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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작가 Apr 13. 2022

불안을 먹고사는 동물

불안할수록 성실해지는 불편함에 대하여

아침에 일어나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밖을 내다봤다.

무엇엔가 쫓기듯 사람들은 백팩을 메고 어디론가 달리고 있었다.


늦을까 봐, 혼날까 봐, 뒤쳐질까 봐, 건강하지 못할까 봐, 점심을 못 먹을까 봐...

늘 무언가 놓칠까 봐, 잃을까 봐 사람들은 달리고 또 달린다.


'성실'이라는 잘 포장된 삶은 우리에게 '불안'이라는 선물을 준 것 만 같다.

무엇을 위해서 필요한 '성실함' 일까.

불안할수록 더욱더 성실해지는 이상한 세계


내 아버지는 내년에 칠순이 되신다.

아버지는 거의 70세 평생을 하루도 빠짐없이 일을 하셨다.

일이 곧 아버지였고, 아버지는 곧 일이었다.


지금도 농사를 지으시면서 '진짜' 농사꾼 못지않게 바쁜 삶을 살고 계신다.

자녀들을 모두 결혼시키고 이제는 어머니, 아버지 두 분이서

하고 싶었지만 여태껏 못해본 일들을 서서히 즐기시면서 살 수 있으실 텐데

오히려 현역 때보다 더 바쁘게 시간을 보내신다.

한 잔의 와인도 벌컥 들이키시고 마는 아버지의 삶


나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가만히 있으면 뭘 해? 야, 나가자. 뭐라도 보고 해야지.'


그래, 그렇지 시간은 중요하지.

1분 1초라도 아껴서 많은 일을 해야지.


나는 오늘도 불안의 한가운데 서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옴짝달싹 하지 못하고 그냥 그렇게.

나와는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를 떠올리며

혼자서 경쟁하고 있다.


가만히 앉아 커피 한 잔을 입에 털어 넣는다.

드립 커피를 좋아하지만 커피를 내리는 10분이 아까워서 캡슐커피를 마신다.

빨리하려고 편한 것만 찾는데 왠지 내 삶에 뭔가 텅 비어버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뭔가 많이 한 것 같은데 큰 소득도 없는 것 같다.


무엇이 되려고 애쓰는 삶인지

무엇을 하려고 성실하게 사는 삶인지

정말 그렇게 될 수 있는 것 인지 난 알 수 없어 불안하다.


그래, 불안하다.

불 안 하 다


요즘 자꾸만 내 귓가 들리는 주문이 있다.

'가만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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