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후기] 미교독 키즈 위례 시즌 2 #첫 번째 모임
안녕하세요.
지난 2월 16일(토) 아빠와 함께하는 초등학생 독서모임 '미교독 키즈 위례' 두 번째 시즌을 시작했습니다.
미교독 키즈는 교육 독서모임 미교독(미래를만드는교육읽기)에 참여하는 아빠들이 아이들을 위해 준비한 초등학생 독서모임입니다. 미교독의 아빠들은 그동안 책을 매개로 하는 수평적인 소통을 통해 서로의 '다름'에서 배움을 얻고 함께 성장하는 경험을 해왔습니다.
미교독 모임을 운영하고 있는 저(닉샘)와 다양한 기획과 강연 활동을 하시는 나코리(socialbroker.blog.me) 아버님이 함께, 작은 프로젝트로 시작한 미교독 키즈. 미교독 키즈는 이러한 커뮤니티 활동에서 오는 행복감이 아이들에게도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미교독 키즈에서는 아이들의 학습이나 교육적 효과를 바라지 않습니다. 독서 토론이나 논술 수업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각자의 생각을 표현하고 서로의 관심사를 발견하는 자유로운 대화의 장입니다. 미교독 키즈는 아이들이 함께 즐기는 '책놀이'가 되었으면 합니다.
미교독 키즈는 지난 2018년 10월~12월간 첫 시즌 3회의 모임을 마치고, 이번에는 2019년 2월~4월 두 번째 시즌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첫 시즌 이후 많은 고민 끝에 이번 시즌 2부터는 '미교독 키즈 위례'라는 이름으로 참여 지역을 서울 위례 신도시로 좁혀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지역의 우리 아이들이 더욱 자주 만나며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공동체가 만들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결정했답니다.
이번 시즌의 진행은 나코리 아버님께서 맡아 주시기로 했습니다. 지난 시즌의 진행을 맡았던 저는 모임 기록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시즌 마지막 모임의 후기는 아래 링크를 참조해주세요.)
https://socialbroker.blog.me/221429924189
이번 시즌을 함께 하는 아이들은 초등학교 2학년 - 4명, 3학년 - 1명, 4학년 - 1명, 이렇게 총 6명입니다. 우선 새로 합류한 친구를 위해 서로의 이름을 알아볼 수 종이 명패를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은 A4용지 종이를 삼각기둥으로 접은 후 직접 이름을 적었습니다. 어른에게는 손쉬운 만들기이겠지만 처음 해보는 아이들은 제법 진지하게 그리고 열심히 명패를 만들었습니다.
이어지는 순서는 서로를 더 알아가기 위한 아이스브레이킹. 나코리 아버님께서 준비해주신 질문지 'Design 2019 & Thanks 2018 Our Family'(질문디자인연구소 제작)에 아이들은 지난해 가족의 추억과 새해에 하고 싶은 일들을 적었습니다. 간략히 적은 내용을 바탕으로 아이들은 서로의 가족 이야기를 나누며 평소에 좋아하는 활동들, 흥미 있는 분야나 취미, 특기 등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습니다.
서로를 알아가는 대화의 시간을 충분히 가진 후 잠시 휴식과 함께 간식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과일과 떡꼬치, 빵 등 정성껏 준비한 간식을 부모님들과 아이들 모두 함께 나누어 먹었습니다. 맛있는 간식 덕분에 한껏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간식과 함께 한 휴식 후 본격적인 북토크를 시작했습니다.
우선, 지난 시즌에서 함께 나눈 책들을 돌이켜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3번의 모임 동안 참 많은 책을 나누었습니다. 아이들은 서로 누가 어떤 책을 소개했는지, 가장 인상 깊었게 공유했던 책은 무엇이었는지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함께 나눈 책들의 추억을 가볍게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을 서로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새로 온 친구도 지난 시즌의 책 사진들에서 아는 책을 발견하고는 친구들의 북토크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습니다.
나코리 아버님께서 아이들의 책 소개에 앞서 더욱 즐거운 대화를 위한 우리의 약속(그라운드룰)을 설명해주셨습니다. 경청과 질문의 분위기 만들기를 위한 간단한 약속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손 들고 이야기 하기
2. 친구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기
3. 친구의 이야기에 박수치고 칭찬하기
4. 궁금한 것은 꼭 물어보기
드디어 아이들의 책 소개가 시작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소개하는 책은 정말 다양합니다. 어떤 친구는 그림책을, 어떤 친구는 글밥 책을, 또 어떤 친구는 도감과 같은 자료 책을 소개합니다. 책을 소개하는 스타일도 모두 다릅니다. 책의 내용을 간결하게 요약해서 말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아주 디테일하게 스토리와 장면을 묘사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딱 한 권을 꼭꼭 숨겨서 '짠!'하고 소개하는 친구도 있고, 여러 권을 가지고 와서 다 소개하고 싶어 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수업도 발표도 토론도 아니기에 아이들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마음껏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의 모습도 자유롭습니다. 소개되는 책에 조금 관심이 없는 친구는 잠시 딴청을 피우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또 어느덧 이야기가 궁금해 책 주위로 모여 듣습니다. 조금 딴청을 피워도, 가까이서 듣기 위해 자리를 옮겨도 괜찮습니다.
함께 하는 어른(저와 나코리 아버님)은 아이들을 통제하기보다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정성껏 들어주고 질문을 던지는 데 집중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함께 듣고 질문 던지게 됩니다.
그렇게 이야기하고 듣고 질문하고 웃고 공감하며 한 명도 빠짐없이 소개한 여섯 권의 책. 미교독 키즈의 아이들이 직접 고르고 나눈 책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송언 글 / 김유대 그림 <마법사 똥맨>
박현숙 글 / 이상규 그림 <엄마는 게임 수업 중>
미셸 누드슨 글 / 케인 호크스 그림 <도서관에 간 사자>
앤디 그리피스 글 / 테리 덴톤 <78층 나무집>
신타쿠 코지 <괴짜 생물 백과>
정말 다양한 책들. 책의 내용들은 하나같이 기상천외하고 재미있습니다. 책 소개를 나눈 후에는 마무리 이벤트가 있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소개해준 책 중에서 읽어보고 싶은 책 두 권을 골라 포스트잇에 적습니다. 그리고는 포스트잇을 모아 간단히 집계를 해서 '오늘의 책'을 선정합니다. 모임에서 준비한 상품은? '없습니다.'
눈 앞의 선물로 아이들의 경쟁을 부추기기보다는 좋은 책 선정에 의의를 두기 위해서입니다. 다만, '오늘의 책'에 선정된 친구는 집에 돌아가서 부모님께 소정의 선물을 받을 수 있도록 부모님께 양해를 구해 두었답니다. 덕분에 아이들은 투표의 결과에 관계없이 투표의 과정을 함께 즐기고, '오늘의 책'에 선정된 친구를 축하해 줍니다.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 한 미교독 키즈 위례 시즌2의 첫 번째 북토크는 마무리되었습니다. 비록 한 달에 한 번의 만남이지만 아이들은 함께 한 시간을 즐거워했습니다. 온전히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보낸 두 시간은 정말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함에 늘 아쉽습니다. 아이들 또한 헤어짐을 아쉬워합니다.
북토크가 끝나고 부모님들께 이 모임의 취지와 참여한 아이들의 모습에 대해 설명드렸습니다. 처음 오신 부모님들께서는 누구 하나 빠짐없이 대화에 참여한 아이들에게 놀라고 대견스러워하십니다. 어른의 특별한 기획이나 아이들의 준비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저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을 스스로 골랐고, 모두가 경청하는 분위기, 편안하게 이야기하고 질문을 던지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해하는 모습에 어른들도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또 다음 시간이 기다려집니다.
모임을 마치고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각자의 놀이를 시작했습니다. 축구를 좋아는 두 친구는 공을 가지고 놀이터로 달려 나갔습니다. 또 두 친구는 분리수거 장에 버려졌던 TV를 분해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머지 두 친구는 분해를 구경도 하고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자연스레 아이들은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모이고 놀았습니다. 부모님들은 함께 놀거나 아이들의 놀이를 기다려 주었습니다. 그렇게 점점 서로의 관심사를 알아가고 나누며 함께 놀 수 있는 가족 공동체가 천천히 만들어져 가고 있습니다.
*교육 독서모임 미래를만드는교육읽기(미교독) 페이스북 페이지 링크 : www.facebook.com/REduM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