. 물론 서아는 좋아하는 채소가 많다. 당근, 쑥갓, 우엉 등과 같은 어쩌면 어른들에게도 즐겨먹기에 거리낌이 있을 수 있는 채소를 좋아한다. 그런 반면에 음식에 대한 편견도 많이 있다. 이미 부드럽고 자극적인 음식을 많이 맛보고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런 경험으로 서하는 더 이상 거리낌 없이 새로운 음식에 도전을 하지 않는다. 먹어보지 않아도 단지 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먹을 음식과 그렇지 않을 음식을 구분 짓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하는 '데친 쪽파'를 경험해 본 적이 없다. 그러니까 예전 같았으면 그냥 호기심에 입에 한 번 입에 넣어볼 수도 있을 텐데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나는 엄마 아빠가 모든 세상의 창이 되는 '이른 영유아 시기' 즉, 이유식 때부터 채식을 시키기를 권유한다. 채소를 거리낌 없이 엄마 아빠를 보며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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