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샘의 일상 노트 - 육아휴직에서 배운 시간 조절법
시간을 멈추고 싶은 순간들이 있습니다. 지난 1년 육아휴직 기간 동안은 그런 순간들이 무수히 많았습니다. 날 좋은 아침 아이들의 손을 꼭 잡고 학교와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 길. 재잘거리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 평일 오후 한가한 공원에서 아이와 뛰며 연을 날리던 시간들... 하지만 시간은 멈출 수도 늘릴 수도 없는 것이죠.
지난 글 시간을 멈추는 방법(1) 에서 저는 육아휴직 동안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시간이 천천히 흐른 것 같이 느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시계 속 시간은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우리의 ‘느낌’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시간이 언제 빨리 흐른다고 혹은 느리게 흐른다고 느낄까요.
보통 엄청 재미있는 일을 정신없이 할 때, 즉 ‘몰입’의 순간에는 시간이 훅 하고 지나갑니다. 반면 너무 하기 싫은 일을 하거나 괴로운 순간은 시간이 잘 안 갑니다. 몇 분 지나지 않았는데도 계속 시계만 바라봅니다. 그 순간 그 상황의 좋고 싫음에 따라 시간이 다르게 지나가는 건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사람은 항상 그 반대를 원한다는 것입니다. 즐거운 시간은 천천히 지나갔으면 좋겠고 괴로운 시간을 빨리 지나가길 원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원하는 대로 시간을 느끼려면 시간을 느끼는 법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쯤에서 책 한 권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심리학과 뇌과학을 통해 풀어내고 있는 흥미로운 책 <안녕하세요, 시간입니다>(슈테판 클라인 저)입니다. 이 책은 일상의 다양한 사례와 함께 시간에 대한 이론들을 재미있게 설명합니다.
이 책의 다양한 내용들 중 '시간에 대한 느낌'을 달라지게 하는 두 가지 요소를 저의 경험과 함께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시간과 관련된 수많은 놀라운 현상 중 특히 매력적인 것은 바로 이것.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의식함으로써 시간을 연장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77p)
첫 번째로 시간에 대한 의식입니다. 시간의 흐름에 대해 신경을 쓰면 쓸수록 시간은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활동에 빠져있는 몰입의 순간, 그리고 회사에서 바쁜 업무로 정신없이 지내는 하루하루. 이런 순간들에 우리는 시간을 잊고 있거나, 시간을 느끼기에는 마음의 여유가 부족합니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 비록 집안일과 육아로 몸은 고된 시간들이었지만 (분명 회사보다 몸이 더 편하지는 않습니다.ㅎㅎ) 마음에는 여유가 있었고 느린 일상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아이가 학교 가야 하는 시간, 밥 먹을 시간, 놀이시간, 밥 먹을 시간.. 끊임없이 시간을 의식하고 지내습니다. 이런 시간에 대한 의식이 자연스럽게 시간을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했던 것 같습니다.
무언가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 있다면, 하루하루 달력에 표시를 하며 그날을 기다릴수록 그날이 천천히 다가오는 것도 비슷한 이치가 아닐까요.
시간은 우리가 새로운 것을 많이 경험할수록,
변화를 많이 경험할수록 길게 느껴진다. (135p)
두 번째로 일상의 다양한 경험과 변화입니다. 사람은 기억할 만한 인상적인 사건, 새로운 변화들이 많을수록 더욱 삶을 풍부하게 느끼고 같은 시간이라도 충만하게 보냈다고 느낀다고 합니다. 풍부하고 충만한 순간들과 일상은 당연히 시간이 느리게 느껴지게 할 것입니다.
지난 1년은 살아온 어느 때보다 사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지냈습니다. 매일매일 가로수 가득한 등하교 길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네를 밀어주던 놀이터에서. 3월에 시작한 육아휴직은 나무에 새싹이 돋을 때부터 낙엽이 지고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을 때까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몸으로 느끼며 지냈습니다. 또한 초등학교를 입학한 아이의 일상도, 아이의 성장도 하루하루가 새로운 것들로 가득했습니다. 아이와 재미있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전시회나 체험 이벤트들도 부지런히 찾아다녔고요. 틈틈이 못 만났던 지인들도 점심시간을 통해 만나며 지냈습니다.
반면 10년의 회사 생활을 떠올려 봅니다. 일을 배우고 적응하던 사원 시절은 새로운 것들이 많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일은 반복적인 것이 되고 사람도 타성에 젖게 됩니다. 하루하루가 똑같아지다가 나중에는 한해 한해도 비슷해지게 되더군요. 동료들과 이야기 나누다 보면 어떤 일이 작년의 일인지 재작년의 일인지 헷갈립니다. 시간이 세월이 점점 빠르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겠습니다.
우리의 의식과 감각, 지성과 감성이 계속 다양한 인상과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소소한 추억들과 삶의 변화를 만들어가면 시간은 우리의 편이 될 것입니다.
마블의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와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에 등장하는 마법사 닥터 스트레인지는 시간을 자유자재로 돌리는 마법을 구사합니다. 보면 볼수록 부럽습니다. 귀찮게 타임머신 같은 것을 타고 이동하고 돌아오고 할 것도 없으니 말이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에게 마법의 능력은 주어지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에겐 과학적 지식과 삶에 대한 의지가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책에서는 심리학과 뇌과학을 근거로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들기를 조언합니다. 시간을 조절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마법의 책을 찾거나 타임머신을 개발하는 일이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나 자신의 인식과 생활에 변화를 주는 일이 조금 더 쉬운 일이 아닐까요.
나이가 들 수록 기억력도 나빠진다고 합니다. 즉, 우리가 기억하는 순간이 줄어들고 우리의 시간도 더 빠르게 흘러가는 것이죠. 메모와 기록이 기억력을 보완해준다고 하니 이 또한 시간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네요. 그러고 보면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저의 의식을 뚜렷하게 하고 기억도 남기고. 세상에 아무것도 시간과는 바꿀 수 없다고 하는데, 이 정도면 글을 쓸만한 좋은 이유가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번에는 시간에 대한 느낌을 '조절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제가 육아휴직을 시작하면서 '시간이 멈춘 것 같다'라고 생각한 부분에 대해 조금 더 설명드리며 시간에 대한 글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그럼 이만 줄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