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멈추는 방법(3/3)

닉샘의 일상노트 - 육아휴직에서 배운 시간 조절법

by 닉샘 Nick S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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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간을 멈추거나 시간을 이동하는 등 다양한 초능력과 마법, 과학 기술을 소재로 하는 다양한 만화나 소설, 영화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마블 영화에 나오는 <닥터 스트레인지>의 시간 마법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주인공이 손바닥을 움직여 시간을 조종하는 모습

영화에서 닥터 스트레인지는 손바닥을 좌우로 돌리며 시간 조종합니다. 아날로그 시계의 다이얼을 돌려서 시곗바늘을 시계 방향으로도 반시계 방향으로도 돌릴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시간은 앞으로 뒤로(과거로 혹은 미래로) 방향 조절뿐 아니라 각 방향으로의 속도도 컨트롤됩니다. 이렇게 시간을 자유자재로 아주 편리하게 조종하는 모습은 다른 픽션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이기에 가장 인상에 남았던 것 같습니다.


현실로 돌아와서 우리는 영화처럼 시간을 멈추거나 되돌릴 수 없음을 압니다. 우리가 노력할 수 있는 것들 중 그나마 시간과 관련된 것은 바로 '속도'에 대한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글 시간을 멈추는 방법(2) 에서는 시간의 흐름에 대한 우리의 '느낌'을 다르게 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 또한 시간이 흐른다는 것을 전제로 '속도'에 대한 인식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시간에 대한 마지막 글인 이번 글에서는 제가 육아휴직을 하면서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꼈다'는 부분에 대해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왜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졌을까.


앞의 글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1년의 육아휴직 기간은 10년의 회사 생활에 비하여 더 느리고 풍성한 일상이었습니다. 이는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느끼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저는 느리다는 느낌을 넘어서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끼게 된 것일까요? 그 이유는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삶의 속도의 극단적인 차이입니다. 육아휴직 전의 생활과 육아휴직 시작 후의 생활에 극단적인 속도 차이가 있었던 것입니다. 쉼 없이 달려오던 삶이 갑자기 멈춰버린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말이죠.


영화 <스타트렉>에서 웜홀을 통과하는 우주선

육아휴직을 시작하기 직전까지 저는 거의 번아웃 상태였습니다. 회사의 일은 늘 시간을 다투는 일이었습니다. 다양한 이유로 심리적인 압박도 심했습니다. 매년이 비슷해지며 점점 더 일상은 의미 없이 더 빠르게 지나가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다가 육아휴직을 시작한 순간은 마치 SF영화에서 우주선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엄청난 속도로 웜홀 통과를 하다가 갑자기 웜홀을 빠져나와 느린 속도로 전환하는 순간처럼 느껴졌습니다.


두 번째는, 흘러가는 삶을 스스로의 선택으로 멈춰 세웠다는 것입니다.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결국 육아휴직의 선택은 멈추지 않을 것처럼 흘러가는 삶에 대한 통제권을 제가 가질 수 있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대한민국의 많은 보통 사람들처럼 저도 학창 시절 입시제도를 통과하고 대학을 거쳐 현재의 직장까지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그나마 대학 생활까지는 마음대로 살아간다고 느꼈지만, 회사에 다닌 후로는 더 이상 삶의 통제권이 저 스스로에게 없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회사의 속도와 일의 속도에 맞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멈춘 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휴직을 시작하고 1년을 지내고 복직을 현재까지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 시켜서한 일이거나 회사의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쉬게 되었다면 이런 느낌이 들었을까 싶습니다. 극단적으로 느린 속도의 생활이 제 스스로 선택한 것이기에 저는 스스로 시간을 멈춘 것처럼 느꼈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권리


'느리게 살기 운동'을 실천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시간자결권>(칼 오너리 저)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시간 자결권은 '시간을 자유롭고 충만하게 사용할 수 있는 권리' 정도의 의미입니다. 이 책은 느리게 살기 운동의 의미와 다양한 형태의 실천들을 소개합니다. 슬로시티, 슬로리딩, 슬로씽킹, 슬로푸드 등 정말 많은 사례들이 있습니다.


느리다는 것은 자기 삶의 리듬을 자신이 조절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러한 느리게 살기 운동의 '슬로철학'은 무엇이든 무조건 느리게 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균형, 즉 '알맞은 빠르기'이며 자신의 삶의 속도를 스스로가 조절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시간자결권'이라는 제목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느리게 사는 것이 반드시 느린 것만을 의미하지 않은 것처럼, 시간을 멈추기 위해 꼭 모든 것을 멈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의 흐름에서 내가 스스로 속도를 선택하는 순간을 만들 수 있다면, 훨씬 시간에서 자유롭게 느낄 것입니다.


'정신과 시간의 방'을 나서며...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육아휴직이라는 쉽지 않은 결정과 1년이라는 긴 휴식을 통해 시간에 대해 좀 더 유연한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육아휴직을 마치고 다시 회사로 돌아왔습니다. 첫 번째 글에서 설명드렸던 '정신과 시간의 방' 빠져나온 기분입니다. 바쁜 일상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소개드린 책 <시간자결권>에서 '슬로운동의 핵심 전선은 직장'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쉽지 않다는 이야기이겠죠. 직장에서 시간자결권을 가지는 방법은 '일을 덜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제가 일을 정말 덜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 앞으로는 제 시간을 더 충만하게 살고 풍부하게 느끼고 때로는 '시간자결권'을 행사(?)하며 적절한 템포로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꼭 시간을 '멈추는 방법'은 몰라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 더욱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지난 가을 집안일을 마치고 바라보았던 창밖의 풍경. 시간이 멈췄던 순간의 사진과 함께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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