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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드만의 작은 서재 Nov 11. 2024

[리뷰] 리틀 라이프 2 - 한야 야나기하라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기를...

이 책에 대한 찬사(?)가 대단했다. "눈을 뗄 수가 없다"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다" 등등
2015년 맨부커상 후보에 올랐을 때 독자들로부터의 응원이 쇄도했다는 화제작이었다고 한다. 거기에 표지의 '우는 남자'가 이 책을 읽게끔 끌어당겼다.
우리는 생을 살아가면서 힘겨운 순간, 잊고 싶은 순간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러한 순간을 잊기 위해 더욱 열심히 살고 그것에 지금의 행복은 어찌 보면 그것들에 대한 보상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주드의 삶은 (소설이어서 더욱 극적인 것이라 생각이 들지만) 힘겹다는 표현으로 그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는 불행한 유년시절을 보낸다. 그것이 그의 삶을 붙잡고 있기에 점점 행복해져도 그 괴리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주드의 주위에는 그를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자신을 맡기고 좀 더 마음을 열고 지금의 그 행복한 순간을 받아들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내 내하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글을 읽었다. 진정한 사랑을 찾았지만 그 사랑이 또 사라질까 봐 전전긍긍하는 모습. 왜상대방의 사랑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할까 약간은 답답한 마음도 들었지만, 사랑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아니 사랑이라는 이름하에 자신에게 일어났던 과거들이 그를 사로잡고 있기에 진정한 그 사랑을 온전히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그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신에게 해를 가하면서 자책하는 모습,, 정말이지 너무 안쓰럽고 안타까웠다.
겉으로 보기에는 부유한 50대의 유능한 변호사 그 주위의 사람들도 모두 성공한 예술가, 교수, 배우들이다. 그러나 그러한 겉모습들은 주드의 공허한 내면을 메워줄 수 없는, 그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수단에 불과했던 것이다.
마지막을 항해 달려가면서 왜 독자들이 눈물을 흐리는지 알 것 같았다. 나도 먹먹한 심정으로 읽어 내려갔으니까.
책을 덮고 든 생각은, 부디 윌럼과 함께할 수 있기를, 더 이상 과거의 굴레에서 갇혀있지 않기를, 맘껏 뛰고 날 수 있기를.. 하는 바람이었다..

'그와 그를 둘러싼 상황은 모든 게 끊임없이 변했다. 머리, 몸, 그날 밤 어디서 잘지. 가끔 그는 자기가 밝은 색 병에서 밝은 색 병으로 계속해서 따라지고 있는 액체, 한 번 옮길 때마다 조금은 흘리고 조금은 남는 액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주드와의 우정은 자기에게도 진짜배기, 변하지 않는 뭔가가 있다는 느낌을, 가장으로 이루어진 삶 속에도 본질적인 뭔가가 있다는 느낌을, 자기가 못 볼 때조차 주드는 알아봐 주는 뭔가가 있다는 느낌을 줬다. 마치 주드가 지켜봐 주고 있다는 게 자기를 진짜로 만드는 것 같았다. (p. 23)'
'주드와 주드의 지난 인생에 대해 정말로 생각할 때 가끔 느끼곤 하는 감정을 느꼈다. 슬픔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동정하는 슬픔이 아니었다. 그건 더 큰 슬픔이었다. 고군분투하고 있는 가엾은 사람들, 자기도 모르는 각자의 인생을 살고 있는 수십 억 명의 사람들을 다 감싸 안는 것 같은 슬픔이었다. 매일매일이 너무나 힘들 때에도, 상황이 너무나 비참할 때도, 사방에서 사람들이 살기 위해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생각하면 느끼게 되는 경탄과 경외심이 뒤섞인 그런 슬픔이었다. 인생이란 너무 슬프구나. 그런 순간이면 그는 생각했다. 너무 슬프지만, 그래도 사람은 다 그렇게 사는 거지. 삶에 매달리고, 위안거리를 찾고. (p. 289)'


'하지만 어쩌면, 어쩌면 너무 늦은 건 아닐지도 몰라. 그는 생각한다. 어쩌면 한 번 더 거짓을 믿어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마지막 시도를 통해 달라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가 될 수도 있었던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그는 쉰 하나다. 늙었다. 하지만 어쩌면 아직 시간이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아직도 그를 고칠 수 있을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p. 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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