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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작가 Oct 30. 2022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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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처음부터 비건이었다. 아니 사실 이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진짜로 믿었다. 그때부터 나에게 채식의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의 생각과 결심이 채식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모든 문제에는 답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외화 ‘로스트 인 스페이스’에서 나오는 말이다. 문제에 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답은 떠오른다. 답이 바로 떠오르지 않더라도 서서히 답에 이르는 길을 찾아갈 수 있다. 말 그대로 생각하기 나름이다.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면서 엄마 아빠 다음으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바로 ‘아니 또는 싫어’다. 이제 두 돌이 막지 난 우리 딸은 보면 알 수 있다. 사실 아이들이 아니라는 말을 많이 하는 이유는 바로 엄마 아빠에게 이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다. ‘아니’라는 말이 무조건 부정적인 말은 아니다. 뜻은 부정이지만 의도는 긍정적인 경우가 많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지 않을 때 혹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서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또는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아니라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니’라는 말은 그러한 긍정적인 의도와 의미뿐만 아니라 고정관념을 갖게 하거나 혹은 도전의식과 호기심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엄마, 아빠는 아이에게 세상에 되는 것보다 안 되는 것을 더 많이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언젠가 한 번 첫째 아이는 엄마, 아빠는 무엇이든 안된다고만 한다고 불평한 적이 있다. 나는 이런 반응을 두고 한편으로는 염려한다. 이렇게 자라는 아이의 미래에 온통 해서는 안될 일만 가득 차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시도도 해보기 전에 포기하거나 아예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고 낙심하면 어떡하지 하고 말이다. 아마 스스로도 왜 이렇게 자신이 삶에 대해 부정적인지 깨닫지 못해 답답해할 수도 있다. 그래서 늘 아쉽다. 우리 첫째 아이에게 ‘괜찮아. 해도 돼.’라고 말해주지 못한 것이.   


우리가 무엇인가 믿지 못하는 것은 사실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나는 안될 거야 혹은 저건 너무 힘들어하는 등의 부정적인 인식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꾸 의심이 고개를 드는 것이다. 단순히 믿기만 하면 되는데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조금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채식도 마찬가지다. 사실 나처럼 ‘나는 오늘부터 비건이다’라고 거창하게 마음먹지 않아도, 그냥 오늘 한 끼만 비건으로 먹어볼까 하는 정도의 생각만 해도 채식을 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높아질 수 있다. 그렇게 한 끼, 두 끼 먹기 시작하면 이외로 괜찮다는 생각이 들고 조금씩 바뀌어가는 입맛을 느끼며 채식도 할만한데 라는 생각에 이르게 될 것이다. 


사실 믿음이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스스로 무엇인가를 확신하고 그냥 잊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더 이상 의심할 일도 부정할 일도 없다. 그리고 확신하는 일을 위해 노력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언젠간 우리 앞에 자신이 확신했던 일들이 펼쳐져 있을 것이다. 


채식을 처음 시작할 때 나는 비건이라고 확신한 후, 무엇을 먹을지 생각했다. 그때 떠오른 음식이 쌈이었다. 그리고 이어서 떠오른 것이 한식이었다. 계속해서 무엇을 먹으면 좋을지 떠올랐고 내가 먹는 음식의 맛과 몸의 변화에만 집중했다. 내가 비건이라는 생각은 처음 다짐을 한 뒤부터는 더 이상 생각해본 적이 없다. 오직 과정에서 얻는 의미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을 보낸 뒤 나는 어느새 비건이 되어있었다. 


성공의 가능성을 따져보고 싶은가. 그렇다면 틀렸다.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생각 때문에 가능성을 따져보고 싶은 것이 아닌가. 그렇게 시작한 일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다. 이미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마음에 두고 시작했기 때문이다. 늘 긍정적인 생각보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성공했다는 생각으로 일을 시작하면 혹시라도 일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더라도 뭔가 배우는 것이 있을 것이다. 실패는 성공의 반대말이 아닌 성공으로 가는 과정이 되기 때문이다. 성공도 내가 결정하지만 진짜 실패도 내가 실패라고 생각할 때 실패가 되는 것이다. 우린 아직 누구도 진짜 실패를 해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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