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16 커뮤니티 디자이너의 일상 #3
오늘은 지식재산권에 대해 배웠다.
서울에서 일하시는 변리사님과 공주 원도심의 동료와 주민분들이 화상회의 앱 Zoom을 통해 만났다. 오늘의 강사이신 신무연 변리사님은 '마을스테이'와 '와플학당'의 상표 등록을 도와주고 계신 기율특허법률사무소의 대표님이다. 주제는 '로컬 콘텐츠 창업자를 위한 지식재산권'.
공주에서 창업 후 와플학당의 상표권을 등록하며 몇 가지의 문제로 애를 먹있다. 또 앞으로 만들어갈 콘텐츠와 상품들에 대해 필요한 지식재산권의 보호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것이 없다. 상표권 등록에 대한 약간의 경험에서 전문가(변리사)와 소통하기 위해 나 같은 비전문가도 지식재산권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가 필요함을 느꼈다. 더 중요한 것은 브랜드든 창작물이든 사업이든 일이 어느 정도 진행되기 전에 지식재산권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선제적으로 자문을 구하고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고 배웠다. 이런 것들은 왜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을까. 왜 항상 모르는 상태에서 문제를 겪고 당하고 손해를 보고 나서 배울 수밖에 없는가.
공주 원도심에서 함께 일하거나 소통하는 동료나 주민분들 사이에는 창업자, 예술가, 프리랜서, 교육자분들이 많다. 몇 분께 여쭤보니 늘 예술 창작 활동이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일을 하시면서도 지식재산권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경우가 많더라. 실제로 억울한 일을 당하시거나 피해를 보신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어디에서 배우고 어디에 물어봐야 할지 막연하다고 느끼신다. 어서 이분들을 위한 그리고 나 스스로를 위한 교육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없으면 만들면 된다. 필요하면 누가 해주길 기다리기 전에 우리가 만들어서 한다. 그래서 만들었다.
Zoom을 사용해 1시간 반 동안 진행한 '지식재산권'에 대한 비대면 강의와 질의응답. 강의 결과는 대만족이다. 천천히 쉬운 언어로 우리 주변의 사례를 바탕으로 진행해주신 신무연 변리사님의 강의는 재미있고도 유익했다. 강의 후에 질의응답에서는 주민분들이 그동안 답답하셨던 부분들을 털어놓으셨다. 꽉 막힌 수도관이 뻥 뚫리는 기분. 뿌옇던 시야가 선명해지는 느낌이랄까. 이번 비대면 교육도 성공적!
공주 원도심에서 진행한 비대면 강의는 이번이 첫 번째가 아니다.
지난주에는 마을의 북클럽 리더분들을 위해 'Zoom을 사용한 비대면 북클럽 운영하는 법'에 대한 강의가 있었다. 다음 주에는 또 다른 비대면 강의가 준비되어 있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된 이후 9월에 들어 지난 2주간 우리 마을에서 진행된 비대면 활동은 북클럽이 2회, 전문가 특강이 2회. 이제 함께 해주시는 지역의 분들도 온라인 비대면의 환경과 소통에 제법 익숙해지고 계신 것 같다. 2020년 12월까지 앞으로 계획은 비대면 강의가 약 4회, 비대면 저자 북토크가 약 6회, 최소 10회 이상의 비대면 활동이 있을 예정이다. 오히려 서로 이동하는 부담과 시간에 대한 제약이 줄고, 지역을 넘나드는 만남과 배움이 다양하게 가능해진 것 같다. 그렇게 배움의 마을이 되어 가고 있다.
지역과 마을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다행히 공주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덕분에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지침과 지자체의 권고을 준수하는 선에서 10인 이하의 소규모 대면 교육과 활동도 조금씩 이루어질 수 있다. 마침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소통과 배움의 조건은 10인 이하의 소그룹의 조건이다. 북클럽과 같은 커뮤니티 모임뿐만 아니라 전문가의 강연이라도 수십, 수백 명이 모여 진행하는 교육은 지양한다. 적정한 인원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고 강연자와도 충분히 소통하며 질의응답할 수 있는 배움을 원하고 만들어가고 있다. 개인의 필요와 관심사에 더욱 집중하고 적절히 연결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이런 소규모 활동에 최적화 있는 커뮤니티이다 보니 더욱 비대면 강의와 모임 환경에도 동료와 주민분들이 더욱 쉽게 적응하실 수 있는 것 같다. 오히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지역과 공간의 제약 없이 우리에게 필요한 배움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마을에 펼쳐졌다.
'로컬'이기에 좁은 지역 내에서의 높은 관계의 밀도가 오프라인 비대면 환경에서의 거리감과 답답함을 줄여줄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오프라인 활동이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면서도) 꾸준히 더 작고 밀접하게 만나고 소통하고 배운다. 하지만 주민들이 느슨한 관계 속에서 만나고 서로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소통하는 법에만 익숙해져 있다면, 비대면의 환경에도 더욱 잘 적응하고 다채로운 배움이 가능한 마을이 될 수 있음을 배워가고 있다.
이렇게 마을에는 여전히 배움이 넘친다. 오히려 더 많이.
충남에서 공주가 전통적으로 '교육의 도시'였다면 앞으로 공주 원도심은 '배움의 마을'로 만들어가고 싶다.
2020.09.16 by 닉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