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기를...
'그와 그를 둘러싼 상황은 모든 게 끊임없이 변했다. 머리, 몸, 그날 밤 어디서 잘지. 가끔 그는 자기가 밝은 색 병에서 밝은 색 병으로 계속해서 따라지고 있는 액체, 한 번 옮길 때마다 조금은 흘리고 조금은 남는 액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주드와의 우정은 자기에게도 진짜배기, 변하지 않는 뭔가가 있다는 느낌을, 가장으로 이루어진 삶 속에도 본질적인 뭔가가 있다는 느낌을, 자기가 못 볼 때조차 주드는 알아봐 주는 뭔가가 있다는 느낌을 줬다. 마치 주드가 지켜봐 주고 있다는 게 자기를 진짜로 만드는 것 같았다. (p. 23)'
'주드와 주드의 지난 인생에 대해 정말로 생각할 때 가끔 느끼곤 하는 감정을 느꼈다. 슬픔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동정하는 슬픔이 아니었다. 그건 더 큰 슬픔이었다. 고군분투하고 있는 가엾은 사람들, 자기도 모르는 각자의 인생을 살고 있는 수십 억 명의 사람들을 다 감싸 안는 것 같은 슬픔이었다. 매일매일이 너무나 힘들 때에도, 상황이 너무나 비참할 때도, 사방에서 사람들이 살기 위해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생각하면 느끼게 되는 경탄과 경외심이 뒤섞인 그런 슬픔이었다. 인생이란 너무 슬프구나. 그런 순간이면 그는 생각했다. 너무 슬프지만, 그래도 사람은 다 그렇게 사는 거지. 삶에 매달리고, 위안거리를 찾고. (p. 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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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쩌면, 어쩌면 너무 늦은 건 아닐지도 몰라. 그는 생각한다. 어쩌면 한 번 더 거짓을 믿어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마지막 시도를 통해 달라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가 될 수도 있었던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그는 쉰 하나다. 늙었다. 하지만 어쩌면 아직 시간이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아직도 그를 고칠 수 있을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p. 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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