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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작가 Apr 08. 2021

건강한 '비건 디저트'의 비밀

비건 디저트가 제대로 알고 즐기기

비건 디저트, 그 새로운 세계

채식을 하기 훨씬 전부터 아내와 나는 디저트를 즐겨 먹었다. 예쁘고 앙증맞은 디저트는 맛도 좋았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그렇지만 채식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이런 디저트에 대한 즐거움을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만 했다. 오랜 습관처럼 즐겨오던 디저트를 한순간에  더 이상 먹을 수 없다는 현실은 참으로 안타까웠다.


그러던 찰나 알게 된 ‘비건 디저트’. 나와 아내가 '비건 디저트'를 알았을 때는 이미 SNS상에서 비건 디저트의  인기가 대단했다. 예를 들어 오전에 당일 판매할 제품 리스트를 판매자가 피드에 올리면 실시간으로 금방 소진될 정도였다. 비건 디저트는 기존의 디저트 공식을 깬 새로운 세계였다. 우유, 버터, 계란을 넣지 않고도 디저트를 만들 수 있다는 신박함과 다시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우리는 한껏 들떠있었다. 우리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여러 곳의 디저트를 예약한 뒤 입금을 하고 직접 찾아오는 방식으로 비건 디저트를 사 먹었다. 특히 우리는 두유로 만든 크림치즈가 올라간 당근 파운드를 좋아했는데 진짜 ‘크림치즈’라고 부르기는 어렵지만 그 식감만큼은 일반 크림치즈 못지않게 좋았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찾은 디저트의 행복에 흠뻑 빠져있었다.


비건 디저트는 사실 디저트라기보다는 파운드 케익, 마들렌, 머핀 등과 같은 빵에 가까웠다. 또한 채소나 통곡물, 두부 등을 이용해 맛과 질감을 내는 독특한 메뉴가 종종 눈에 띄었다. 깻잎 스콘, 단호박이나 쑥을 넣은 파운드 케익, 다양한 구황작물과 크럼블이 들어간 케이크, 두부 브라우니 등 종류도 다양하다. 채소와 빵의 만남은 신선했고 마치 요리 같은 느낌도 들었다. 어쨌든 한 번 발을 들여놓으면 빠져나갈 수 없는 개미지옥처럼 비건 베이커리 세계에 푹 빠져있다가 더욱 더 자주 즐겨보고 싶은 마음에 우리는 비건 디저트를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다. 하지만 만들면 만들수록 우리가 만든 디저트를 먹는 부담이 커졌고 앞으로 계속 디저트를 먹을 수 있을지 의문이 생겼다.


비건 디저트의 불편한 진실 

디저트를 만들면서 우리는 여러 번 놀랐다. 처음에는 식물성 재료로만 가지고 디저트를 만드는 일이 너무 신기해서 열중하느라 잘 몰랐지만 점차 비건 디저트의 '현실'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특히 디저트를 만들 때 주로 쓰이는 식재료와 그 양에 주목했고, 먹고 난 뒤 우리 몸의 반응에 불편함을 감추지 못했다.


비건 디저트를 만드는 기술의 핵심은 식물성 재료만 가지고 동물성 재료가 가진 특성을 재연하는 것이다. 동물성 식재료가 가진 특성을 재연할 때 가장 많이 들어가는 재료가 바로 '오일'이다. 오일은 촉촉한 느낌을 주고 디저트의 형태를 잡아준다. 오일을 쓰지 않으면 맛도 모양도 제대로 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비건 디저트에는 다량의 오일이 들어간다. 보통 작은 크기의 파운드 케이크 하나를 만들 때 오일이 30g 정도 들어간다. 수치로만 보면 어느 정도의 양인지 감이 잘 안 오겠지만 꽤 많은 양이다. 직접 저울에 그릇을 놓고 30g의 오일을 천천히 부어보면 눈이 커질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설탕도 꽤 많이 들어간다. 스콘 1개에 설탕 1-2큰술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단맛이나 식감을 내기 위해 추가로 들어가는 건과일 혹은 각종 시럽들도 포함하면 그 양이 꽤 많다. (과일도 말리면 자연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정제당인 설탕과 다를 바 없다.) 보통 비정제 설탕을 많이 사용하는데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화학적인 처리를 거치지 않아서 건강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역시 설탕은 설탕이다. 설탕이 녹아서 제품으로 만들어지면 일반 설탕처럼 혈당을 급격하게 오르게 하기는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정제 설탕의 유효한 성분들은 극히 적어서 무시해도 될 정도라고 한다. 


또한 비건 디저트는 밀도가 꽤 높다. 우유나 버터를 사용해서 만드는 일반 디저트보다 오븐으로 구웠을 때 팽창하는 정도가 적고 버터나 계란이 들어가야 할 자리에 통밀가루나 두부와 같은 식재료가 더 들어가 채우기 때문에 당연히 디저트 속이 일반 디저트보다 더욱더 꽉 찰 수밖에 없다. 그래서 비건 디저트를 손으로 들어보면 꽤 무겁다. 예전에 유명하다는 비건 디저트 가게의 초콜릿 케이크를 구입한 적이 있었는데, 그 무게에 깜짝 놀랐다. 묵직한 게 아니라 무거웠다. 그리고 먹을 때는 목이 메는 듯한 퍽퍽함이 느껴졌고 목 넘김이 힘들었다. 건강한 것만 넣은 디저트를 먹으니 이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작은 사이즈 홀케이크 하나에 4만 원 정도를 지불한 것에 비해 아쉬운 부분이 많이 있었다. 


비건 디저트를 먹고 난 뒤엔 우리는 늘 물을 많이 마셨다. 목이 타고 갈증이 났다. 속은 늘 더부룩했고 뱃속에는 가스가 찼다. 그래서 스콘 같은 경우는 1개를 다 못 먹었고 아내와 나눠먹어야 했다. 계속해서 신물이 올라왔다. 더욱이 그렇게 디저트를 먹으면 아침마다 늘 규칙적으로 가던 화장실도 그다음 날엔 제대로 못 갔다. 어쩔 수 없이 간헐적 단식을 통해서 소화를 시켜야만 했다. 이런 과정을 한 두 번 겪는 것은 괜찮았다. 그렇지만 매번 이런 일을 겪는 것은 상당한 스트레가 되었다. 속이 더부룩하니 주식인 밥을 먹는 것도 힘들었다. 덜먹고 싶었고 아예 안 먹고 싶었다. 정작 먹어야 할 음식은 먹지 못하는 일이 생겼다.  


결국 디저트는 디저트일 뿐 

비건 디저트의 한계가 분명히 보인다. 식물성 식재료로 동물성 재료의 특성을 재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점차 다양한 식재료를 함께 넣는다. 예를 들어 차전차피 가루라든지 칡 분말, 전분, 아마씨, 병아리콩, 두부 등이 있다. 가끔은 '이렇게까지 식재료를 넣어서 디저트를 만들어야 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왜냐면 일반 디저트를 완벽하게 재연하기 위해 만든 음식 같기 때문이다. 또한 만드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영양손실은 크고 결정적으로 먹으면 먹을수록 속이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건강을 위해서 기왕이면 건강한 디저트를 즐기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나도 그랬다.), 안타깝게도 그런 디저트는 세상에 없다. 건강과 맛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디저트는 오직 자연에서 얻은 제철 과일과 채소뿐이다. 


예전에 한참 오리온의 브랜드 '닥터유'에서 '건강한 과자'라는 이미지를 내세워 여러 가지 스낵을 론칭했다. 그렇지만 실제로 다른 브랜드의 과자보다 조금 더 좋은 재료를 사용했을 뿐 많이 섭취하면 안 되는 일반 스낵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소비자들은 '건강하다'는 이미지만을 믿고 이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했다. 비건 디저트도 마찬가지다. 일반 디저트에 비해 더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맞다. 통밀, 현미 등을 사용하고 대부분 우리 농산물 또는 유기농 식재료를 사용한다. 그래서 비건 디저트도 '건강하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렇지만 여기서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식물성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더 건강하지 않다. 식재료 자체는 영양가가 높을 수 있다. 그렇지만 디저트를 만드는 방식으로 식재료를 가공하면 식재료의 '건강함'을 잃는다. 결국 비건 디저트도 '디저트'일 뿐이다. 


디저트,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하다. 

비건 디저트는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알고 먹어야 하며 조금만 즐겨야 한다. 어떻게 보면 간식 격인 디저트가 주식인 현미채식에 영향을 주어서는 절대로 안된다. 디저트를 얼마나 먹느냐도 중요하지만 빈도수도 중요하다. 디저트를 어쩌다가 한 두 번 거하게 먹는다고 한들 우리의 체중과 건강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그동안 현미채식을 통해서 몸안에 독소를 배출하고 장기를 건강하게 유지했기 때문에 그런 소화에 부담을 주는 음식이 들어와도 우리 몸은 잘 버틸 수 있다. 그렇지만 수시로 즐기거나 먹으면 든든하다는 이유로 또는 건강한 식재료로 만들었다는 이유로 주식을 대신에서 먹는다면 분명히 몸의 어딘가에 문제가 생긴다. 


디저트를 이렇게 즐겨보면 어떨까 

만약 채식을 하다가 비건 디저트를 우연히 접하게 되었는데 도무지 헤어 나오지 못할 정도로 빠지게 되었다면 아직 디저트를 먹을 자격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럴 때는 과감히 디저트를 멀리하도록 권하고 싶다. 채식의 핵심인 현미채식이 흔들리면 사실 건강을 위해 하는 채식은 의미가 없다. 비건 디저트가 아무리 맛있다고 느껴져도 먹었을 때 몸에서 느껴지는 반응을 제대로 파악하고 느낄 수 없다면 아직 채식으로 몸의 감각이 깨어나지 않은 것이다. 채식을 제대로만 하고 있다면 어떤 음식이 우리 몸에 들어왔을 때 우리의 몸상태가 좋아지고 편해지는지를 알기 때문에 쉽게 비건 디저트에 빠질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내 몸이 채식에 대한 적응이 되지 않았다면 비건 디저트를 멀리하는게 좋다. 


그래도 디저트를 즐기고자 한다면 '간식'이 아닌 '후식'으로 즐기기를 바란다. 주식에서 탄수화물을 충분히 골고루 섭취하면 몸은 필요한 만큼 혈당을 유지하며 포만감을 느낀다. 그래서 식후에 디저트를 먹으면 탄수화물과 과당의 함량이 높은 디저트를 많이 먹지 않고 적당히 즐길 수 있다. 


디저트를 즐기고 싶다면 

우리 몸에 좋고 맛도 좋은 음식은 수분과 섬유질을 많이 포함한 음식이다. 건강과 입맛을 모두 사로잡을 수 있는 음식은 오직 현미채식과 과일뿐이다. 하지만 때론 우리는 달콤함을 느끼며 기분을 내고 여럿이서 그런 기분을 함께 나누고 싶기도 한다. 인정한다. 그래서 디저트를 찾게 되는지도 모른다. 그럴수록 디저트를 제대로 알고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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