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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닉샘 Nick Sam Apr 01. 2019

책을 손에 들고 퇴근하는 이유

닉샘의 일상 노트 -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법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부모가 책을 좋아하는 것'.


독서 교육에 대해 알고 싶다면 조금만 손을 뻗으면 많은 책들을 만날 수 있다. 기억에 남는 책은 백화현 <책으로 크는 아이들>, 짐 트렐리즈 <하루 15분 책 읽어주기의 힘>, 스티븐 크라센 <크라센의 읽기 혁명> 등이다. 부모에게 필요한 독서 교육 노하우는 이런 책을 읽으면 쉽게 얻을 수 있다. (꼭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하지만 독서 교육에 대한 다양한 방법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큼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다. 이것은 방법의 영역이 아니라 행동의 영역이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나오고 부모가 된 즈음에 책을 좋아하게 되었다. 책을 좋아하게 되며 자연스럽게 독서 교육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부모의 독서가 자녀에게 큰 영향을 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부모가 되어보니 아이가 영유아인 시절에는 아이 앞에서 책을 볼 수가 없었다. 출퇴근 시간에는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읽었지만 집에 도착하는 순간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은 나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육아는 생각보다 많은 노력과 시간과 체력을 투자해야 하는 일이었다.


집에서 책을 볼 시간이 없는데 아이에게 아빠가 책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려줄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언젠가부터 퇴근길 지하철에서 읽던 책을 그대로 손에 들고 집에 들어가게 되었다. 물론 조금이라도 더 책을 보기 위해 손에 책을 들고 다녔지만, 책을 손에 든 아빠의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습관처럼 책을 손에 들고 퇴근했고, 아이는 현관 앞으로 달려 나와 발을 동동 구르며 아빠 손에 있는 책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는 나는 내 책을 손에 든 아이를 안아주며 인사를 했다. 그 순간은 참 행복했다.



이제는 아이들이 제법 커서 그렇게 발을 동동 구르며 아빠 손의 책을 빼앗아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로 자라고 있음에는 틀림없다.


평소에 아이들이 책을 읽어달라고 할 때는 책을 열심히 읽어준다. 하지만 책 읽기를 강요하지 않는다. 책 읽기를 최대한 즐거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자유로운 활동으로 생각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제는 집에서도 가족여행 중에도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에 틈틈이 책을 읽는다.


이것은 순전히 아이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좋아서이다. 늘 읽고 싶은 책을 다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나의 독서가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초등학생이 된 첫째 아이가 자기 전이나 새벽에 짬 내서 좋아하는 책을 읽는 모습을 종종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한 번은 여행 중 원룸에서 지내게 되어 아이들이 자는 동안 랜턴을 켜놓고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런데 다음날 새벽 똑같이 랜턴 불빛 아래에서 책을 보고 있는 아이를 발견했다. 그 모습을 보고는 기쁘기도 하고 아빠로서 스스로의 행동에 더 큰 책임감을 느끼기도 했다.


이제는 부모가 책을 좋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더욱 확실하게 믿고 있다.


느티나무도서관의 박영숙 관장님의 그의 책 <꿈꿀 권리>에서 부모들이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 오면 '아이들의 책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부모 스스로가 읽을 책을 고르기'를 조언한다. 아이는 부모가 행복해는 모습을 보면 자연스럽게 따라 한다.


부모가 독서의 진짜 즐거움을 발견한다면. 그렇게 되면 굳이 '독서'라는 단어에 '교육'이라는 단어를 붙인 무언가를 찾을 필요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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