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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두 아이의 아빠이자 채식 4년 차인 비건이다. 나는 자칭 ‘프로채식러’로서, 그동안 채식을 하면서 식습관으로서 비건이 되는 과정을 나름의 이론으로 정립하여 이야기할 수 있을 정로 채식에 대한 많은 노하우와 지식을 쌓아왔다. 채식을 하는 우리의 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지만 누구든 노력하면 채식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확인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더 내게 흥미로웠던 점이 있어다. 내가 비건이 되는 과정이 수많은 자기 계발서에 밝히고 있는 ‘성공의 철학’과 매우 흡사하다는 것이다. 나는 이 사실을 최근에 알게 되었는데, 나와 함께 채식을 실천해온 아내 역시 내 이야기를 듣고 크게 놀라며 공감했다.
내가 채식을 원래 타고난 식습관처럼 받아들이게 된 경험을 통해서 주목한 ‘성공의 철학’은 한국인 최초로 필즈상 수상의 영예를 얻은 허준이 교수의 말대로 ‘하루를 온전히 살아가는 삶’이었다. 그의 인터뷰에는 그가 어떻게 세기의 난제 ‘리드 추측’을 풀 수 있었는지에 대한 노하우보다는 오히려 수학자로서의 삶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 유명해진 ‘하루 4시간만 연구하고, 나머지 시간은 가족들과 보낸다’는 연구 루틴은 우리 알고 있는 성공의 공식을 뒤흔든다. 그는 문제 해결이라는 목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일의 삶을 사랑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연구가 삶보다 더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동료와 함께 연구를 진행했던 기억을 추억이라고 하면서 함께 아이디어를 내놓고 문제를 풀어가는 협력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그 과정을 즐겼다.
그런 그의 일상의 발자취가 자연스럽게 그를 성공의 반열에 올라놓았다고 생각한다. 허준이 교수라고 성공에 목마르지 않았을까. 하지만 지나치게 매달리고 몰입하려고 하기보다는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간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서울대 졸업 축사에서 그의 마지막 말이 그의 삶의 태도를 대신한다. ‘자신에게 친절하시길, 그리고 그 친절을 먼 미래의 우리에게 잘 전달해 주길 바랍니다.’ 성공한 그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라’는 말로 들린다.
나는 채식을 하면서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그로 인해 얻게 되는 날씬한 몸과 되찾은 건강에 대해 즐거워했다. 나 스스로 비건이라고 생각한 때는 채식을 시작하고 오랜 시간이 지난 최근의 일일뿐이다. 그동안에는 채식을 하는 즐거움에 푹 빠져 있었다. 채식을 시작할 시기에는 매 끼니를 채소로만 식사하는 자신을 스스로 대견해하면서 작은 성취감에 도취되기도 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동물성 음식에서 벗어나 채소만 가지고 감칠맛 나는 요리를 하는 일은 내게 큰 즐거움이었고, 사람들을 초대하여 채소음식을 함께 먹고 즐기기를 좋아했다. 외식보다는 채소로 만든 집밥을 즐겼고 우리 가족만 즐겨먹는 채식음식에 우리만의 이름을 붙여 가족들끼리만 서로 그 이름을 부르면서 아이들과 함께 즐거워하기도 했다.
한 마디로 나는 채식으로 행복한 사람이었다. 이미 비건이라고 말하기 전에 비건이었다. 늘 과정보다는 결과라고 하지만 과정 없는 결과는 없다. 채식은 과정이 전부인 식습관이다. 동물성 음식에 대한 욕구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채식을 한다고 해서 동물성 음식의 유혹이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채소음식에 대한 입맛의 변화와 함께 동물성 음식의 유혹에 대한 면역력을 기르는 장기간의 훈련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런 과정이 어렵고 고통스러우면 식습관의로서 비건이 되기는 힘들다. 결국, 성공은 내가 성취하거나 이루는 그 무엇이 아닌 삶의 태도를 통해 저절로 움켜쥐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