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날은 없다.
"아주 멀리까지 까지 떠나고 싶어...... 작은 물병 하나, 먼지 낀 카메라 가방 안에 넣고서
언덕을 넘어 숲길을 헤치고,,,,,"
아침 6시에 나를 깨우는 모닝루틴 음악이다 (김동률의 "출발") 음악을 들으며,
'아, 오늘은 뭘 넣고 어디로 가볼까나. 어제저녁에 드라마에서 봤던 둘레길을 걸어볼까나, 아니면 유튜브 여행채널에서 보았던 허름한 도시의 뒷골목을 걸어볼까나..." 이런 상상을 하는 동안 음악이 끝나면 (일어났어도 노래가 노래 끝날 때까지 계속 듣는다) 바로 오늘의 날씨를 빅스비가 얘기해 준다
"오늘 장기동의 날씨는 ,,,,"
이 모닝루틴이 끝나면 6시 5분 정도 된다. 그리고는 7시에 기상알람이 또 울린다.
그 7시까지 이불 안에서 미적거리는 시간이다. 나는 눈을 뜨고 발딱 일어나는 게 되지 않고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이불속에서 꼼지락거리며 서서히 잠을 깨우는 것을 좋아한다. 이렇게도 누워있다가 뒤집어 보기도 하다가 스트레칭도 조금 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이제는 그만 일어나라는 알람과 함께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제일 먼저 이불을 정리한다. (예전에는 그냥 일어나서 맨 마지막에 이불 정리는 했는데 누구랑 같이 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이불이 정리되지 않은 것을 보는 게 점점 힘들어지게 되었다)
그다음은 양치질 (입안의 세균을 몰아내고) 공복에 따뜻한 물을 한 잔 마신다.
그다음 8시까지 Morning Paper를 쓴다. 노트로 2~3페이지 분량 정도 그날 일어나자마자 드는 생각을 적는 것인데 일기와는 다른 것이다. 아침에 문들 떠오른 생각, 꿈얘기, 내 기분 오늘에 대한 기대, 어제 출근길에 지나갔던 음식점에 대한 궁금증, 내가 요즘 관심을 갖고 있는 다양한 것들, 하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등등 주제는 없다. 그냥 머릿속을 비워내듯 뭔가를 막 쓴다. 이게 가능할까 했는데, 가능하고 어느새 노트를 2권째 갈아치우고 있다. 그리고 매일은 못 하고 있지만 영어 필사를 한다 (일주일에 3~4일 정도 쓰는 듯 하다)
8시부터는 어싱의 시간. 아직도 8시를 전후로 하여 약간의 갈등의 시간을 갖는다. ' 오늘은 그냥 책을 더 읽을까?' '어제 많이 걸었으니 오늘은 쉬고 내일 더 많이 걸을까?' 등등... 예전에는 이런 갈등을 하면 대부분 '나가지 말자'가 이겼는데 요즘은 갈등의 시간도 짧아지고 '나가자'가 대체로 이기는 추세다. 그래서 오늘도 조금 늦어서 '나가지 말까?' 하는 갈등을 했지만 '나가자'가 이겨서 다녀왔다.
다녀와서 샤워를 한 후 만들어놓은 요구르트 하나를 먹고, 커피를 내린 다음 드디어 독서를 위한 시간을 갖게 된다. 이때가 대략 10시쯤 이이다.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책도 읽고, 글도 쓰고, (필사, 리뷰, 이런 간단한 글) 밥도 먹고, 간간히 핸드폰도 보고 그렇게 오전의 일과가 마무리된다
저녁에 퇴근하고 들어오면 늦은 밤이다 (9시~10시)
간단한 먹을거리 (대부분은 안주거리)를 만들어 맥주 딱 1캔 마시며 드라마를 본다.
설거지를 마무리하고 스탠드를 켜고 책상에 앉는다. 그리고 3년 일기와 블랫저널을 쓰고, 세안을 한 후 잠자리에 든다. 바로 자야 하는데 드라마를 한 편 보게 되고 그러다가 12시~1시 사이에 잠이 든다.
"요즘 어떻게 지내? 잘 지내지?"
나는 "매일 그렇지 뭐, 그 나물에 그 밥, 다람쥐 쳇바퀴 도는 거지 뭐."
이 대답은 예전의 버전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매일 같은 일상이지만 , 기록을 하고 나서 느끼게 된 것은 매일 같은 날은 없다는 것이다. 살아가는 하드웨어가 겉에서 보기에는 매일 같아 보이지만 그 삶을 채워주는 소프트웨어는 매일매일 다른 일상이라는 것을 기록을 하면서 느끼게 되었다.
일어나기 전 이불속에서 하는 생각도 매일 다르고, 걸으며 생각하는 것도 매일 다르고, 기분도 매일 다르고, 그렇기에 하루를 마무리하고 정리하면서 느끼는 나의 하루는 정말 같은 날이 하루도 없었구나.. 하는 것을 깨닫고 나니, 내 삶이 그 나물에 그 밥이 아닌, 다람쥐 쳇바퀴가 아닌, 뭔가 기대가 되는 삶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하루하루가 더 소중하고 재미있는 듯하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오늘 하루, 그 하루를 어떻게 보내느냐는 내 몫이다.
같은 일상 속에서 색다름을 느끼게 되는 즐거움을 느끼는 하루를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